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아내가 저를 사랑하지 않는답니다.. | 네이트 판
결혼/시집/친정 : (추가) 어젯밤 자기전에 쓴 글에 오늘 보니 이렇게나 댓글이 많이 달려있네요.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MBTI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도 아내도 둘다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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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지 1년차 아직 신혼의 30대 후반 부부입니다.
우연히 아내와 친구의 카톡을 보게되었는데 그 이후 저는 지금 너무 삶이 우울하고 힘들어 익명의 조언에 기대보고 싶습니다.
아내와 친구의 카톡 내용은 간략히 아래와 같았습니다.
친구: 지금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하는데 결혼은 망설여진다.
아내: 결혼은 사랑으로 하는게 아니다. 사람 좋으면 적당히 결혼해라.
친구: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랑 결혼하니 어떠냐.
아내: 착하고 내 말 잘 듣는다. 재미는 없지만 평생 같이 살만하다.
친구: 서로 의지하며 평생 친구처럼 지내는거냐.
아내: 남편은 나에게 의지하지만 난 100% 의지하지 못한다.
친구: (남편이) 건물주인데 의지를 왜 못하냐.
아내: 건물이 없는것 보다는 낫지만 있다고 해서 엄청 좋고 그렇지 않다. 남편이 하는 사업이 불안하니 그나마 건물이 그걸 상쇄해주는 정도이지 대단한 건물도 아니고 내가 보는 혜택은 사실상 없다.
친구: 그럼 건물주 아니어도 결혼했을거냐.
아내: 그럼 사업이 불안한 것이 고민이 되었을것 같다.
저 카톡을 보고 며칠 내내 매일 혼자 밖에서 웁니다. 우울한 티가 많이 나서 아내도 무슨일이냐며 걱정하구요.
저는 아내를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아내는 연애때부터 사랑한다는 표현과 스킨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연락도 자주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츤데레같은 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혼하고 가정에 충실하고, 저에게 다정하게 잘 해주고 저와 늘 많은 대화를 하고 있는 그런 아내입니다.
훌륭한 커리어우먼에 호불호가 확실한 아내이기에 제가 프로포즈했을때 흔쾌히 예스라고 하던 모습이 저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건물은 가족건물에 제 지분도 적고, 그래서 아내 입장에서는 그게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제 사업이 안정적이지 못한것에 대한 대비책 정도로는 생각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실제로 집안 자산은 저희 집이 더 많지만 개인 연봉은 아내가 더 높고, 아내는 제 집안 재산에 대해 한번도 물어본적도 없습니다. 아내는 정확한 지분이나 이런것에 관심도 크게 없었고 실제로 아내가 받고있는 금전적 혜택 또한 없습니다. 그러니까 금전적인 이유로 저와의 결혼을 결심한건 아닌것 같습니다.
제가 아내에 비해 멘탈이 좀 약합니다. 연애때부터 아내는 강단있고 똑부러지고 저는 그런 아내에게 반했었고요. 그래서 저에게 의지하지 못하는걸까요?
저를 사랑하지도 않고 저에게 의지하지도 못하는데 저와 왜 결혼한걸까요? 아내는 행복하지 않을텐데 저만 혼자 신혼이라며 행복해하고 있었네요. 저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이혼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너무 슬프고 힘듭니다.. 아내에게 사실대로 카톡봤다고 하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저랑 왜 결혼했는지요. 그런데 묻기도 무섭습니다. 이혼하자고 할까봐서요..
긴 내용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추가)
어젯밤 자기전에 쓴 글에 오늘 보니 이렇게나 댓글이 많이 달려있네요.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MBTI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도 아내도 둘다 극 F입니다. 주변인들이 말하는 아내는 공감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런데 연애때에도 저는 아내가 저에게만 T같이 철벽치는 것이 속상해서 여러번 이야기 했었습니다. 제가 연락문제로 속상해하면 본인도 노력하고 있다고 선을 긋고, 제가 애정표현을 하면 떨떠름해하고요. 사랑해라고 하면 대답을 그래 라고만 하고.. 손 잡고 만지작거리면 본인은 그냥 손을 딱 잡고만 있으면 좋겠다고 하고, 스킨십을 정말 싫어했습니다. 지금도 스킨십은 거의 없습니다. 아내가 나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이 계획도 없습니다. 솔직히 저를 남자로 보는것 같지 않습니다.
연애때부터 일주일에 한번 만났습니다. 전 더 보고싶어했지만 아내는 늘 바빴어요. 지금도 아내는 자발적 야근을 많이 합니다. 일찍 집을 나서고 밤늦게 집에 와요. 주말에도 하루는 사무실을 나가고요.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 진지하게 같이 보내는 시간을 늘려달라고 했는데, 노력하겠다는 말도 안하고 본인이 일이 바쁜것이 어쩔수 없다고만 합니다. 그렇게까지 일을 안해도 되는데 저와 보내는 시간을 애써 피하는 느낌이 듭니다. 저랑 같이 있는게 불편한 것 같아요.
프로포즈 이후에도 내 여자친구는 나이가 차고 나와 크게 부딪히는 부분이 없으니 적당하다고 느껴서 결혼하려는 걸까? 라는 생각을 계속 해 왔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의 카톡에 엄청난 상처를 받은겁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걸까? 라는 연애때부터 곱씹어온 질문에 쐐기를 박은것 같아서요.
남자가 울면 안되나요? 저도 사람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겁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한들 아내가 절 남자로써 사랑해줄까요? 함께 살아가면서 더 좋아질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의 마음이 삶이 모두 부정당한 느낌입니다. 절망적이고, 해결할 방법이 없어보여요.
아내에게 카톡에 대해 묻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대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것 같아서요. 다만 앞으로도 제 마음이 예전같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너무 슬프네요.
끝으로 결혼하신 많은 분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고 함께 있는것이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