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대학을 다닐때였으니까 한 2,3년쯤 전의 일이야
시골에서 상경해 자취를 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날 집에서 할머니가 쓰러졌다고 전화가 온거야
어렸을적부터 날 돌봐주시곤 하던 할머니이신 만큼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집에 내려가 병원으로 갔어
다행히도 별일 아니었지만, 만약을 대비해 일주일정도 학교도 아르바이트도 쉬기로 했어
내가 쓰던 방은 이미 동생방이 되버려서 그냥 거실에서 뒹글거리다가 심심한 나머지 고향에 남아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어
다들 일을 하거나 학교를 다니느라 바빠보이긴 했지만, 역시나 그중에도 한가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
현안에 있는 대학에 다니던 친구가 세명(A, B, C)이 있어서 다음날에 만나기로 했어
만난다곤 해도 그 마을, 아니 현자체가 워낙에 시골이라 할거라고는 노래방이나 볼링, 아니면 차로 30분 걸리는 게임센터에 가서
다트나 당구를 치는 정도?
술이나 마시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일주일이나 알바를 못하게 됐으니 다음달 생활비가 부족하기도 해서 내가 거절했어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질리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드링크바에 붙어있는 것뿐이었어
내가 돌아가는 날을 이틀 앞둔 화요일 밤의 일이야
매일같이 어울리던 세 명 중 두 명과 방금 말한 그 패밀리 레스토랑에 있었을 때야
나 「아 진짜 심심하다. 여전히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는..」
A 「그야 도쿄에 비하면 그렇지, 좋겠다 너는」
B 「야, 그럼 거기 갈래?」
B가 말한 '거기'라고 하는 곳은 우리 세대에선 꽤나 유명한 '폐 병원'이야
소문으로는 수술실엔 아직도 기재나 메스등이 그 대로 있다는 둥, 지하에엔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둥
간호사 유령이 나온다는 둥 하는데 뭐 그런 장소에 어울릴만한 뻔한 이야기들이지 뭐..
솔직히 난 별로 땡기진 않았었는데, A와 B가 불이 붙어서 나중엔 그날은 다른 현에 가 있던 C까지 불러냈어
그 폐병원은 꽤 오래전에 망했다고 하는데 논과 밭투성이인 우리 마을보다도 더 시골인 곳에 있었어
시골은 땅값이 싸서 그런지 몰라도, 3층 건물이었는데 오래전 지어진 것치고는 상당히 훌륭한 외관을 하고 있었어
A 「내가 아는 선배 친구가 여기서 담배 꽁초를 버렸다가 갑자기 이상해졌대. 계속 ×××마을로 돌아갈거란 말만 반복하고 있대.
그 사람은 △△에 사는데...」
아오..미치겠네...아니 그런건 좀 오기 전에 말해야지!!! 내가 사실 이런거에 좀 약하거든..
그래도 겁먹은 것처럼 보이긴 또 싫어서 그냥「아 진짜?」하면서 가볍게 흘리는 척 했어
병원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어.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밭이나 띄엄띄엄 있는 전봇대가 다였어.
병원 정면에 있는 유리문에는 쇠사슬과 작은 자물쇠로 단단히 잠기어 있었어
가끔씩 우리처럼 한가한 놈들이 여길 오가는 탓인지 쓰레기나 낙서등으로 어지럽혀져 있었고 창문도 거의 다 깨져있었어
나 「어떡할래? C가 올때까지 기다릴까?」
A 「그냥 먼저 들어가자~! 어짜피 주차해놓은 거 보면 알겠지」
B 「그럼 내가 먼저 들어갈게. 창문으로 들어가면 되겠다」
편의점에서 사온 싸구려 손전등을 각각 한손에 들고, 우리는 병원 안으로 들어갔어.
지금 생각하면 진짜 그때 그만 뒀어야 했는데...
창문을 넘어 안쪽으로 뛰어내리니 깨진 유리를 밟아서 빠지직하는 소리가 났어.
그때 왠지 난 갑자기 추워져서 온몸에 닭살이 돋았어. 진짜로 바로 도망가고 싶었는데 B랑 A가 성큼 성큼 걸어가 버려서...
차 열쇠를 A가 갖고 있으니까 돌아갈 방법도 없고...나는 혼자 남겨지기 않도록 서둘러 따라갈 수밖에 없었어
사실 제일 뒤에서 걷는게 진짜 무서운 거잖아.
