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대한민국에 커다란 비극이 벌어졌다. 핼러윈을 즐기려던 젊은이 156명이 희생된 것이다. 모든 사고가 그렇듯, 이번 사건에서도 ‘이랬다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경찰이 공개한, 당일 112에 걸려온 신고 내역은 그날의 참사를 예견하고 있기에 더 안타깝다. “그 골목이 지금 사람들하고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그니까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 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막 지금 너무 이거 사고 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막 압사당할 것 같아서… 좀 부탁드릴게요.” 경찰은 왜 이 신고에 대응하지 못했을까. 지금까지 별 사고가 없었으니,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안일하게 생각했던 건 아닐까. 경찰의 부실한 대응을 지적하고, 행안부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동원해 가며 이 사태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행위는 규탄받아야 마땅하다.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는 바람에 이번 참사가 났다는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위원장의 SNS 게시물이나, “예전에는 폴리스라인을 치고 한쪽으로만 통행하게 했다”는 한국판 괴벨스 김어준의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안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갑자기 달라지지 않는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2014년, “우리 복지제도가 참 민망하다”고 SNS에 썼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이와 비슷한 사건이 수십 건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하지 않았나. 이번 이태원 참사의 근본 원인은 코로나가 끝나 예년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린 탓, 지금 대통령이 문재인이었다면 이번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2017년 5월,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데는 그보다 세월호 사고가 큰 역할을 했다. 이게 직접적인 탄핵 사유가 된 것은 아니지만, 헌재의 탄핵 결정문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명시돼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 방명록에 쓴 ‘미안하다. 고맙다’가 일종의 자기고백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다. 그래서일까. 좌파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를 제2의 세월호로 만들려고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재난을 정치화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진짜 문제는 유가족이다. 오랜 기간 좌파들에게 이용당한 나머지, 아직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진상 규명을 외치는 분들이 상당수이지 않은가.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일은, 그게 어느 정권 하에서 벌어졌든, 그 자체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망을 고치자.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그분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니까.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2/11/05/5DK3OQJBRNGTREZCK2IWB7T7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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