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스타의 갑질은 선을 넘은 지 오래다. 제작이 한창인 A 드라마 현장에선 최근 촬영이 갑자기 중단됐다. 출연 계약 때 특정 장면 촬영 동의를 해놓고 막상 제작이 진행되자 촬영을 거부한 배우가 몽니를 부린 게 발단이었다. 이 드라마 관계자는 "의상 문제를 이유로 배우가 밴에 머물며 예정된 콜(촬영 진행) 시간에 나오지 않고 다섯 시간이 지나서 나왔다"며 "기다리던 촬영 스태프는 모두 지쳤고 시간도 너무 흘러 제작진이 결국 그날 반나절 촬영을 접어야 했다"고 말했다. 촬영 거부의 이유는 그야말로 마음 내키는 대로 제각각이다. 의상이나 대본 내용뿐만 아니라 특정 연예인과 대기실을 같이 쓰는 것도 트집 대상이다. 배우의 일탈로 촬영이 취소되면 수많은 스태프들이 다시 모여야 해 제작비 출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스타 배우는 촬영 현장에서 대본을 뜯어고치려고 해 마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 1년 새 방송된 B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이미 대본이 다 나온 상황에서 주연 배우가 감독에게 특정 배우와 붙는 신을 많이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며 "그 요구를 들어주자니 다른 주연 배우에게 변경 이유를 설명해야 해 감독이 한동안 뭉갰더니 그 배우가 갑자기 촬영장에서 일찍 가버려 촬영을 접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스타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드라마와 영화 후반 영상 작업 스태프들의 업무도 더욱 힘들어졌다. 15년 넘게 드라마를 제작한 관계자는 "요즘 일부 스타들은 '촬영 후 보정'을 계약 조건으로 걸곤 한다"며 "촬영 후 계약한 배우의 얼굴 등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보정하다 보면 같이 화면에 잡힌 상대 배우와 얼굴색 톤 등이 너무 대비돼 보정 계약을 하지 않은 배우까지도 CG 작업을 해줘야 해 후반 작업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배우들의 얼굴을 보정하는 CG 작업으로 요즘 연예인들은 피부과에 다닐 필요도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우리 연예인에게 직접 말 걸지 말라" '도승지'의 등장 스타 권력이 비대해지면서 스타와 조연·단역, 스태프들이 아예 계급제 사회처럼 서열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명 댄서팀 라치카 멤버인 리안은 "어떤 가수의 댄서로 일정을 갔더니 여긴 아티스트용 화장실이니 다른 곳을 쓰라고 했다"며 "'어? 우리도 사람인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작 현장에선 조선 시대에 '왕'의 명을 전달하는 '도승지' 역할도 등장했다. 한류 드라마를 제작한 관계자는 "촬영으로 대기실에서 '이제 이동하시면 됩니다'라고 배우에게 말했더니 그 배우는 보는 척 마는 척하고 4~5m 떨어진 곳에 있는 매니저를 불러 '이제 가면 되니?'라고 묻더라"며 "매니저가 '우리 연예인한테 직접 말하지 마세요'라고 해 정말 치욕스러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