앞은 잘 보이지도 않고 갑자기 뒷쪽 복도에서 사다코 같은 녀석이 달려오기라도 하진 않을까 진심으로 무서웠어. (아마도 링에서
나온 그 귀신 이름인 듯ㅋ 아시죠? 우물에서 기어나오거나 TV화면 뚫고 나오는 왜 그 앞머리 길게 늘어뜨린 여자귀신)
접수처가 있는 넓은 공간에 나오고.. B가 주위를 손전등으로 비추니 그대로 방치되고 있던 장의자라든지 바닥에 흩어진
서류 따위가 먼지 투성이가 되있었어. 간호사실 안쪽도 선반이 넘어져 있고 창구가 갈라져 있기도 한게 상당히 음침한 분위기였어
A 「우와 죽인다」
왠지 즐거워보이는 목소리로 A가 말하자 뭔가 메아리처럼 안쪽에서 목소리가 울려왔어.
A 「어디 가?」
B 「역시 지하엘 가야지!! 시체 보자구 시체」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 왠지 진심으로 싫었다구. 꺼리직했던 난 A와 B를 설득해서 위로 올라가자고 했어.
솔직히 이제 나가자고 하고 싶었지만...바보같이 보이겠지만 그땐 돌아가겠다고 했다가 겁쟁이 취급당할까봐 그러질 못했어.
우리가 병실이라든지 진찰실 같은델 둘러보면서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나는 이상한 것을 보았어
계단을 올라갈때 나는 꽤 겁먹고 있었기 때문에 힐끔힐끔 뒤를 돌아 보고 있었는데
벽이라고 할지..계단 끝쪽이라고 할지? 그 구석탱이에서 다리가 보였어.
그러고 보니 그 벽 너머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어. 아..진짜 완전 너무 무서웠어.
다리가 얼어붙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어. 앞서가던 B가 「왜 그래?」하고 말을 거는 순간
뭐랄까.. 묶여 있다가 풀려나기라도 한것처럼 갑자기 멀쩡해져서 그저 기분탓이라 생각하고 두사람 뒤를 따랐어
2층이나 3층은 좀 무섭긴 했지만 딱히 별거없이 끝났어.
휴계실이었는지 흡연실이었는지에 남아 있었던 낡아빠진 텔레비전이 깨져 있었는데
그걸 보고 A가 「아~이거 Y선배가 한 짓이야」하면서 웃었던 정도?
그렇게 1층으로 돌아오자 A와 B는 당연하기라도 한 듯이 지하로 내려가려고 하는거야. 이 때는 나도 진심으로 말렸어
나 「아 진짜 저긴 가지 말자! 위험해!」
A 「뭐? 너 겁먹었냐?」
B 「에이~진짜 겁쟁이구나 너? 아이고~무쪄워용?ㅋㅋ」
그렇게 놀림을 당하자 화가 나기도 해서 나도 같이 내려가기로 해 버렸어
지하는 꽤 어두웠던 것 같아. 달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만으로 이렇게나 다르구나 하면서 근처를 비춰봤어.
복도에 놓여진 의자나 벽에 걸려 있는 소독약병, 휠체어 같은게 널부러져 있었어
그런데.. 왠지... 윗층에 비해 상당히 잘 정리되있는 것 같달까.. 뭔가 깨끗해 보이는게 오히려 위화감이 느껴졌어.
A는 가까운 방의 문을 열어보고, B는 복도 안쪽으로 손전등을 비춰보고 있을 때였어.
B 「야야, 저게 수술실인가봐?」
손전등의 불빛이 간신히 닿을 정도의 거리에, 드라마 같은데서나 봤던 플레이트가 보였어
[수술중]이라 써있고 그 밑에 빨간 불이 켜지는 그거 말야
손전등으로 비춰봐도 글씨는 전혀 안 보였는데 B는 신나는 듯이 앞쪽으로 걸어 나갔어. 그러자 A도 그걸 따라가고..
나는 이 때부터 속이 메스꺼워졌어. 귓속에 물이 들어갔을때 같은 감각이 쭉 계속되고 꼭 감기에 걸린것 같은 느낌도 나고..
잘 설명은 못하겠는데 암튼 정신이 불안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났어. 그래도 혼자 남겨지는건 무서웠으니까...
