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소설집 있을 법한 모든 것
![그 여름 온통 사랑했던 사람은 태어난 적이 없다 하고: 여름 안의 책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23/07/31/f/0/7/f07e7b110169b8dab4cca54f40082a55.jpg)
언제라도 이해받지 못하게 되리라는, 아무때고 오해의 대상이 되리라는 불안이 사람들의 의식을 잠식해나간다. 그 안에 언젠가 타인을 오해할 날이 오리라는, 타인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이타적인 불안은 끼어들 틈이 없다.
주민현 시집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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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두꺼운 우산이야
우리는 서로에게 기울어지고 쏟아지면서
세계는 재건되고
쌓이고 무너지고 다시 처음으로
이유리 연작소설 좋은 곳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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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사랑이란 매일 함께 있고 싶은 것, 모든 것을 알고 싶은 것, 끊임없이 생각나는 것이라고. 물론 어느 부분에선 옳았지만, 그것들은 사랑이라는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별 하나에 불과했다. 별 하나가 없다고 해서 우주가 우주가 아닌 것이 되지 않듯이 사랑도 그랬다. 사랑을 무엇이라고 정의해버리는 순간, 사랑은 순식간에 작아지고 납작해진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가 해야 할 일은 사랑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수천만의 행운이 겹쳐 만들어낸 오늘을 최대한 즐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
김박은경 시집 사람은 사랑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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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는 부풀어 거대하고 최후는 희박해
알고 있는 답인데 알고 싶지 않다
자꾸 살아나는 건 두렵기 때문 아니
약하기 때문 아니 우연 때문 아니
문명 때문 아니다 힘을 내야지
커피와 피로회복제를 사들고
시작을 시작해보자
오늘 같은데 어제라고
내일 같은데 오늘이라고
언제라고 말해도 지나치다고
그 여름 온통 사랑했던 사람은
태어난 적이 없다 하고
최은영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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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없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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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권의 책,
모두 여성 작가의 신작 속 글이야
자신의 글들이 조각조각 유명해져도
누구의 글인지도 모른 채 소비되고
손에 잡히는 건 없어서 슬프다는 어떤 작가의 말을 봤었어
이 글 속 한 문장, 한 단어라도
여시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기를 바라
마침내 책으로도 만나게 되기를 바라
축축한 여름날, 책과 함께 즐겁게 보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