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두지만 그쪽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보는
사회 지도층 김주원의 편지를 받는 유일한 소외된 이웃이야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바람이 나뭇가지를 못살게 흔드는 오후다
그쪽이 이 편지를 볼 때도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이런 오후였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봤던걸 그쪽도 봤으면 좋겠어
내가 서 있던 창가에 니가 서있고 내가 누웠던 침대에 니가 눕고 내가 보던 책을 니가 본다면
그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우리 함께 있는 걸로 치자
그 정도면 다른 연인들처럼 행복한 거라고 치자
어떤 놈도 사랑하지 말고 평생 나만 생각하면서 혼자 살아
최우영이랑도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고 그거 근친이야
내 생에 가장 이기적인 선택이 되겠지만 사회 지도층의 선택이니까 존중해줘
언제나 멋졌던 길라임 앞으로도 꼭 멋져야 돼
네가 아주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사랑해
사랑한다
〈파리의 연인> 때부터 다뤘던 계급 이야기는 현실에서 불가능하기에 판타지로만 가능하다는 역설을 담고 있지 않나. 〈시크릿 가든> 17회 충격적인 엔딩이 떠오른다. 혼수상태에 빠진 길라임(하지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몸을 내어주기로 결심한 재벌 김주원(현빈)이 빗속으로 질주하지 않나. 계급을 뛰어넘는 사랑은 육체를 내어주는 기적을 동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의미 아니겠나. 개인적으로 “여기서 드라마가 끝나면 〈시크릿 가든>은 걸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눈치 챈 분들도 많더라. 사실 시크릿 가든의 원래 엔딩은 그게 맞았다. 그런데 주변에서 파리의 연인2냐면서 나를 뜯어 말렸다. 작가가 작업에 몰두하면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리뷰를 받았더니 모두가 안된다고, 지금 작가만 주인공을 죽이고 싶어 한다며 나를 설득했다.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캐릭터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무책임한 엔딩을 내면 안된다는 말에 나도 마음이 바뀌었다. 대중들은 함께 웃고 울고 응원했던 캐릭터들이 행복해지는 결말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닫고 최선을 다해 해피 엔딩을 썼다. 지금도 결말을 바꾼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씨네21 김은숙 작가 인터뷰
참고로 그 당시 김은숙 작가 남편까지 시크릿 가든 마지막회 방송을 앞두고 한창 ‘엔딩 논란’이 일었을 때
문자로 아내에게 “해피엔딩 아니면 이혼할 줄 알아!”라고 귀여운 협박(?) 문자를 보낸 열혈 시청자 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