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조연경 기자]
-1+1 이벤트 효과? "전체관객 0.1% 수준"
-마케팅 비 30억? 25억 채 안돼..
-스크린 독점? 점유율 여전히 '1등'
축하가 우선인 자리에 자꾸 찬물이 끼얹어진다.
영화 '광해, 왕이된 남자'(감독 추창민)가 올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두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 됐다. 한국 영화계에서 1,000만이라는 숫자가 지니는 의미는 상당하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배우에게는 1,000만 스타라는 타이틀이, 작품은 한국 영화계에 길이 남을 족적을 새기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기록으로 남는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1,000만 관객이 영화를 접했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작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는 동시대 사회 분위기를 대변하기도 하고 관객이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는 예가 된다.
'광해, 왕이된 남자' 1,000만 관객을 넘겼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처럼 축하 메시지 보다는 그 외적인 것을 겨냥하는 눈초리가 상당하다. '1,000만 관객 돌파 이유가 영화 제작 배급사인 CJ의 이벤트 꼼수다, 여태 스크린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부었다' 오해는 오해를 낳았고 이는 곧 진실처럼 받아들여졌다.
◈1+1 이벤트 효과? 실제 관객 얼마나 모였나 봤더니..
'광해, 왕이된 남자'는 1,000만 돌파를 눈 앞에 두고 1+1 이벤트 의혹에 휩싸였다. CJ 측이 1,000만 돌파를 위해 꼼수 피운다는 것. 10월4일부터 진행된 이벤트는 쌍둥이거나 이름에 '광'이나 '해'자가 들어가면 티켓 한 장을 더 준다는 것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1,000만 명 중 500만 명이 이벤트를 통해 '광해, 왕이된 남자'를 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뉴스엔 확인 결과 21일자로 종료된 이벤트 혜택 관객 수는 약 4,100명이었다. 이는 1,000만 관객 중 0.1%에 채 해당하지 않는 수치로 오히려 이벤트를 하지 않으니만 못한 정도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영화가 개봉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영화사나 홍보사, 배급사 측에서는 당연한 수순으로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는 비단 '광해, 왕이 된 남자'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며 "가끔 이벤트를 핑계로 표를 공짜로 나눠주는 영화들도 있다. 대부분 잘된 작품이 없기 때문에 '광해'에 유독 불똥이 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 "기본 홍보도 하지 말란 소린가"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순 제작비 60억에 마케팅 비용 약 22~25억 가량이 들어간 작품이다. '광해, 왕이된 남자' 마케팅비는 당초 22억으로 잡혔지만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1,000만 행사 등 개봉 이후 일정이 잡히면서 예상보다 웃돈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현재 '광해, 왕이된 남자' 홍보비가 30억이라는 표현하기 쉬운 비용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1억이 아까운 상황에서 엄밀히 따지면 30억까지 사용되지는 않았다는 것. 물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마케팅 비용이 7억 정도 쓰여진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이지만 두 작품은 출발선에서부터 노선을 달리 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누군가 22억이건 25억이건 30억이건 '억' 소리나는건 맞지 않냐고 되묻는다면 60억이 들어간 상업영화로서 흥행을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는 기본 홍보도 제대로 하지 말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또 아무리 홍보를 많이 한다고 한들 영화 자체의 힘이 없다면 흥행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관객의 외면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CJ 측 관계자는 뉴스엔에 "돈을 들인다고 해서 모든 영화가 다 성공한다면 속된 말로 성공시키지 못할 작품이 어디 있겠냐"며 "올해 CJ가 개봉한 영화 중에서도 우리 입장에서는 반드시 흥행시켜야 할 작품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너무 왜곡된 시선으로 봐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최고 화두 '스크린 독과점' 핑계아닌 해명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가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후 한국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형 배급사와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스크린 수를 많이 잡으니 관객이 찾아 볼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만든 1,000만 숫자가 무슨 소용이냐는 내용이었다.
저예산 혹은 예술 영화들에 대한 외면은 한국 영화계의 고질병으로 대두됐다. 그 중심에는 돈 많이 들인 자신들의 상업영화를 잘 되게 하기 위한 대형 배급사의 철면피 스크린 독과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멀티플렉스 관계자들도 할 말은 많다.
한 관계자는 "CJ는 CGV와, 롯데는 롯데시네마와 수직관계에 있어 자체 배급 영화들의 스크린을 많이 잡아준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금으로썬 어떤 말을 해도 핑계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해명이라 표현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스크린 수는 좌석 점유율과 연관된다. 돈을 벌어야 하는 극장 입장에서는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를 더 많이 선보일 수 밖에 없다"며 "'광해, 왕이된 남자'를 예로 들었을 때 만약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 비해 CGV 관이 많다면 단연 문제가 된다. 하지만 세 극장 스크린 수는 엇비슷 하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팀도 입을 열었다. "언론 배급 시사회를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전한 한 홍보 관계자는 "스크린 수는 마케팅 팀에서 왈가왈부 할 수 없는 문제다. 언론 배급 시사회 이후 배급사 관계자들이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한 후 스크린 수에 대한 논의를 한다"고 밝혔다.
◈정작 영화를 본 1,000만 관객 눈은 '막눈'?
영화는 개인차에 의해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다. 역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여섯 작품들에 대한 평가도 지금까지 엇갈린다. "1,000만 끌어모을 만 하다", "이해가 안 간다" 등 반응은 작품이 짊어지고 가야 할 관객들의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평이다.
하지만 마케팅, 이벤트 등을 언급하면 할 수록 1,000만 관객은 흡사 홍보와 배급사에 놀아난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영화가 재밌고 좋아서 찾아 본 관객들의 눈까지 왜곡시키는 것은 볼 성 사납다. 눈 높아진 관객들에게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재미와 질이다.
어떤 말을 덧붙여도 '스크린에 많이 걸어 놓으니까 볼 만한 영화가 그것밖에 없고, 많이 보니까 평가가 쏟아지고, 그럼에도 마케팅은 지속되고 관객은 또 본다' 악순환 주장의 연속이다. 이 연결 고리는 쉽사리 끊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서로 물고 뜯고 욕하고 질타하기 전 모두가 잘 되는 가장 바른 방법을 찾는 것이 한국 영화계를 살릴 수 있는 지름길 아닐까.
조연경 j_rose1123@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