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는 용기. 사설 보안업체 출동 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청년인데 어느날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중에 이상한 걸 발견함.
“꼭 글씨 같은데? 읽어줄까?”
“뭘 읽긴 읽어.”
“이거 이상한데? ‘꼬리에 압사당했다, 찍’이래.”
엥... 옆구리에 이상한 문장이 생겨났습니다
주말에 술 마시고 신문지 위에서 잤다가 배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너 이거 귀 뒤에 뭐냐? 희한한 데 문신을 했네?”
“야, 그거 뭐냐? 엉덩이 위에? 양아치 같은 데 타투를 했네?”
용기의 몸에 난 새로운 문장을 찾아냄.
용기가 타투를 했나? NO......
지워지나? NO......
그럼 이게 뭐임?
용기도 모름ㅠㅠ
‘늑대에게 죽고 싶어했던 그는, 사람에게 죽었다.’
‘오만한 판사가 죽었다.’
심지어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음ㅠ 혼란스러운 용기는 병원을 찾아감. 그런데……
“아, 이거 진짜 문신이 아니네요. 표피에는 전혀 흔적이 없어요. 한 층 안쪽부터 거꾸로 올라왔네요. 이런 시술이 있나?”
“전 시술 같은 거 받은 적 없어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글자인데요?”
“비슷한 게 세 개나 더 있어요.”
“어…… 제 소견으로는…… 조심스럽게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알코올 중독 상담이나…… 그게 아니라면 신경과에 가서 기억력 검진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미 취급만 받고 원인은 못 밝혀냄ㅠ
‘드릴도 고드름도, 지겨워.’
? 와중에 문장이 또 생겨났음; 이번엔 팔꿈치 안쪽임
문신도 아니고 이게 뭔데... 뭔 뜻인데.....
용기도 걍 미치겠음ㅠ
얘는 재화. 용기의 전여친임. 장르 소설가고 요즘에는 전에 발표했던 단편들을 모아 단편집을 내기 위해 교정 작업을 하고 있음.
그런데 재화의 교정지에서
용이 꼬리를 크게 휘둘렀고, 막 동굴을 빠져나가려던 청년이 꼬리에 압사당했다. 찍, 하는 소리가 났다.
늑대들도 죽었고, 사람들도 죽었고, 늑대족도 죽었다. 언젠가 늑대에게 죽고 싶어했던 그는, 사람에게 죽었다.
사람들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소리쳤다. “오만한 판사가 죽었다! 오만한 판사가 죽었다!”
얼음여왕은 이제 완전히 포기하기로 했다. 드릴도 고드름도, 지겨워.
용기의 몸에 있던 문장이 보인다면
어떻게 된 일일까?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지구에서 한아뿐
으로 유명한 정세랑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인생이 테트리스라면, 더이상 긴 일자 막대기는 내려오지 않는다. 갑자기 모든 게 좋아질 리가 없다. 이렇게 쌓여서, 해소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안고 버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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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징그러운 회충처럼 혈관 사이를 뚫고 돌아다니는 불안. 조용한 자기점검은 주말의 일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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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아직 이어져 있는 걸지도 몰라. 성층권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냄새 나는 연기들로부터 안전한 높은 하늘에 우리가 이어져 있는 어떤 망이나 막 같은 게 있는 걸지도. 텔레파시랄 것까진 없지만, 내가 널 생각하면 너도 날 잠시쯤은 생각해줄지 모른다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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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동안 쓰여온, 어쩌면 이미 바래버린 말들이지도 모르는데, 마음을 ‘조각’ 혹은 ‘마디’로 표현하고 나면 어쩐지 초콜릿 바를 꺾어 주듯이 마음도 꺾어줄 수 있을 듯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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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네 좌표를 알지 못해. 우리의 좌표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알지 못해. 네가 나빴는지, 내가 나빴는지, 우주가 나빴는지 알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