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v.daum.net/v/20230828152505607 육군사관학교(육사) 교정에 있는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방침과 관련해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이름을 바꾸는 문제를 두고 국방부와 해군이 공개 브리핑 자리에서 시각 차를 드러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육사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면 잠수함 홍범도함 이름을 바꾸느냐’는 질문에 “검토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검토한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홍범도함 이름 변경이) 검토할 사안이나, 결정된 바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방부가 육사에 있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그 불똥이 잠수함 이름까지 번진 것이다. 앞서 지난 25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와 관련해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 억제를 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육사)에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냐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 군함 명칭 변경은 해군 고유 권한 전하규 대변인이 ‘홍범도함 이름 변경을 검토한다’고 밝히자, 브리핑에 배석한 장도영 해군 서울공보팀장(중령)은 브리핑 중간에 다른 발언을 했다. 장 팀장은 “(홍범도함) 이름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공개 브리핑에서 해군이 국방부 대변인의 설명과 어긋나는 주장을 하는 것은 무척 특이한 장면이다. 정례 브리핑 전에는 국방부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 해병대 등과 답변 내용, 메시지를 사전 조율하기에 이런 엇박자가 나지 않는다. 해군이 곤혹스러운 또 하나의 이유는 함명 제정 기준과 절차는 있지만 폐기, 변경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함명 변경 절차가 없는 것은 국군 창군 이래 군함 이름을 바꿀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 해군의 표준을 만든 영국 해군은 한번 정한 군함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퇴역 군함을 외국에 양도하면 넘겨받은 나라가 자국 이름으로 바꾸는 경우를 빼면, 국제적으로 군함 이름을 바꾼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함명 억지 변경, 국격에 도움 안 돼 군함 이름이 바뀌는 경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나라가 망할 때다.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함은 옛 소련 시절인 1983년에 슬라바급 순양함 1번함 ‘슬라바’로 취역했다가 소련이 망한 뒤 2000년에 개명했다. 다음은 무소불위 독재자가 멋대로 바꾸는 경우다. 나치 독일 히틀러는 2차 대전 때인 1940년 1월에 전함급 군함 ‘도이칠란트’ 이름을 뤼초(Lützow)로 바꿨다. 독일이 영국에 견줘 해군력이 열세인데, 이름이 독일 그 자체인 도이칠란트가 해전에서 격침되면 국민들의 사기가 떨어진다고 강제 개명한 것이다. 군함 이름 바꾸기는 나라가 망하거나 전쟁 때 독재자가 해왔지 ‘보편적 국제규범체계’를 따르는 나라들은 좀처럼 꺼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