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정치인에 “암탉 울면 망해” “가시나”…뭐? 아직도 이런 말을 (msn.com)
남성 중심적인 정치 환경에서 여성 정치인을 상대로 한 남성 정치인의 성희롱과 성차별 폭력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증언이 터져 나왔다.
1일 학술지에 실린 ‘한국 정치영역에서의 여성폭력 양상과 제도적 대응 방안 연구’ 논문을 보면, 남성 정치인이 여성 정치인에게 가하는 성추행과 성희롱, 외모 평가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논문은 중앙대 의회학과 첫 박사학위자인 홍미영 전 국회의원이 김경희 중앙대 교수(사회학과)와 함께 국회의원 5명, 지방의원 3명, 보좌진과 당직자 등 여성 10명을 지난 5월 심층 면접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홍 전 의원은 1991년 인천 부평구의회 의원을 시작으로 인천시의회 의원, 제17대 국회의원, 부평구청장을 차례로 지냈다.
“학교 동기인데 저보다 먼저 국회의원을 한 동료 의원이에요. 어느 날 당직자들과 노래방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은근슬쩍 절 만졌어요. 그래서 깜짝 놀라 손을 탁 때렸더니 그 다음부터 서먹서먹해지고 관계가 나빠졌어요.”-ㄱ씨
“가끔 몇몇 도의원들이 ‘누님 한 번 안아줄까?’ ‘누님 의원님은 내가 안아보자’ 이러면서 자기들끼리 웃어요.”-ㄴ씨
심층 면접에 참여한 여성 정치인들이 밝힌 성희롱 피해다. 여성 국회의원조차 동료 남성 의원의 성폭력에 수시로 노출된다.
일상적인 성희롱·성추행은 남성 정치인이 ‘여성’을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여성혐오’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성혐오(Misogyny)’는 여성이란 이유로 특정 성 역할을 강요하거나 차별하는 것 등을 일컫는다. 남성 정치인의 ‘여성혐오’는 시대와 한참 동떨어진 발언에서 드러난다.
“정치에 막 입문한 시기에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과 ‘가시나’라는 호칭을 의원총회에서 들은 경험이 있다”-ㄱ씨
“식당 복도에서 나이 많은 의원과 딱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니까 ‘어떤 방에 있어? 오빠가 계산할게’ 하는데, 여성 의원이 나이가 많은 남성 의원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겠더라. 동료가 아닌 여동생(으로 봤다)”-ㄷ씨
“우리 시의회는 남성 의원들이 여성 비례대표 의원을 거의 가정부처럼 얘기한다. 비례대표직은 당에서 몇 년씩 뒷바라지해야 얻을 수 있는 자리이고 그동안 당에서 그렇게 습관이 돼서 비례대표로 의회에 들어와도 남성 의원들은 여성 의원이 그런 걸 하는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한다”-ㄹ씨
남성 중심적인 정치 문화는 여성 정치인이 그 피해를 드러내기 어렵게 만든다. 논문은 이런 조직 문화가 미래의 정치 주역으로 활동할 여성 보좌진들의 정치활동 범위를 제한해 역량을 위축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