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없다는 걸 아는 건 ‘고통’ 그럼에도 ‘고군분투’ 할 수 밖에
불편한 진실을 말하지만 듣지 않는 가족들…실수를 지적받을 때 우리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나
남편의 셋째 동생이 주식 중독에 빠지면서 남편 형제들과 시어머니, 그리고 작가 본인까지 끝이 안 보이는 절망에 헤맨 자전적 경험을 담아낸 이 작품에서, 작가 본인을 반영한 주인공은 주식으로 형제들의 돈과 어머니의 아파트를 잃은 남편의 셋째 동생에게서 처음부터 도박중독의 가능성을 읽고 가족에게 경고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도박중독자에게 빚을 갚으라고 돈을 빌려주면 다시 그 돈으로 주식을 할 거라는 경고를 하지만 오히려 비난 섞인 반응을 경험한다. 심지어 그의 경고대로 둘째는 명의도용 피해를, 넷째는 부동산 사기를 당한 상황에서도 가족들은 첫째 며느리인 주인공이 자신들을 구제하지 않는다고 원망한다.
(중략)
주인공은 가족 중 유일하게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다른 이들의 반복되는 실수를 확인하지만, 그들을 경멸하진 않는다. 주인공은 사태의 원흉인 셋째에 대해서도 “가족들을 위해 주식을 했다는 것도 믿”는다 말하며, 셋째에게 명의를 도용당해 사채 빚을 떠안아 정신이 반쯤 나간 둘째에게도 “혹시라도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그는 작품 안에서 이 모든 일이 끔찍한 악의나 함으로 비롯된 게 아니라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무너지는 일상 앞에서 어떻게든 이성을 유지하려 발버둥 치는 주인공이 연민의 대상이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남편 식구들을 통해선 이 불행이 언제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닥칠 수 있다는 강한 두려움을 남긴다. 두려움 앞에서만 우리는 겸손해진다. 이것은 사건의 힘이 아닌 서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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