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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엄청 힘들어했어.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언젠가부턴 그냥 죽고 싶다고 했어. 근데 언니는 끝까지 죽고 싶어 하진 않았어. 그 살고 싶다는 본능 때문에 그렇게 오랫동안 병원생활을 버텼었나 봐. 하지만 언니는 싸늘하게 죽어갔어.
옆에서 언니가 죽는 걸 천천히 지켜봤었어. 언니는 죽는 순간에 입을 벌렸어. 안간힘으로 마지막 숨을 쉬고 싶어서 그렇게 입을 벌리고 죽었어.
그래서 나는 절대 죽을 때 입을 벌리지 않겠다고 생각했어. 죽을 땐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삶에 저항하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거지.
점점 미끄러지는 기분으로 사라지고 있어서 좀 슬퍼.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부 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너를 찾아오고 싶었어.
기억한다는 게 대수인가 뭐
우리가 이렇게 다시 한번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 왜 죽었어?
외로웠어. 끝이 없이. 끝이 보이지 않게.
- 내가 너 외롭게 했어?
아니, 네가 항상 내 옆에 있어줬지.
나를 아는 사람이 있고 나를 모르는 사람이 있어. 나를 아는 사람 중에는 네가 있었고 너 외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어. 나는 너 외의 사람들한테 외로움을 느꼈어.
나를 아는 수많은 너를 제외한 그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모습들에 외로움을 느꼈어. 네가 항상 옆에 있어줬는데 부질없이 괴로워했네, 죽을 때까지.
-난 평생 내 탓할 거야.
네가 왜 죽었는지 평생 내 잘못을 찾겠지.
미안해. 나도 네가 꼭 네 탓이 아니란 걸
기억하게 하고 싶다.
죽어서도 끝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 그것뿐이야.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여름이었네. 그날 여름밤이었네.
꿈도 죽음도 정처가 없네.
가는 데 없이 잊혀질 거야.
우리는 여기에 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다 사라지고 밤뿐이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