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슬픈 환생/이운진
그래도 어둠 속에 오래 있다 보면
서서히 떠오르는 윤곽도 있지
소명에게/백은선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신일숙
너는 불운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아.
다만 조금 울적할 뿐이야.
초다면체의 시간/이제니
지금은 비록 돌아가는 듯 보이고,
뒤로 가는 듯 보여도 사실은 앞으로 가는 거예요.
멈추지 않는 이상 우리는 늘 앞으로 가고 있는 거죠.
그러니 인생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마세요.
하루관리/이지성,황희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할 수 있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영원히 할 수 없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한다.
그렇게 하면 그것들을 결국엔 할 수 있게 되니까.
파블로 피카소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두 번은 없다/비스와봐 쉼보르스카
지금 꾸는 꿈이나 사랑이
손수건 크기만큼 작다 할지라도
사는 동안 영원히 아름다울 것이라고
그 아름다움이 너를 덮고
너의 인생을 다 덮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축복처럼 속삭여주고 싶다.
성요셉 여자고등학교 청소부/정일근
시간이 지나면 우리도 알게 되겠죠.
살아 있는 동안에는 우리에게 소중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결코 찾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대신에 돌아보면 그런 시간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 됐다는 걸.
우리가 보낸 순간/김연수
운명이 겨울철 과일나무 같아 보일 때가 있다
그 나뭇가지에 꽃이 필 것 같지 않아 보여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고
또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괴테
그렇다.
괜찮을 것이다.
지금은 괜찮지 않지만,
그리고 한동안은 괜찮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괜찮아질 것이다.
리버보이/팀 보울러
모든 게 무너져도 괜찮다
너는 언제나 괜찮다
당신의 상처보다 당신은 크다
당신으로 충분하다/정혜신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한 기분 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말의 힘/황인숙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류시화
사람이, 사는 것이
별것인가요?
다 눈물의 굽이에서 울고 싶고
기쁨의 순간에 속절없이
뜀박질하고 싶은 것이지요.
사랑이, 인생이 별것인가요?
인생/김용택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고
당신 인생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스스로에게 길을 묻고 스스로 길을 찾아라.
꿈을 찾는 것도 당신,
그 꿈으로 향한 길을 걸어가는 것도 당신의 두 다리.
새로운 날들의 주인은 바로 당신이다.
파블로 이야기/토마스 바샵
겨울이 지독하게 추우면 여름이 오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 있고,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뀌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
그래서 늘 변하게 마련인 우리 마음과 날씨를 생각해 볼 때,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김종해
가장 가혹한 고통의 밤이 끝난 자리에
가장 눈부시고 부드러운 꿈이 일어선다
성에꽃/문성희
난 곧 행복해질 것 같애
새벽 잠자리에서, 반쯤 깨어 뒤척이며
그런 생각을 해
베개를 밀고 요 호청에
얼굴을 묻고 엎드리며
반쯤은 넋이 나가고
반쯤은 가장 분명히 깨어
난 행복해질 것 같애 곧
새벽/양애경
그러니 용기를 갖고
어둠 속을 걸어가자
새벽을 향해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는 빛을 향해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이애경
형이 알아야할 건 어떤 관점에서도 형 자신을 불쌍히 여길 이유가 없다는 거야.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형이 완성한 작품을 생각해봐.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고 소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형은 더이상 뭘 바라는 거야? 뭔가 훌륭한 것을 창조하는 것이 형의 강렬한 소망 아니었어?
이미 그런 그림들을 그려낼 수 있었던 형이 도대체 왜 절망하는거야? 게다가 이제 곧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 때가 다시 올텐데 말이야.
퓌비 드 샤반, 드가, 그리고 다른 화가들을 봐도 그렇잖아?
형이 의지만 있다면 아주 빠른 시일 안에 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형이 작업실로 돌아가서 습기 때문에 그림에 곰팡이가 핀 걸 봤을 땐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겠지.
나도 무척 속이상했어.
하지만 우리 희망을 갖기로 해. 형의 불행은 분명히 끝날거야.
1889년 5월 2일
테오가 형 고흐에게
누구나 길이 없는 산 아래 서 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될까
어제는 가버렸고
내일은 오지 않았다
불행을 붙잡고 있지 마라
일어서자
지금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될까/김용택
LA DOULEUR PASSE LA BEAUTE RESTE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다
희망을 절대 놓아버리지 말 것.
지금 같은 때에 꼭 필요한 말일 것 같아서
글들 조금 더 모아서 가져와봤어..
우리 절대 희망을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