게임속 "여관” 이야기

 

당신은 게임 속 여관이라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받아는 곳 - 군바리
Hp/Mp 풀회복 - 틀
퀘스트 및 이벤트 - 중붕이
히로인과 두근두근 -
야스 - ???

뭐, 여러이미지가 떠오르는것도 당연하다.
애초에 여관이라는 개념은
동서고금, 세계 어느곳을 가도 존재하기에
그만큼 게임에서도 다양한 쓰임새로 이용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된것이
중세시대의 여관(Tavern/Inn)일 것이다.

서양의 여관은 기능과 구조에 따라
분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펍, 바, 코칭, 살롱 등이 있지만

신기하게도 세계의 모든 여관이 공통적으로
술과 음식을 판매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교통량이 많은 곳의 여관은
사람이 붐비는 정보 교류와 인연의 장으로
여겨지기도 했었다.

그래서 '던전 앤 드래곤(TRPG)'는
그런 여관의 특성을 십분 살려 게임에 적용시켰다.

퀘스트를 받기도, 동료를 만나기도, 싸움에 휘말리기도
하는 등의 각종 이벤트가 벌어지는 지역이 되었다.

그렇기에 우선 마을에 도착하면
여관부터 들려보는 게임의 국룰은 
던전앤 드래곤에서부터 출발한다.

다만 여관의 이미지는 워낙 다양하기에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여관의 외관을 묘사했다.

그런데, 1층에 술집이 있고 왁자지껄하며
2층엔 숙박이 가능한 장소가 있는 장소가
가장 스탠다드한 여관의 이미지가 된 이유는

'반지의 제왕'에서 브리 마을의 달리는 조랑말 여관이
후대의 중세 판타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pub과 inn의 개념이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사실상 여관이 있는곳에선 무조건 술집이 따라나오는 것이
미디어 매체에서 당연한 수순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종종 여관을 선술집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자주 생겼는데, 이는 틀린 번역이다.

실제로 여관의 주 돈벌이가 술과 음식의 판매고
숙박업은 부가적인 서비스 정도였기에
그런 오역이 나타난 것 일 수도 있다.

또한 여관의 흥망은 단순히 술과 음식만이 아니라
사람간의 교류량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교역을 행하는 부자부터 그저 방랑가인 나그네까지
온갖이들이 지나치는 동시에
지역민들이 각종 회의 및 이벤트를 위한 장소로 사용하니
여관지기는 당연히 온갖 정보들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마운트 앤 블레이드'의 여관지기처럼

여관에 상주하는 이가
각종 퀘스트를 수주하거나
주변의 정세와 소문의 정보, 혹은 특별한 이벤트 등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게임 속 중세 여관의 교과서적인 방법이다.

여관에서 동료를 만나는 것 또한 상징적인 이미지다.

그래서 '던전 앤 드래곤(캡콤)'은 그런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캐릭터 셀렉트를 여관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런 던드의 여관 스타팅 방식은 현재도 이곳 저곳에서 사용되는데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경우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여관에서 이것 저것 행동을 취하며
플레이어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는 연출을 통해
로그인부터 세계관에 몰입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했다.

틀딱들에게 여관은 HP/MP를 회복하는 동시에
각종 상태이상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이미지가 박혀있을 것이다.

이는 '드래곤 퀘스트'에서 여관을 그런식으로 활용한 것이
JRPG의 교과서로 차용되었기에 나타난 방식인데

서양에서는 숙박 그자체에는 큰 뜻을 두지 않는 반면
동양에선 중요한 것을 회복시켜주는 식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동양의 시각에서 바라본 여관이기에
전혀 다른 관점을 만들어 낼 수 있던 창의적인 방식이다.

그와 더불어 '악튜러스'의 시스템처럼
여관에서 잠을 자는것 = 세이브라는 구조도
JRPG에서 출발한 상당히 창의적인 활용 방식이다.

단순히 세이브 포인트를 지천에 뿌려두거나
뜬금없는 로딩으로 흐름을 끊어먹는 것보단

현실의 플레이어도
게임의 긴장감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며
동시에 게임내의 캐릭터도
휴식을 취했다는 느낌을 들게하여

중세 판타지 게임에 잘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상하게 아늑한 느낌이 드는 여관은
긴장감이 해제되는 장소이며 왁자지껄한 장소이다.

실제로 여관에선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직업에 상관없이 삼삼오오 모여서
도박을 즐기던 경우도 많았다.

'하스스톤'은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영웅들이
본작에서 관계가 어떻든 간에
모여서 카드게임을 벌인다는 컨셉은
여관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소화한 컨셉이다.

아키에이지'의 경우는 게임내의 여관 시스템이 많이 부실해서
그냥 건물 A의 느낌에서 벗어 날 수 없지만

지역의 특징이 달라짐에 따라
여관의 외관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은
칭찬할만한 디자인이다.