등 뒷쪽으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채로 둘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A가 깔깔대고 웃기 시작했어
깜짝 놀래서 앞을 보니 B가 발라당 자빠져서 A가 그걸 보고 웃은 거였어
A 「야 너 뭐하냨ㅋㅋ바보ㅋㅋ꼴 좋닼ㅋㅋㅋ」
뭐라뭐라 하면서 손전등으로 B를 비추고 웃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꽤 시간이 지나도 B가 일어나지 않았어.
어쩐지 걱정이 된 A와 나는, 「왜그래? 괜찮아?」하면서 B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 얼굴을 쳐다봤어.
곧 뭔가 잘못됐단걸 알았어. 눈을 꼭 감고 이를 악물은 채로 정강이 근처를 양손으로 감싸고는 낮게 신음하고 있었어.
나 「왜 그래?어디 부딪쳤어?」
초조해져서 물어보지만, 상당히 많이 아픈 건지 B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어
「아 아 아」아니면「으으으」하고 그저 신음소리를 낼 뿐이엇어
A[야 좀 치워보자? 괜찮지? 넌 여기 좀 비춰봐」
내가 손전등을 두 개 다 들고 B의 다리를 비추었어
A가 당황해하면서 B가 다리를 꼭 감싸쥐고 있던 손을 치우더니(B가 아파하며 많이 저항했지만)
A가 「으악!」하고 소리를 질렀어. 나도 「어? 왜? 뭐!!?」하면서 자세히 보니.....
지금 다시 떠올리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토할 것 같은데...진짜 그 때는 어떨떨했었어
아...미안... 좀 신경이 날카로워지네..
B의 정강이쪽이랄까 종아리 앞쪽으로 뼈에서 제일 가깝고 살은 없는 부분 있잖아.
불빛을 비추었을때 희미하게 보였던 하얀 것은 아마 뼈였던 것 같아. 그리고 피가 진짜로 엄청나게 나오고 있었어
A가 놀라서「야!! 뭐야 이거!!?! 왜 이래?? 야! 야!」하고 외쳐 물었어
나도 영문을 몰랐지만 여기가 뭔가 위험하다는 건 벌써 눈치챈 거지!
빨리 나가자고 A에게 말하고, 둘이서 B를 부축하려고 A가 B의 어깨를 걸치고 내가 반대측을 잡으려 할 때였어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그 것'을 보았어... B가 떨어뜨린 손전등이 수술실 문을 비추고 있었어.
어느샌지 그 문이 열려있고 그 안에서 뭔가 이상한 것이 여기를 보고 있었어.
왜 깜깜할 때 사람 얼굴에다 불빛을 비추면 윤곽이 멍해보이고 눈에 빛이 반사되서 왠지 무서워 보이는거 있잖아?
그걸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어.
몸은 좀 두리뭉실하달까... TV에서 자주 나오는 엄청나게 살이 찐 사람 있잖아..
왜 너무 뚱뚱해서 뱃살이 흘러내릴것 같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 본적 있지?
크기는 보통 인간 정도였는데 옆으로 퍼진게 장난 아니게 넓었어.
'그것'이 몸을 양 옆으로 뒤뚱뒤뚱하면서 여기로 점점 가까워져 오는 거야. 온전히 그걸 볼 수 있던 것은 딱 거기까지...
A가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B를 질질 끌다시피해서 도망치려고 했어. 나도 비명을 질렀었을 거야
정말 아무 생각도 안났는데도 불빛이 없어지는 것만은 무서웠던지 손전등은 양손에 단단히 쥐고
B의 팔을 내 팔로 팔짱을 끼듯이 잡고 A랑 같이 질질 끌었어.
근데 그러니까 불빛이 앞을 향하질 않게 되니 앞이 잘 안 보였어. 그게 또 무서워서 패닉상태가 되버렸어.
그 와중에도 일단 어떻게든 계단 근처까지 B를 질질 끌고오긴 했는데 우리 앞쪽 방향에서..
복도 저 안쪽에서 갑자기 뭔가 차르르르 차르르르 하는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가 점점 커지길래 뭔가 하고 내가 양손으로 손전등을 비췄더니 아무도 타지 않은 휠체어가 어느새 우리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어. 내가 손을 놓친 탓으로 균형을 잃고 무너져버린 B와 A를 향해 그 휠체어가 달려들었어. 상당한 기세였던것 같아.
B가 바닥에 쓰러지고 A는 정말로 이번이야말로 패닉이 되었었어.
