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태일, 촛불을 들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1970년 11월 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에서 22살의 청년 전태일은 불타는 몸으로 절규했다. 전태일의 죽음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 처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한국 사회에 알렸고, 노동조합을 탄생시켰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새롭게 개정시켰다.
2022년 11월 그래서 우리 노동자들은 행복할까 묻는다면 씁쓸한 미소를 금할 수 없다.
청계천 평화시장 다락방에서 노동착취를 당하던 어린 여공들은 죽도록 일하며 피를 토했다. 죽지 못하면 해고되었던 어린 여공들은 오늘날 빵 공장의 청년으로 존재한다. 지난 10월 15일 SPC그룹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사망했다. 회사는 사고 이튿날 곧바로 일부 기계의 가동을 재개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처참하게 숨졌는데 하루 만에 같은 장소에서 일하라고 노동자들을 내몰았다. 심지어 사고 당시 고인이 2인 1조로 일했다는 사 측의 설명과는 달리, 혼자서 일하다 참변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태일이 그토록 외쳤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라는 외침은 어디로 갔을까. 아직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노동 현장이 노동자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정부 통계를 보면, 지난 한 해에만 산업재해자가 12만 2713명, 사망자가 2080명에 이른다. 매일같이 336명이 재해를 당하고 6명이 목숨을 잃은 꼴이다. 올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어도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되레 지난 6월까지 산업재해자는 전년 대비 5.4퍼센트 증가했고 그중 사망자는 0.5퍼센트 증가했다.
기업들이 이윤을 거둘 동안 노동자들은 단독 작업과 과로로 내몰렸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하는 기계, 설비, 컴퓨터들이 투입됐지만, 노동자들은 기계에 끼여서, 빨려 들어서, 추락해서 목숨을 잃었다.
기업들의 반노동적 행태가 바뀌지 않는 것은 이를 눈감아주는 정부가 있기 때문이다. 사고 책임자를 처벌해 산재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의 안전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를 기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노동부에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규정의 삭제를 제안한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전태일은 풀빵으로는 여공들의 처지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바보회와 삼동회를 조직했고, 근로기준법을 공부했다. 그리고 최후의 보루로 자신의 몸을 불태웠다. 우리가 넘어야 할 최후의 보루는 무엇일까. 적어도 ‘사람답게 일할 권리’ ‘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가 통용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은가. 지금의 정부는 노동자에게 사람이라는 가치를 적용하지 않는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
윤석열 퇴진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섬기지 않는 정권은 국민들에게 버림받는다.
이 땅의 노동자들이 제2, 제3의 전태일이 되어 촛불을 들자. “더 이상 우리를 죽이지 말라“ 그렇게 외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