이런 여관을 가장 독특하게 사용한 것이
'울티마 온라인'의 여관 시스템이 아닐까 싶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기술적 한계로 인해서
로그아웃을 하면 캐릭터가 한동안 게임내에 남아있는
치명적인 변수가 있었다.

그런데, 울온은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여관의 중요성을 극대화시켰다.

필드에서 로그아웃 했다가
가만히 서있는 샌드백이 되어
누구한테 털릴지 모르는 위험을 없애기 위해

근처에 있는 여관에서 안전하게 로그아웃 하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로그아웃까지 이어지는 게임 속 몰입감과
유저들의 여관 내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케이스다.


중세 여관의 이미지를 확실히 느끼고 싶으면
'크로스로드 인'처럼 여관을 소재로한
경영 게임을 해보는것이 한방에 와닿을 것이다.

동양의 유교권 국가들은
여관에서 숙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서양의 여관보다 더욱 미미하다.

이는 유교의 가르침이
나그네의 요청에 따라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적인 미덕으로 하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의 여관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주막도
그런 케이스다.

실제로 주막은 각종 업무를 병행했다.
대금업, 은행업, 상업, 물품보관, 인스턴트 식품(국밥)판매 및 배달 등
숙박업보다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어느 시골 촌구석을 가도 주막은 항상 존재했다고 하며
좀 큰 주막들은 체크카드를 발행하거나 선물거래를 했다고도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게임에서 주막은 현실처럼 많은 업무를
행하지는 않는다.

'거상'에서 주막은
비주류 영웅들의 숙박(창고)을 위한 장소로,
술과 식량을 축내며(보관비) 주막임무(임대)를
수행하는 정도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그냥 물건 보관업무를 인적 자원에 빗대어
잘 표현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딱 그것 뿐이다.

'바람의 나라'의 주막은 고증이 맞는듯 하면서도
맞지않는 아리송한 부분인데

주모가 상인으로 표현되는 것과
마나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술이라는 것,
외부에 있는 걸상과 외관 등은
주막의 이미지를 잘 살린 점이긴 하지만

내부에 있는 모습은 주막과는 전혀 거리가 먼 모습이다.
손님이 묵는 곳은 좁은 방이며, 저런 거대한 방은
연회를 주목적으로 하기에 더더욱 주막엔 없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숙박을 하는 방엔
방을 빌린이를 제외하면
주모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은
게임의 한계로 인한 것인지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본래 주막이란 행상인들간의 교류도
번번히 일어나는 곳이라는 고증을
유저들이 직접 주막에 모여서 노가리를 까면서 맞춰졌다는 점이다.

중국의 숙박업 중 대표적인 이미지는
객잔 일 것이다.

본래 객잔도 주막과 비슷한 느낌이고
소규모의 느낌이지만
현대에 들어서 전통객잔의 이미지가 살짝 변해서
화려하고 거대한 곳으로 변화하였다.

중앙홀에선 술과 음식으로 왁자지껄하고
위층의 개별 방에선 숙박업을 차려놓은 모습은
서양의 여관과 신기할 정도로 똑 닮은 모습이다.

이런 객잔의 모습은 주로 무협에서 많이 등장한다.

'협객 풍운전'에서 등장하는 객잔은
전통적인 객잔에 가까운 모습으로,
왠지 만두와 청주를 하나 시켜야 할 듯한 느낌을 풍긴다.

특이하게도 게임에서 또한 객잔은
서양의 여관과 완전 똑같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의천도룡기 외전'에서 등장하는 객잔처럼
동료를 만나거나, 객잔주에게 정보(퀘스트)를 얻거나,
싸움에 휘말리거나 하는 등의 각종 이벤트의 장소로

강호로 출발하는 시작점 같은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현대에서 객잔의 이미지를 크게 변화시킨건
홍콩느와르에서 등장하는 객잔의 이미지 때문이다.

반드시 객잔에 범죄조직이 손을 대고 있고
화려한 중앙홀과 왁자지껄한 윗층과는 대비되게
어두운 주방이나 지하 같은곳에선 마약거래 혹은
고문등을 행하고 있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스트랭글홀드'는 홍콩느와르를 따라가는 게임답게
객잔 내에서 한바탕 범죄조직과 총질을 하는
전형적인 클리셰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숙박업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료칸 일 것이다.

다다미와 목조건물, 일본 전통식사, 일본식 가운
그리고 높은 확률로 온천이 붙어있다.

하지만 료칸을 게임에서 어떻게 다뤘는지는
상세하게 언급하지 않겠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론 타이쿤 형식으로 대중적인 게임도 있고

공포게임의 주 배경이 오래된 료칸인 경우도 많지만

제일 많은건 식 이벤트에
사용 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여관 = 야스하는 곳
이라는 이미지가 확실히 박혀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