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순방서 재벌 총수 5명 별도 회동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2023년 6월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 입장하며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2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한 한식당에서 재벌 총수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23일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파리를 방문해, 25일 현지를 출발해 26일 귀국했다. “시간은 금”(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엑스포 유치를 위해 분초를 아끼던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과 술자리를 했다. 이날은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28일 국제박람회기구(BIE) 제제173차 총회를 나흘 앞두고 있었다.
수행원 없이 홀로 이동한 비공식 일정
프랑스 현지 식당과 복수의 5대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과 ㅇ식당의 2층 단독룸에서 술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엘지(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참석했다. 저녁 식사에는 소주와 맥주가 곁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공식 일정으로, 재벌 총수들은 수행원 없이 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ㅇ식당은 1994년 파리에 문을 연 고급 한식당이다. 누리집에는 “간단한 전식부터 고급 회 요리까지 음식에 맞는 와인을 추천하고 있다”고 돼 있다. ㅇ식당 관계자는 12월12일(현지시각) 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등 경제인들이 다 와서 저녁 식사를 했다”며 “2층 단독룸은 15명 이상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술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했다. 정확하게 몇 명이 얼마나 마시고, 언제까지 있었는지는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당시 현장에 있던 기업 쪽 관계자들도 윤 대통령과의 술자리 사실을 인정했지만, 끝난 시간은 엇갈렸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5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수행 없이 총수들끼리만 참석했다. 식당 예약 등 준비도 대통령실에서 했고, 저녁 8시에 시작해 밤 11시까지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 ‘소폭’을 마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다른 그룹 관계자는 “ㅇ식당에서 윤 대통령이 재벌 총수 등과 함께 저녁 8시부터 술자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 관계자 역시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 술자리를 했다고 전해들었는데 얼마나 마셨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한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 비공식적으로 술자리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공개적인 자리를 갖는 것도 걸맞은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 시장 방문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민심 달래기’라는 정치적 행보에 재벌 총수들을 동원한 것으로 유례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윤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피의자처럼 생각해 자꾸 동원한다는 느낌”이라며 “정치인이 기업인들을 자주 만날수록 이들에게 정부 사업을 수주하거나 규제 회피 등을 얻어 정경유착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처럼, 비공식 자리는 지양하고 공식 자리도 명확한 의제를 설정해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