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하게 지내는 이성이 있다.
연락도 자주 하고 둘이 만나기도 하며
하루에 통화도 1~2시간씩 하면서 수다삼매경에 빠진다.
이 둘의 관계가 친구인지 썸인지 위의 정보만으로 알 수 있을까?
답은 'no' 다.
남녀간에 친구가 있을까? 라는 질문은
어쩌면 몇백년째 이어져왔을지도 모르는
해답이 없는 난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남자들은
상대방에게 먼저 연락이 오고 친하게 지내는 관계가 되면
친구의 감정인지 이성의 느낌인지를 구분하지 못한 채
거진 빈디젤의 슈퍼카마냥 급발진을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빈디젤급의 최상급 드라이버가 아닌 이상 급발진의 결과는 99% 후회뿐이다.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앞으로도 여태 해온 것처럼 그 쓴맛만을 보며 일관된 삶을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그런 특이체질이 아니라면,
상대가 나를 친구로 느끼는지 이성으로 생각하는지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조금이라도 세우는 것이 좋다.
이 기준이 당신을 어항 속의 아쿠아맨이 아닌 한 명의 독립적인 이성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긴 글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결론부터 이야기하겠다.
세 줄 요약도 아닌 한 줄 요약이다.
'무의식중에 둘의 관계를 연인인 것처럼 느끼게 하라' 는 것이다.
당연히.
남자친구도 아닌데 재수없게 시시콜콜 단속하거나
다른 친구 만나는 걸 질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소한 둘의 관계가 썸으로 느껴질 만큼은 행동하고 대우해주는 것이다.
다양한 예시가 있겠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친구 사이에는 하지 않는 것들' 을 부담스럽지 않게 야금야금 해나가는 것이다.
한 번을 만나더라도 데이트 분위기가 나는 곳으로 은근슬쩍 유도하기도 하고, 소박해도 좋으니 깜짝 선물을 가끔 주는 등의 행동이다.
쓰다보니 어머니한테 이 노력의 반만 해드렸어도 정말 좋아하실텐데 하는 반성을 하게 되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얘기다.
뭐 손을 잡아봐서 뿌리치지 않으면 썸이고 뿌리치면 친구라는 등의 원초적인 방법도 있긴 하다.
물론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는 방법이고 나 또한 쓰긴 하지만 시기가 맞지 않을 경우 역효과가 있다.
닭가슴살을 데울 때 덜 익히면 젓가락이 잘 들어가지 않고 먹기도 불편하지 않나.
제대로 익힌 뒤에 완전히 조리가 된 다음에야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손을 잡는 것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우선 분위기를 만들고 무의식중에 당신과 상대방이 연인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갖게끔 한 뒤에 시도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고백은 도박이 아닌 세리머니라는 고전 명언이 있듯, 손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이 글에서는 친구에게 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예시를 따로 들지는 않겠다.
각자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무한에 가까운 방법들이 있는데, 미리 예시를 들어버리면 그 틀에 갇혀 창의적인 방법을 제한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간결하게 한 마디만 하자면 .
당신이 그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얘 나 좋아하네.' 가 아닌 '얘 혹시 나한테 관심 있나...?' 정도가 가장 바람직하다.
이성간의 관계는 확정적일때보다 불확실하고 변동의 폭이
더 클 때 호기심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거나 멀어질 것이 두렵다고?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럴 관계라면 늦든 빠르든 당신과 상대방은 오래 지속될 사이가 아닌 것이다.
멀어질 것이 두려워 지금이 좋다고 자위하며 그저 지켜보다가 다른 사람에게 가버린 상대방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후회하는 것.
아니면 잃을 것을 각오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설령 실패하더라도 할 만큼 해봤다며 후련해하는 것.
선택은 전적으로 당신의 몫이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