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세라는 말이 살짝 지겨울 정도다. 2008년 영화 `쌍화점'에서 호위무사로 등장했던 그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뿌리깊은 나무'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거쳐 드라마 `착한남자'로 자기 위치를 확실히 했다. 여배우들도 부러워할 뽀얀 피부를 가진 이 남자는 불과 5년 만에 급성장했다.
`착한남자'의 인기가 최고점을 향해 달리는 가운데 박보영과 호흡을 맞춘 영화 `늑대소년'이 31일 개봉했다.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가 함께 공개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파급력있는 드라마와 잘 뽑힌 영화가 서로 맞물리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굳이 언급하자면 영화 `건축학개론'과 드라마 `해품달'로 연달아 홈런을 친 한가인 정도?
`늑대소년'에서 송중기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늑대인간 철수를 연기했다. 한국 최초의 늑대인간 캐릭터이자 영화를 통틀어 대사가 10마디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입을 봉해야 했다. 자신을 "조금 수다스러운 스타일"이라고 할 정도로 유쾌하고 장난기 많은 송중기에겐 더 힘들 수 있는 캐릭터였다.
"`늑대소년'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좋아서였지만 저는 철수 캐릭터를 연기하겠다고 `선택' 한 것 자체에 (자신에게) 쓰담쓰담 해주고 있어요. 저라고 이런 낯선 캐릭터가 부담스럽거나 두렵지 않았겠어요? 욕심이 저를 눌렀달까. `늑대소년' 시사회가 끝난 뒤 많은 관계자 분들이 그 `선택'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쉽지 않았을 `선택'이었는데 기특하다고"
말 못하는 짐승에 가까운 철수를 소화하기 위해 송중기는 많은 것을 배우고 바꿔야 했다. `늑대소년'에서 경찰로 분한 이준혁에게 마임을 배우고 대공원을 찾아 늑대와 개의 움직임을 세심히 관찰했다.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의 메이킹 동영상을 닳도록 지켜봤다. 그동안 습관적으로 해오던 연기를 벗어나자 늑대소년 철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상대방의 연기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의 말은 그래서 나왔다. 연출을 맡은 조성희 감독과 상대배우 박보영의 배려도 있었다. 캐릭터의 낯설음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함께 호흡한 박보영은 정말 착한 사람이에요. 나이에 안 맞게 속도 깊고 진짜 괜찮은 친구죠. 저는 마음에 안드는게 있으면 바로 티나는 직설적인 스타일인데 보영이는 저보다 훨씬 성숙한게 느껴지더라구요. 많이 배우고 의지했죠. 그리고 더 좋았던건 서로 진심어린 작업을 하고 있다는게 느껴졌어요. 배우들은 본능적으로 돋보이고 싶어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서로의 감정을 채워주려했어요"
송중기는 데뷔가 늦음에도 최근 급성장한 배우 중 하나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대딩' 송중기는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취업을 위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공부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런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끈 것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욕심이다.
"사실 저는 정말 복 받은 배우에요. 이제 햇수로 5년인데 저보다 일찍 시작했거나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친구들도 많거든요. 그 와중에 이정도 위치까지 올라온 것은 얼떨떨하기도 하죠. 큰 장애물 없이 지금까지 온 것 같기도 해요"
거침없는 승승장구는 오히려 송중기에게 자신을 더 채찍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떤 프레스를 받아야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아니"라는 그는 "이럴수록 더 잘하자. 조심하자. 감사하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임하자라고 생각했어요. 주위에서 이야기해주는 모든 것들을 잊지 않으려 하죠"라고 말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했던 것이 전환점이 됐죠. 한석규 선배 님이 연기하시는 걸 보면서 겉 멋만 들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주연으로서 돋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누군가는 (배역도 작은데) `뿌나'를 왜 했었냐고 묻기도 했지만 무조건 주연을 하는 것이 중요한건 아니었어요. 분량 상관없이 제가 만족스럽게 연기 했다는 것,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나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그게 배우로서 더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너무 급작스런 성장을 한 것이 아니냐는 말에 대해 송중기는 "데뷔 때부터 관계자들로부터 당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뜬다고 변할 애는 아니라고도 하시더라구요. 쟨 원래 저렇다고.(웃음) 진짜 소위 떴다고 변하면 조인성, 차태현 같은 주위 형들한테 많이 혼나요"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있어 괜한 오해를 사기도 한다고. 특히 상대방에 대한 기본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불편함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대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이번 송중기 인터뷰는 1:1이 아닌 라운드 형식으로 진행됐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매체 인터뷰를 위한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한 것이 이유다. 이에 대해 그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미안해 했다.
"사실 저도 인터뷰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거든요. 단순히 배우와 기자로 만나는게 아니라 서로 예의를 갖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얻어가는게 많죠. 저 같은 젊은 배우들은 특히 그렇구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해 아쉬워요. 언젠가 `늑대소년'을 놓고 다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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