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역사 소설가로서 자부심이 대단했던 의사 출신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자신이 심심풀이 겸 용돈벌이로 쓴 가벼운 대중소설(그는 실제로 홈즈 시리즈를 이렇게 대했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작가로만 여겨지는 세태에 대한 불만, 셜록 홈즈 시리즈의 엄청난 인기로 인한 피로로 인해 셜록 홈즈를 죽여버려 시리즈를 강제로 종결시킨다. 셜록 홈즈의 죽음을 다룬 단편 ‘마지막 사건’은 1894년 스트랜드 매거진(Strand Magazine)에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이 단편 소설은 말 그대로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는데 정리하자면 이렇다.
1.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을 구매하는 독자들은 셜록 홈즈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집단으로 잡지 구독을 취소했다.그 수는 자그마치 20,000명으로, 사태는 점점 커져 결국 잡지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 스트랜드 매거진은 작가 아서 코난 도일에게 셜록 홈즈 시리즈를 더 연재할 수만 있다면 어떠한 금액이든 지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출판사는 코난 도일에게 셜록 홈즈의 연재를 재개해주면 단편 하나당 당시 기준으로 4000달러, 현재 한화 가치로 약 3억원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3. 런던 시민들은 고인에 대한 조의를 표한다고 검은 리본을 하고 다녔다. 이런 광경은 홈즈 시리즈가 부활하기 전까지 틈만 나면 런던에서 목격되곤 했다.
4. 코난 도일은 영국과 미국 등 세계 각지의 팬들에게서 매일 엄청난 양의 항의와 협박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 어떤 여성은 그에게 ‘You Brute(당신은 짐승같은 사람이다라는 뜻의 욕설)’라는 말이 담긴 욕설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코난 도일의 집 앞을 지나갈때면 ‘셜록 홈즈를 죽인 살인자의 집’이라며 돌을 던졌고, 그 때문에 그의 집 창문은 남아나는 날이 없었다.
5. 대낮에 보란듯이 코난 도일의 집 앞에서 셜록 홈즈의 장례식을 치러준 사람이 나왔다.
6. 이 시기 코난 도일은 공원을 산책하다가 검은 상장을 단 노부인에게 양산으로 얻어맞을 뻔하기도 했다.
6. 심지어 코난 도일이 홈즈를 죽였다고 소송을 준비한 사람도 있었다.
7. 황태자 에드워드 7세께서도 찬성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내왔다.
코난 도일은 마지막 사건 집필 이전에 어머니에게 미리 홈즈를 죽일 것이라 토로한 적이 있다. 이에 어머니는 ‘절대 그래선 안된다’고 충고했다. 어머니는 심지어 힘들어하는 아들을 달래며 직접 소설의 소재를 생각해내 그에게 제공했고, 이는 너도밤나무집이라는 단편으로 탄생했다.
8. 코난 도일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내가 실제로 사람을 죽였더라도 이만큼 욕을 먹진 않았을 것’라는 말을 남겼다.
9. 이 와중에 그는 어머니에게 ‘홈즈 때문에 제 마음이 더 나은 것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 고충을 토로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보낸 답장의 내용은 ‘그래, 그랬구나 아들아. 그런데 홈즈는 왜 죽였니?’
10. 마지막 사건 발표 이후 작중 홈즈의 사망 장소로 등장하는 스위스의 라이헨바흐 폭포는 유럽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로 떠올랐으며, 셜록 홈즈의 수많은 팬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이 폭포를 찾았다.
11.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도일은 팬들의 마음을 일시적으로 돌리기 위해 ‘홈즈가 죽기전에 해결했던 미공개 사건’이란 컨셉의 장편소설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발표했다. 그런데…
코난 도일은 이 소설을 너무 잘 써버린 나머지 그만 역대 최고의 추리소설 걸작으로 만들어버렸다. 현재까지도 역대 최고의 추리소설을 따질때 반드시 거론되는 이 작품은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더욱 열광한 팬들은 결국 코난 도일에게 더더욱 항의를 표시했다. ‘홈즈를 살려내라 이 살인자야!’ 라고 말이다. 그렇게 코난 도일은
전세계의 팬들에게 완전히 항복을 선언했고, 결국 홈즈는 마지막 사건이 발매된지 11년만에 ‘빈 집의 모험’이라는 단편을 통해 자신이 사실 살아있었음을 대중에게 알리게 된다.
셜록 홈즈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많은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고, 빈 집의 모험이 실린 스트랜드 매거진은 발매되자마자 순식간에 동이 나고 만다. 그 인기는 잡지사에서 찍어내는 부수가 삽시간에 동이 날 정도였다. 결국 독자들은 출판사에 직접 가서 줄을 지어 책이 완성되어 접착제가 다 마르지도 않은 책을 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4권 장편소설과 5권의 단편소설집(총 57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첫 작품인 주홍색 연구가 출간되고 134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한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소설 시리즈이다. 또한
셜록 홈즈는 역사상 가장 많이 영상화된 소설 속 인물이다. 2008년 영국에서 1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 의하면 응답자의 58%가 셜록 홈즈가 실존인물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또한 작중 홈즈의 런던 주소로 나오는 베이커 스트리트 221b번지엔 연재 당시부터 현재까지 홈즈에게 보내는 전세계의 수많은 팬레터가 배달되고 있다. 그리고
뛰어난 역사 소설가로 이름을 날리고자 했던 아서 코난 도일은 오늘날까지 셜록 홈즈의 아버지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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