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깔 좋은 촬영과 후작업, 자료실에 잠자고 있던 방송사의 현장 영상, 얼굴을 드러낸 성범죄 피해자의 절박한 증언. ‘K드라마’에 이은 ‘K다큐’가 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적잖은 시청자들은 “더러워서 볼 수가 없었다” “성착취 동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얼굴만 모자이크한 채 알몸 여성들의 음부와 음모가 화면을 채우고, 글로 옮길 수 없는 성행위 언어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알몸이 나와야 시청자가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는 건 아닌데도 그렇게 했다. 누군가는 “다큐 포르노”라고 했다.
제작진은 “실제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피해자가 실명으로 나선 것도 ‘면책’의 주요 근거다. 하지만 원래 성범죄 보도에서는 ‘노출’만큼 ‘보호’도 크게 신경 쓴다. 범죄 보도가 ‘범죄 교과서’가 되지 않도록, 피해자 삶이 악화되지 않도록 언론은 ‘적정선’을 지킨다. 넷플릭스에 나온 자료화면이 정작 MBC에는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성폭행당한 여성 신도는 여러 편에서 다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젊고 아름다운 외국 여성의 사례를 가장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다’며 그 과정을 소상히, 반복해 보여주는 것, ‘성 착취적 시선’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넷플릭스에는 세계 각국에서 이런 소재의 다큐가 올라오지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선정적인 콘텐츠는 본 적이 없다. 사악한 사건을 사악하게 다뤘다. 이런 의문이 든다. ‘거악’을 ‘악’으로 다루는 건, 불가피한가.
그런 넷플릭스가 이 다큐에 투자한 이유는 뻔하다.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가 피해자를 선정적으로 다루고, 대중이 흥분해 린치 태세를 갖추고, 뒤늦게 공권력이 올라타는 ‘악마 사냥’ 오락의 시대가 열렸다. 이게 넷플릭스가 원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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