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평산군에서 태어난 신능균 씨는 한국에서 광고 애니메이션을 작업하던 사람이었는데,
70년대에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져서 미국으로 날아감.
한국에서 LA로 가는 직항기도 없는데다 해외여행도 제한적이었던 시절,
신능균 씨는 일본을 거쳐 무작정 미국으로 날아감.
어찌저찌 미국에 도착해서 호텔에 짐은 풀었는데 문제는
돈이 없었다는 거였음. 돈도 없고, 영어도 능숙하지 못하고,
미국에 아는 지인이나 친척도 없고, 그냥 맨땅에 헤딩하듯 온 거임.
그런데 이 신능균 씨가 범상한 깡의 소유자는 아니었는지,
가지고 온 300달러 중에 280달러를 한 달 숙박비로
냅다 선지불해버리고 어떻게든 미국에서 자리잡아
애니메이터로서 커리어를 쌓기로 결심함.
그렇지만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이민자 처지에
당장 일자리를 구할 수는 없었고,
능균 씨는 하릴없이 LA 길거리를 쏘다니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능균 씨를 붙들더니 뜬금없이
'도라지꽃'을 아냐고 물어봄.
요즘 같으면 종교 안사요하고 가던 길 갔겠지만
능균 씨는 갑자기 "두유노우도라지꽃"을 시전하는
이 미국인에게 최선을 다해 Doragiggot에 대해 설명함.
근데 영어가 서툴러서인지 상대방이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거임;
그래서 전공을 발휘해 노트에 도라지꽃 그림을 그려서 보여줬는데,
이 행인은 그걸 보더니 엄청 반가워하면서
한 달에 350달러를 줄테니까 같이 일하자고 권유함.
알고보니 이 사람은 LA 광고업체 사장이었는데
'도라지꽃'이라는 상호의 한국 음식점으로부터 덥썩
광고 수주를 받았다가 "도라지꽃 그림이 들어간 표지를 제작해달라"는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거임.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길래
혹시 하는 마음에 붙들고 물어봤는데,
그게 하필 능균 씨였던 거
그렇게 신능균 씨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이 광고업체에서 정기적인 급여를 받으며 미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었음.
그러면서도 당초 미국으로 건너왔던 동기를 잊지 않고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애니메이션 업계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 노력이 통했는지 반 년이 조금 지난 어느 날
한 애니메이션 회사의 연락을 받고 애니메이터로 취직하는 데 성공함!
그 즈음 미국 영주권을 획득하며 이름도 영어식으로
'넬슨 신'이라 바꾼 신능균 씨는 각종 영화 및
애니메이션에서 제작자로 참여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의 라이트세이버 그래픽 효과를 담당했던 것이다!!
가공의 광선검을 영화상에 재현하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넬슨 신의 참여와 함께 영화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덧입히는
로토스토핑 기법을 도입해 깔끔하게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함.
그렇게 한국계 미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가던 넬슨 신은 마침내 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총괄감독 자리에 오르는데!!
그게 바로!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