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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신도시 잘살아요? 하는 그 글을 보고 나니 대학 친구랑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씁니다
사실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지방은 다 촌이고 비포장 도로고 농사 지으면서 사는 줄 알았어요
친척들도 서울 사는 분들 뿐이고 1박 2일이나 아빠 어디가 같은 프로그램 봐도 다 시골만 나오니까 지방은 시골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올해 대학 입학하면서 같이 다니는 친구 무리 중에 지방에서 온 친구가 있었어요
대구에서 왔다고 하더라구요
걔 빼고는 다 서울서 나고 자란 애들이라 우리는 촌에서 전교 1등해서 온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자취도 원룸에서 하는 게 아니고 학교 근처 제법 비싼 오피스텔에서 하고 입는 옷, 신발, 가방도 의외로 비싼 거였어요
그래서 저희는 시골에서 농사 크게 짓는 집인가보다 했어요
1학기 끝나고 방학하고 그 친구는 본가로 갔어요
여름이고 하니까 집에 가서 농사일 돕는 줄 알았어요
연락해보니까 운동가고 쇼핑하고 맛집가고 해외여행 계획 짜고 있더라구요
얘가 부모님 고생해서 농사 짓는데 참 철이 없구나 하고 생각 했었어요
그래서 부모님 고생하시는데 넌 놀 생각만 하냐고 하니까
1학기 성적 잘 나왔다고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하고 공부하기 전에 여행 많이 다녀보라고 해서 준비한다고 그러더라구요
부모님이 고생해서 농사 지으신 돈으로 그러고 살고 싶냐고 하니까
자기 부모님 농사 지으시는 분들 아니래요
그럼 뭐하시는 분이냐고 하니까 부모님 두 분 다 의사래요
거짓말 하지마라 지방에 사는데 무슨 의사냐고 하니까
저랑 친구들 4명 기차표 끊어줄테니까 확인하러 오래요
그래서 동대구역에 내렸더니 신세계 백화점이 있더라구요
거기서 1차로 놀랬고
우리 데리러 온다고 엄마차 빌려서 왔다고 했는데
엄마차가 외제차였어요 거기서 2차로 놀랬어요
친구 집에 가는 동안 빌딩도 많고 차도 많고 도로도 넓고 그렇더라구요
비포장 도로, 경운기 이런 거 한번도 못봤어요
친구 집이 범어동인가? 아무튼 그랬는데 아파트가 한 70평 정도는 되겠더라구요
친구가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간식 좀 내오고 우리 먹는동안 부모님 대학 졸업장이며 서재에 있는 논문들이며 들고 와서 부모님 의사라는 것까지 다 인증했어요
친구가 우리가 틈만 나면 시골에서 왔잖아 시골에서 전교 1등 했겠다 하는 말 때문에 상처 많이 받았었다고 그랬어요
자기는 전교 1등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고
오히려 부모님보다 못한 느낌 들어서 죄송할 때 많았다고
우리가 뭘 모르고 그런 소리하는가보다 하면서 넘기려고 했는데 점점 더 기분 상하게 하는 말들의 수위가 높아져서 직접 집에 데려와서 확인 시켜주는게 낫겠다는 생각 들었대요
저랑 친구들 다 너무 미안해서 몸둘바를 모르고 있었어요
다들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말을 하고 왔어요
집에 가는 길에 친구들 다들 미안함, 민망함 때문에 말이 없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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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송도 신도시 잘사냐는 글의 댓글에 욕 많았던 것처럼 역시나 그러네요
사실 인천 제외하고는 광역시 가볼 일이 없었어요
인천은 서울에서 차타면 금방이니까 그러려니 했고 가족끼리 여행 가도 강원도 바닷가 가고 해외 가고 그러니까 대전이나 울산, 광주, 대구, 부산 같은 곳을 가볼 일이 없었어요
제주도도 가본 적 있는데 그래도 제주도 사람들 다 말타고 다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몰랐던건데 서울에서 나고 자란데다가 친척들도 다 서울에 살면 서울 밖은 관심도 없고 왜 알아야하는지 필요성도 잘 모르니까요
지방에서 온 사람이 친구가 되고 알아가는 과정이 처음이다 보니까 잘 몰랐어요
친구한테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께 상처가 될 말을 한 것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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