「우 아 아 악!!!!!!!!!!」허고 외치면서 발로 차버리고는 비명을 지르며 반대방향으로 죽어라고 뛰어갔어.
A가 계단까지 지나쳐버리고 달려가길래 내가 A를 외쳐불렀지만 들리지도 않는가봐. 그대로 소리지르면서 뛰어가더라고...
A의 절규가 점점 멀어져 희미해지자 나도 울부짖으면서 B의 팔을 잡아끌다가 손전등을 양쪽 다 떨어뜨리고 말았어.
당황해서 주우려고 얼굴을 밑으로 향했을 때... 하... 난 그 때 이젠 죽었구나..생각했어...
그 얼굴은 분명하게 보였어. 아이의 얼굴이었어...얼굴만 보였어.
만약 몸도 있었던 거라면 내 다리 사이에 끼여서 나를 올려다 본거였겠지...
완전한 무표정은 화가 난것처럼 보이기도 하잖아? 딱 그런 표정이었어
떨어뜨린 손전등이 그 얼굴을... 옆쪽에서 비추고 있는 상태였어. 나는 그대로 도망치고 말았어
정말로 몇번이나 몇번이나 B와 A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또 사과해도...아니 그럴 자격도 없지만...
나는 진심으로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어.
A처럼 계단을 지나쳐 버려선 안된다고 그것만큼은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벽을 따라 정신없이 달리고
마침내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 굴렀는데 그대로 기다시피해서 계단을 올라왔어.
1층으로 돌아오면 어두운 곳에 눈이 익숙해지고 있었던 탓인지 달빛으로 주위가 잘 보였어.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정면 현관을 향해 달려가 손잡이를 당겼지만 작은 자물쇠와 쇠사슬 때문에 나갈 수 없었어.
다시 되돌아가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고 앞말고 다른곳을 보면 또 아이라든지 뭔가 보일 것 같아서 진심으로 무서웠어.
철컥철컥 마냥 문을 잡고 흔들고만 있는데 부아앙~하고 굉장한 소리가 앞에서부터 들려왔어.
그런데도 필사적으로 문을 열려고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앞에서 나타난 오토바이가 빙그르 유턴하더니 라이트로 날 향해 비추자
나는 겨우 멈추었어. 눈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었거든. C가 온거였어. 이 때야 간신히 이젠 살았구나 생각했어.
오토바이 라이트를 끄고 헬멧을 미러에 걸고는 C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봤어.
이쪽으로 가까이 오더니 두꺼운 유리 너머로 「너 뭐 하냐?」라고 했던가...잘 들리진 않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여기서 내보내달라 외치고, C가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옆으로 걸어가자 시야에서 사라지기라도 할까봐
난 또 필사적으로 창을 사이에 두고 C한테 바싹 붙어서 옆으로 따라갔는데 거기엔 정확히 내 허리쯤 오는 위치에 창이 깨져있었어.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몰랐었던 거야.
C가 「아-여긴 좀 위험할라나?」했지만, 나는 그 아슬아슬한 틈새에 몸을 쑤셔넣다시피 해서 밖으로 빠져나왔어.
내가 심상치 않은 기세로 달려들자 C가 위로 들어올리듯이 끌어당겨 주어서 겨우 밖에 나올 수 있었던건데
그제서야 심장이 고장난듯이 마구 뛰고 있었어.
C가 끌어당기며 「너 왜그래?」라고 물었지만 대답을 할 수 있었던건 아마 2, 3분쯤 지나서였을 거야.
나는 영문을 몰라 당황해있는 C에게 필사적으로 소리지르며 여기를 벗어나자고 했어.
사태를 설명하기보다 어떻게든 일단 여기를 떠나고 싶었어.
C는 「뭐어? 애들은? 걔넨 어딨어?」라고 물어도 반쯤 이성을 잃은 나는 필사적 도망가려 할 뿐이었어.
마지못해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날 뒤에 태운 뒤 출발했어.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도 뒤에서 뭔가 따라오고 있지는 않을까해서 몇번이고 무리해서 뒤를 돌아보려다가
「위험하잖아!」하고 C에게 혼이 났어.
이윽고 C는 병원에서 2, 3킬로 정도 멀어진 편의점에서 오토바이를 세우고,
「아 진짜 왜그러는거야 너!!??!」라고 화가 나는듯 소리를 질렀어.
나는 그제서야 C한테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숨도 쉬지 않고 지껄여댔어.
