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지쳤어
우는 걸로 기운 잃기 싫어서 참았는데 그것도 못 하겠어
많이 슬프고 속상해
두려움을 이기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내가 잘못한 것 같아서, 그래서 그렇게 됐어
친절이란 말을 발음하는 것도 숨이차는 시간들이야
식식, 감정에 체한 밤
그러곤 벌써 한 달이 넘게 너는 죽고 있지 자꾸만 죽어 어떤 날 너는 야경이 아름다운 다리에서 뛰어내렸다가 알약을 백 개씩 주머니에 모았다가 어떤 날은 나이프를 찾아 헤매지
그어도 그어도 피가 나지 않는 손목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너는 무슨 희망을 떠올리고 있던 걸까
김이강, 모니끄네 집
너무 평화로워. 모든 나쁜 것은, 해로운 것은 죄다 멀리 있고, 좋은 것들만 나와 함께해. 아니, 그런 기분이 들어. 어, 여긴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족관이야.
근데 나 더 이상 여기 못 있겠어. 못 견디겟어. 나 망했나 봐. 이 안에서 더 이상 즐겁지가 않아.
여기는 천국이고 나는 울고 있어.
근데 써머, 여기가 진짜 천국이야?
김사과, 천국에서
죽어버리겠다며 식칼을 찾아 들었는데
내 손에 주걱이 잡혀 있던 것처럼
그 주걱으로 밥을 퍼먹던 것처럼
·
·
이렇게 달콤한데, 중얼거리며
곰팡이 낀 잼을 식빵에 발라 먹던 엄마처럼
이렇게 멀쩡한데, 중얼거리며
유통기한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던 엄마처럼
죽고 싶다는 말이 솟구칠 때마다
밥을 퍼서 입에 넣었다
엄마도 나처럼 주걱을 잡았을 것이다.
눈을 뜨자마자 엄마는 매일 주걱부터 찾아야했을 것이다.
밥맛은 어째서 잊힌 적이 없는지
꽃들의 모가지가 일제히
햇빛을 향해 비틀리고 있는지
경이로움 어째서 징그러운지.
임솔아, 어째서
너는 어딘가 가려 했지
나는 어디에라도 있으려 했지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진 것은 모두 먼지가 되어 버려
특별히 어루만진 것들, 대체 얼마나 쓸어야 채색한 유리가 되나
정한아, 모래의 방향
춤추는 영원한 비열을 이야기해줘
천국의 장르를 폭로해줘
얼굴이 얼굴을 데려가는 수법을
사람이 사람을 만드는 신비를
백은선, 프랙탈
인간은 세상에 손님으로 왔다 가는 거라던 그의 말이 기억났다. 그는 농담을 잘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재미있는 건 다 해봤는데, 이제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 것 같지가 않아.
그만 죽어야겠어. 그는 죽기 싫다는 말을 그런 식으로 했었다.
은희경, 상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