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RO. 신곡(神曲) (Divina Commedia)
2017년 지디가 7년의 휴식기를 갖기 전에 마지막으로 낸
솔로 앨범 [권지용]의 마지막 트랙
최근에 인스타에 올라와서 화제가 되기도 함
신곡을 낸다는 의미 아니냐, 현재 심경을 대변한거 아니냐 등등의 소리가 나옴
단테 [신곡]은 라임을 맞춘 서사시 형태로 오늘날의 힙합 랩 가사 스타일과 유사함
지디는 단테의 [신곡]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를 자신의 삶에 대입하여 '신곡'이라는 곡을 씀
단테의 [신곡]은 지옥-연옥-천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디의 '신곡' 가사도 이 3단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음
이제부터 지디가 현재 처한 상황이 떠오른다는 자전적인 '신곡' 가사를 살펴보자
※ 지디는 가사를 쓸 때 언어의 중의성을 많이 사용하며,
'신곡'은 영화 [트루먼쇼]에서 영감을 받기도 함
개천에서 용 난게 권지용이지만 가족 아니면 생판 남이고,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880818 음력으론 7월7일생 용이 태어난 곳이라는 의미의 용산구에서 태어난 용띠 지드래곤)
개천에서 용 난다 -> 고생 끝에 낙이 왔다 -> Divina Commedia
[신곡]도 단테가 지옥부터 시작해서 연옥을 거쳐 고생 끝에 낙(천국)으로 가는 내용을 담고 있음.
"별" 볼 일 없는 컴컴한 지하에서 시작해서 "별"=스타, 연예인이 되어서
(단어 중의성 이용)
이젠 자체발광이 직업병이래.
간호사, 날 치료해줘, 내가 너에게 더 많은 돈을 줄게, 내가 너의 억만장자 왕자가 될게.
Richard Prince의 작품 [Millionaire Nurse]를 이용해서 쓴 가사고 이 그림은 지디 방에 걸려있는 그림임.
작품에서 간호사가 이미 Millionaire(백만장자) Nurse니까 자기는 간호사의 Billionaire(억만장자) Prince가 되어
더 많은 돈을 줄테니, 날 좀 치유해달라고 함ㅠㅠ
[트루먼쇼] 속의 트루먼이 만 30세에 가까움. 당시 지디의 나이는 만 29세로 아직 1년 넘게 남은 상태였음
[Divina Commedia]에서 단테는 '코메디아'라는 단어를 써서 인생이 희극이라고 말함.
하지만 나는 이미 가식의 탈을 써서,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인생을 코미디라고 한다는 게 와닿지 않고, 왜 그렇게 말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가식이 탈이지" 이건 가식의 탈을 썼다는 뜻과 동시에 가식이 탈이다 (잘못이다) 라는 뜻도 포함.
곡 뒷부분에도 "시민 가수가 국민 배우가 됐다"는 가사가 있는데 이것도 여기서의 가식과 상통할 듯함.
혹은 자신은 그저 가수의 길을 택했을 뿐인데 모두가 자신을 지켜보고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말일 수도 있음.
트루먼이 자신도 모르게 온 국민이 보는 쇼에 나오는 배우가 된 것처럼...
잘 먹고 살려고 자기 이름을 걸고 거래함.
이름값이 궁금하면 태희(지디 매니저)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삶에 파도가 치면 파도를 타되, 휩쓸리지 마라.
'파도 치면 타고' 여기를 음원으로 들으면 파도 틀면 타고 이렇게 들리는데
이 가사에서 [트루먼쇼]에서 트루먼이 진실을 깨닫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제작진이 인위적인 파도를 만들어서 위험하게 하는 부분이 연상됨.
그래서 파도를 "튼다"고도 들리게 발음한게 아닐까 싶음.
[트루먼쇼]에서 트루먼은 다른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어했지만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트루먼의 상상은 비현실적이고 철이 없는거라고 핀잔을 줌.
우리 삶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들에 좌절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사에서 지디는 우리 각자의 세상을 우리가 감독도 하고, 주인공도 되어가며 작품을 만들어간다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상상속의 꿈들이 현실을 뛰어넘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려는 것 같다.
트루먼이 그랬던 것처럼 갇혀 있던 벽의 문을 열고 나가보라는 뜻.
(영화 트루먼쇼 장면)
"In case I don't see ya, good-afternoon good-evenin' and 굿밤..."
(지디 콘서트 신곡 무대 엔딩)
단테의 [신곡]에서는 인간을 모순적인 존재라고 얘기하는데
지디의 신곡 가사 중 훅부분도 모순되는 상황들을 계속 물고 물리게 하면서 진행되는 느낌이다.
난 문제라고 불리지만, 문제가 아니라 문제의 답이고, 답이니까 촉이 오는데, 다시 초기화되고, 또 다시 영감을 받는다.
(영감도 세워, 이건 영감을 받는다는 의미인 동시에 촉이 늙은 영감도 세울만큼 번뜩인다는 언어유희.)
[신곡]에서는 천국에 가까워질수록 인간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하느님에게 다다르게 되면
육체와 기억이 모두 사라지고 흩어진다고 한다. 흩어지면서 그 모든 빛을 단테가 받아들임으로써
결국 천국에 도달한다는 건데 이 부분 설명 읽을 때 "-초기화, 영감도 세워" 이 가사가 생각남.
[신곡]이 지옥-연옥-천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곡도
verse 1. 에서 개천, 깜깜한 지하에서 시작해서 별이 된 이야기를 하고 (지옥)
verse 2. 현실에서 끊임없이 자조하지만 끝에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아갈 의지를 다시 다지고 (연옥)
마지막 [트루먼쇼]를 얘기하면서 트루먼이 현실로 나갔던 것처럼, [신곡]에서 단테가 하늘로 올라갔던 것처럼 이상향(천국) 으로 나아간다는 3단 구성을 띠고 있음
"난 문제가 아냐 문제의 답이에요" 관련 지디 인터뷰
지드래곤의 정체성이라 불리는 'peaceminusone'은 평화로운 유토피아적인 이상세계(peace)와 부족한 현실세계를 잇는 교차점'이라 언급한 바 있음.
여기서 이상과 현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지디 자신이라고 볼 수 있고,
지디는 현실을 직시하되, 이상세계(peace)를 지향하자는 이야기를 여러곡 가사들을 통해 전달해 옴
(피스마이너스원은 지디 패션 브랜드 이름이기 이전에 10년 전부터 지디가 내세운 자신의 정체성임
피마원의 자세한 의미는 밑에 링크 참고
https://instiz.net/pt/5829153)
지디의 피마원 세계관을 볼 때, 단테가 지옥과 연옥을 거쳐 결국에는 천국으로 나아간다는 책 [신곡]의 내용에 지디가 많은 공감을 했을 것 같음
+ 어제 지디 인스타에 올라온 게시물 속 오른쪽 만년필 상품명이 '단테 연옥'이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