있는 그대로 말한다고는 해도 그 때의 나는 지금까지의 일, A와 B는 어떻게 됐을지,
그리고 그때 본 귀신들이 머리속을 빙빙 맴돌고 있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어 횡설수설 했을꺼야.
분명히 「우리가 거기 지하에 갔다가 B가 넘어지고, 안쪽에서 뭔가 나와서 A랑 B를 데리고 도망치려고 했는데 A가 또 앞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휠체어에 부딪쳐서 패닉상태가 되서 어딘가 가버리고, 나 진짜 무서웠는데 뭔가 다리 밑에 어린애 얼굴 같은게
보여서 혼자 도망쳐버렸어」이런 설명을 「엥~?」하고 반응하는 C에게 두세번은 얘기했나봐.
좀 말도 빨랐고 혀도 꼬이고 했던데다 말도 안되는 얘길 해 대니까 여기까지 휘둘리듯 끌려온 C는 좀 승질이 나긴 했을거야.
그래도 내 상태가 심상치 않았던데다 내 말에서 좀 으스스한게 전해지긴 했는지 화를 내진 않았어.
C 「너네 지금 짜고 나 놀리려는 거지?」
나 「아니라고!!! 진짜 지금 위험하다니깐!!!!」
내가 너무 크게 소릴 질렀는지 편의점 점원이 「무슨 일이세요?」하며 밖으로 나왔어.
가게 안에서 물건을 고르거나 하고 있던 놈들도 이상한 눈으로 이쪽을 봤어.
나는 어쨌든 「아무것도 아니에요」하고 점원을 되돌려 보내고 청바지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연락했어.
(더 이상 사태를 설명하는 시간도 아까웠거든)
조바심이 나서 청바지의 질긴 천 속에서 핸드폰을 쉽게 꺼내지도 못했어. 「아오!!!」하고 중얼거리며 꺼냈어.
이제서야 C는 말릴 틈도 없이 110을 누르는 나를 보고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기 시작했어. (우리나라는 112죠?^^)
110번은 바로 연결됐어.
전화의 저편에서 아저씨 목소리로「네 여긴 긴급 110번입니다」라고 하자마자 나는 속사포같이 쏟아내기 시작했어.
「J병원(폐병원)에서 친구 두 명이 위험하게 됐어요! 빨리 와 주세요!!!」
※「어디의 무슨 병원입니까?」
나 「J에요 J병원!×××산이랑 논이 근처에 있어요!」
※「아-잘 모르겠네요 자세하게 주소라든가 말해 줄래요?」
나 「아니 뭐라구요?!! 주소 같은걸 어떻게 알아요??!!!!!!!!! 00마을 ~~에 있는 병원이라니까요!!!」
※「아 그래요? 근데 무슨 일인데요? 사고? 싸움?」
이건 뭐 별 관심도 없는 듯한 대답에 진짜 화가 나서 고함치듯이
「어차피 지금 말해도 안 믿을 거잖아요!! 아 됐고 다친 녀석도 있으니까 빨리 와요!!!」
내 말이 미처 다 끝나기도 전이었어.
지지직-지지직
핸드폰에 흔한 잡음이 들리고 경찰아저씨가「어? 여보세요? 여보세요?」하는게 내가 뭐라고 말을 해도 잘 들리지 않은 것 같고
그쪽 말도 지지직 거려서 잘 안들렸어
「뭐야-장난전환가?」
완전히 바보취급을 당하고 전화가 끊겼어.
나는 또 욕지꺼릴 하면서 한번 더 110을 누르고 핸드폰을 귀에 댔어.
그랬더니 이번엔 뚜르르르 하는 연결음도 안나고 지지직거리는 소리만 나는 거야.
일단 끊고 다시 또 걸었더니 이번엔 또 왜 그러는지 핸드폰 전원 자체가 꺼져 버렸어.
어쩌면 그건 아마도 손이 떨려서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눌러버려서 그런 거였는지도 모르지.
나는 C에게 「핸드폰 좀 빌려 줘!」하고 빼앗기라도 하듯이 C의 핸드폰으로 110을 눌렀어.
정확히 버튼을 누르고 콜이 시작되었을 무렵, 또 편의점의 점원이
「저기요 좀 조용히 해주세요」하면서 귀찮은 듯한 얼굴을 하고 나오는게 보였어.
