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주, 인경이 왜 이렇게 고구마죠?’ ‘이제 제목을 유령 난초로 바꿔야 할 듯요.’ ‘정서경 작가는 역시 영화네요.’(SNS 게시판) 호기롭게 시작한 tvN 주말극 ‘작은 아씨들’이 단풍철도 아닌데 산으로 가고 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고 아직 6회가 더 남았지만, 여전히 답답한 고구마 전개와 투머치 꽈배기 설정 탓에 흥미가 반감되고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은 여전히 엄지척일지 몰라도, 중도층은 이탈 움직임이 보인다. 복선과 메타포, 맥거핀은 적재적소에 심어놔야 효과가 극대화될 텐데 여기저기 남발하다 보니 드라마가 추리 대결 퀴즈쇼가 되고 있다. 지금껏 발연기 논란이 없던 김고은마저 오롯이 인주가 아닌 ‘도깨비’ 지은탁이 간혹 보이고, 연기 신동 소리를 들었던 남지현도 수습 못 하는 사고뭉치로 나오며 아직 닉값을 못 하고 있다. 막내 인혜마저 유학에 눈이 먼 고집불통으로 그려지며 ‘쟤 어떡하니’를 연발하게 한다. 극 중 스스로에 갇힌 세 자매보다 시청자들의 정보량이 많다 보니 탄식과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각본과 연출이 매끄럽다는 건 아니다. ‘1~2회까지만 본 사람이 승자’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총체적 난국까진 아니지만, 2시간짜리 서사와 플롯에 익숙한 작가가 12부작 드라마를 하드캐리하지 못 하며 자기 한계를 노출 시켰다는 성급한 해석까지 나온다. 그럴듯한 세계관과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해줄 것처럼 빌드업하다가 결국 뱀 꼬리가 된 ‘빅마우스’처럼 ‘작은 아씨들’도 명품 백화점으로 시작해 아울렛으로 끝날까 봐 조마조마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청률은 7~8%를 오가며 선방중이다. 당장 ‘마더’와 비교하는 의견이 많다. 정서경의 드라마 데뷔작 ‘마더’(2018년)가 호평 속에 16부를 화려하게 닫았는데 ‘작은 아씨들’도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는 쉴드다. 하지만 ‘마더’는 검증된 동명의 일본 원작을 토대로 했고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토핑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기존 건물에 도배, 장판만 했던 ‘마더’와의 비교는 적절치 않다는 점에서 의문의 1패다. 방송가에선 ‘작은 아씨들’에 대해 현재까진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쪽이 더 많다. 필력은 인정하지만, 김은숙을 능가할 정도의 톱티어인지는 좀 더 봐야겠다는 신중론이다. 무엇보다 대들보처럼 중심을 잡아줘야 할 드라마 얼개가 헐겁고, 강약 조절 없이 세부적인 디테일에 신경쓰다보니 피로감이 쌓인다는 지적이다. 세 자매가 각각 원령가와 얽히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개연성 부족이 드러난 것도 감점 사유 중 하나다. (중략)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을 쓴 명품 작가답게 뻔하고 식상한 루트 말고 신박한 길을 보여줄 거라 믿는다. 작가도 안타까웠는지 작품으로 얘기하면 될 텐데 보도자료까지 내며 확성기를 들었다. ‘여러분들의 답답함을 잘 안다. 7회부턴 당신들이 원하는 게 나온다’며 사이다를 예고했다. 계속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개연성을 좀 더 갖춰 임성한 작가와 결이 다르다는 걸 확실히 보여줬으면 좋겠다. https://v.daum.net/v/20220923061117779
추천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