아무튼 그때의 난 그런데 신경쓸 겨를도 없었지만 점원 입장에선 참 진상이었겠지.
나는 그래도 점원은 본 체도 안하고 전화에 집중했어.
C가 「아..저도 잘은 모르겠는데요..」하면서 점원한테 설명을 하는게 들려왔어.
이번엔 아무리 기다려도 연결음만 들리고 전화를 안받는 거야.
C가 점원에게 「저기 그게..친구가 거길(병원) 갔는데 돌아오질 않아서...」하는 설명이 들렸을 때,
겨우 「툭」하고 짧은 소리가 나고 통화 상태가 되었어.
그런데 상대가 아무 말도 없어서 좀 이상하단 생각은 했지만 나는 또 고함을 지르면서
「친구가 다쳤는 데 지금 위험한 상태...」라며 사태를 설명하려고 하던 참이었어.
전화를 받은 사람이 그러는 건지, 그 너머 멀리서 나는 소리인 건지 뭔가 들려왔어.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처음엔 뭔 소린지 잘 몰랐는데 점점 그 소리가 커지고, 그게 무슨 소리인지를 알아챘을땐
「으악!!!」하고 무슨 불에 데이기라도 한것처럼 핸드폰을 집어던졌어.
「어? 야 임마!!!!」
C가 깜짝 놀라면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들고는 화를 내야 하나 사정을 물어봐야 하나 망설이는 것 같은
미묘한 얼굴로 나를 보았어.
나는 이미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아마 안색도 새파랗게 질려있었을 거야.
점원이 걱정되는지 「괜찮으세요?」하고 날 쳐다봤어.
나는 두려움에 떨리는 몸을 주체하기가 힘들 정도였고 귓가에 맴도는 그 소리를 잊고 싶어서 관자놀이를 쥐어뜯었어.
그건.....
틀림없이.....A...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들은...A가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을때의 바로 그 소리였어.
어째서 110에서 그 목소리가 들렸는지... 그게 실제로 지금 거기서 들려오고 있는 건지..
그렇다면 지금 거기에서는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지...
나는 이젠 정말 뭐가 뭔지 알 수 가 없게 되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꼼짝도 할 수 없게 되버렸어.
점원이 술주정꾼 정도로 취급하고 한심한 듯한 눈으로 보고 있다는게 그 망연자실한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느껴지고 있었어.
그런데 그러고 있는 사이에 점원이 「어?이게 뭐에요?」하면서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엇!!!!!」하고 소리를 질렀어
점원 「괜찮아요? 지금 팔에 피 장난 아니게 나오는데?!」
나 「네??」
그때 겨우 깨달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병원을 빠져나올 때 창에 남아 있었던 유리 파편에 팔을 베인것 같아.
C도 그제서야 알아채고는 「너 괜찮아?」하고 들여다봤어. 점원이 당황해서 가게로 돌아가더니
또 점장인 듯한 아저씨와 함께 구급상자를 가져와 내 상처에 소독약 끼얹고 가볍게 붕대를 감아줬어.
그런데 붕대의 길이가 짧았는지 곧바로 새빨갛게 물들어 버려서 아저씨가 안에서 팔고있는 붕대까지 가져와 치료해 줬어
그러는 사이에도 난 그저 얼빠진듯 멍~하게 있었어
이따금 편의점에 들어가거나 나오는 손님들이 힐끗 여기를 쳐다보곤 했어
C 「이거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냐?」
단지 병원이란 소리에 나는 또 진심 무서워졌어.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구급차에 타고 있으면 그 폐병원으로 데려갈거란 망상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정말로 괜찮아, 하나도 안아파..괜찮아...」라며 어린애처럼 병원은 싫다고 거절했어.
조금 냉정을 되찾고는 붕대값을 내려다가 지갑이 없다는걸 깨달았어.
엉덩이에 있는 주머니에 넣었었는데 어디선가 떨어뜨리고 온 것 같아.
내 대신에 C가 지갑에서 2천엔을 꺼내서 내고 있는걸 멍하게 보고 있는데 C의 핸드폰에서 당시 유행하고 있었던
[코부쿠로의 사쿠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어. C가 핸드폰을 열더니 눈썹을 찡그린달까 뭐 그런 얼굴을 하고는
나와 핸드폰을 번갈아가며 보더니 「여보세요?」하고 전화를 받았어
점장 아저씨가 붕대가 들어 있었던 바코드가 찍혀있는 상자랑 2천엔을 가지고 가게에 들어갔다가 잔돈을 가져와 통화중인 C에게
건네 주자 C는 가볍게 아저씨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아, 응……그래」라고 말하고 있었어.
아저씨는 아직도 내가 걱정되는지「너 정말 괜찮니?」하고 염려해 주었지만 난 대강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어.
C의 목소리가 점점 화가 난 듯 들려와서 나는 온통 그쪽으로 정신이 쏠려 있었거든.
C 「편의점. 그래 거기 있는 D편의점……응…있는데.. 좀 이상해………아.너희들은?………어, 아직 거기에 있는 거야?」
그 마지막 대사에 나는 어쩐지 뭔가 불길한 느낌에 전신에 소름이 끼치고 있었어
C 「아니 이자식이 너희들이…어?………역시ㅋ 그럴줄 알았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니지!!…아…그래…아니 뭐 괜찮은데…
아니 좀 다쳐서 병원에 데려가야해……아니 ㅋ있을리가 없잖아……웃기고 있네ㅋㅋㅋ전기도 안 들어올텐데 무슨…뭐~?…」
상당히 어설픈 기억이지만, 그런 상태로 C는 계속 얘기했어.
C 「아니 이제 됐다니깐 그만하라고……아 그만하라고! 끈질기네……아 재미없다니깐 왜그래? 너네 그만해!!!……아? 여보세요?」
대충 이런 식으로 얘기하다가 C가 사납게 핸드폰을 끊었어.
그리고 나를 노려보더니
C 「너네 진짜 적당히 해라~어?」
나 「어……?」
C 「B한테 온거야 방금 전 전화」
이쯤에서 나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됐어
이제 진짜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C가 뭔가 더 말하고 있었던것 같긴 한데 여기서 정신을 잃었는지 더이상은 기억이 없어.
이 이후의 일은 C에게 들었어.
나는 천천히 바닥에 쓰러지는가 싶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실신해 버렸대.
점장 아저씨가 구급차를 불러 줘서 나는 가까운 병원으로 실려온 거고...내가 깨어났을 때는 다음날 오후 정도였는데,
팔에는 링겔을 맞고 있고 침대옆의 파이프 의자에는 우리 엄마랑 할머니가 앉아 있었어.
팔의 상처는 상당히 깊었는데 그것 말고도 얼굴 옆이라든지 찢어진 상처가 몇개 더 있어서 꿰매야 했어.
그 외에도 발가락이 부러지기도 해서(침대에서 일어나려다 아파서 알았음) 그 날 오후에는 X레이라든지 여러가지 검사를 했어.
하루 더 입원하라고 했지만 난 정말로 싫다고 말하고 거절했어.
그 날 밤에 경찰에게 전화가 와서 A와 B의 일로 폐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물었어.
그리고 다음날 바로 그 경찰서로 불려갔는데 취조실 같은 곳에서 제복차림의 아저씨에게 몇 시간이나 질문받았어.
폐병원에 가게 된 일과 가서 안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솔직하게 얘기했지만 역시나 믿어주지 않았어.
그 뿐만 아니라 약물 검사를 받으라질 않나 경우에 따라서는 가택 수색까지 하겠다는둥 여러가지 기분 나쁜 말을 들었어.
계속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정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반복한 후에야 나는 계속 신경이 쓰이고 있었던 A와 B에 대해 물어봤어.
B는 내가 쓰러지고 난 다음날 오후에 C에게 얘길 듣고 폐병원으로 간 경찰이 찾아냈대.
내가 말한 계단 근처에서 조금 안쪽으로 더 들어간 장소에서......
.
.
.
.
.
이미...죽어 있었대.....
사인은 과다출혈에 의한 쇼크사인것 같다고 들었어. 자세한 것은 부검해보지 않아서 알 수 없다는 것 같아.
A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대.
공식적으로는 행방 불명으로 되었지만, 아마 나처럼 B를 죽인 용의자 취급을 당하고 있는것 같아.
오히려, A가 B를 죽이고 내가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공범이 아니냐고 아저씨가 돌려돌려 말하며 유도심문까지 했어.
내가 잃어버린 지갑이 그 병원지하에서 B근처에 떨어져 있었대.
일단 증거품이니까 반환은 시간이 걸린다고 했지만 난 됐으니까 그냥 버려달라고 했어.
그 병원은 본격적으로 출입금지가 되고 경찰차의 순회 코스에도 넣어진다는 것 같아
방치되어 있던 A의 차도, 대강 경찰이 조사하고 나서 A의 부모가 여벌의 열쇠로 타고 돌아갔대
조사가 끝나자 경찰서 밖에서 C가 차로 마중나와 줬더라구.
현지는 아니고 조금 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C와 이야기를 했어.
C는 나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간 뒤에 바로 C의 형차를 타고 편의점에 세워 놓은 오토바이를 가지러 갔대.
가게 점원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는데 일단 사정을 설명한 다음에, 폐병원으로 갈까 망설이면서 B에게 연락하려고
핸드폰을 봤나봐. 구급차를 탄 시점에서 전원을 꺼 놨던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가 30개가 넘게 와 있었대.
모두 B로 부터.....이 때 간신히 C도 이 사건이 뭔가 이상하단걸 실감한 것 같아.
C도 왠지 무서워져서 핸드폰 전원을 끄고 집으로 도망갔다가 다음날에 A와 B의 집에 연락을 해보니까
아직 두 사람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더래.
정말 뭔가 위험한것같다고 느낀 C가 경찰에 연락해서 내가 말한 얘기중에 너무 말도 안되는 것들은 좀 빼고 경찰에게 말했나봐
(그 때의 C가 한말과 내 말이 달랐기때문에, 내가 의심받게 된거지만..)
C가 말했어
몇번이나 말을 끊기도 하고 도중에 할말을 찾는 듯한 망설임도 있었지만 대충 이런 얘기였어
「처음 편의점에서 전화를 받았을때,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어.
왠지 계속 너에 대해서 계속 물어보더니...셋이서 짜고 장난치는 거니까...이제 끝났으니까 나도 같이 그 병원으로 오라고...
그래도 너가 팔을 다쳐서 내가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니까...그래도 끈질기게 매달리면서...
(여기에도 의사는 있으니까...)라는 거야……거기서 뭔가 이상하단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무슨 농담이겠지 했어.
내가 있을리가 없잖냐니까 (있어 있어) 하면서.. (지금 수술도하고 있는 데?) 이러는 거야...내가 그만 됐다고 하니까
「정말이라니까 있단말야 있다고, 있다고 정말 있다고……」이 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는 거야..
진짜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더니 끊어버리더라구……」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C는 한번 더 그 장소에서 있었던 일을 차분히 듣고는 「알았다」라고만 하고는 그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
그 후도 나는 몇 번이나 경찰서에 얼굴을 내밀어야 했어. 부모님이 대학은 휴학신청을 하라고 권하셨어.
이제는 더 이상 경찰서에 불려가는 일도 없고 대학도 졸업했어.
시골에 돌아가고 싶진 않아서 그대로 자취하면서 일하러 다니고 있어.
단지...4번째인가 5번째인가 경찰에 불려갔을 때의 일이야.
경찰아저씨가 또 여러가지 같은 질문을 반복하다가 B의 정강이 부분 상처에 대해 물었어.
※「당신은 증언에서 상처를 보았다고 했는데 어떤 식이었죠? 베인 상처? 생채기?」
나 「그땐 정말 정신이 없었고 꽤 어두웠으니까 잘은…… 그냥..뼈같은 뭔가 하얀게 보인걸 기억하고 있습니다」
흐음……하고 아저씨는 잠시 말이 없었어. 그러곤 수중의 서류를 뒤적뒤적 보더니
※「그게 좀 이상한 상처란 말야. 그 장소에선 넘어지던 뭐에 걸리던 간에 생길 수 없는 상처야」
나 「후~……」
※「정말로 당신은 B씨가 넘어졌을때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아무것도 몰랐단 말이죠?」
나 「네」
※「흐음……」
그 질문은 그렇게 끝났어. 단지, 조사가 끝나고 내가 방 밖으로 나왔을 때였어.
문을 닫으려는 순간에 아저씨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어.
「하긴...사람이 그렇게 물어뜯진 않겠지..」
정말로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그 때 B의 상처가 어떤 식이었었는지 한번 떠올려봤어
아저씨의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생각한 것이니까, 이건 내 그냥 망상일 수도 있다는 걸먼저 말해 둘게..
B의 상처는...어쩌면 내가 본 아이에게 물린 것이 아닐까...?
아직도 나는 혹시 핸드폰으로 A나 B에게 전화가 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아...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