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범하게 연애하고 결혼까지 가는 게 나만 이렇게 힘든가 며칠 밤낮으로 고민하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생전 처음 올려보는 글이라, 두서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미리 양해 부탁 드립니다.
(+이런 이야기 지어내서 구구절절 쓸 만큼 부지런하진 않습니다..)
- 남친과 내년 결혼 약속
- 아버님 돌아가심
- 사업 빚 5억 동생과 나누기로 함
- 어머니 경제능력 없어 남친이 기약 없이 도와드려야 함
- 남친이 현재 상황으로 인해 신혼집&결혼 미루자고 함
일단 간단하게 프로필을 정리했습니다.
저:
L 30대 초중반. 중견기업 이직 2년차. 연봉 4천 후반(비전 있고 특수하여 좋은 제안 많이 들어오는 상황)
L 부모님 노후준비 하시는 중. 여유 있는 집안 아니라, 도움 받기 어려움(도움 주지 않아도 될 정도)
남자친구:
L 동갑. 외국계기업 8년차 개발자. 연봉 4천 후반(전회사 대기업인데, 연봉 깎아 들어옴)
L 어머님 노후준비 X. 앞으로 남친이 기약없이 도움 드려야 함
저는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남자친구와는 동갑이고 소개팅으로 만나 1년 반 정도 연애중입니다.
남자친구 쪽은 아버지가 지방에서 사업하셨는데, 모자람 없이 자랐어요.
저를 만나기 전에는 명품도 종종 사고, 외제차 타고 다녔어요. (지금은 차도 팔았어요)
학자금 대출, 집 보증금 대출 이런 것 한번도 해본 적 없다고 하네요.
남동생이 한 명 있는데, 가족 간에 통화도 자주 하고 서로 아끼는 집안이었구요.
훤칠하고, 다정다감, 말을 예쁘게 합니다.
섬세하고, 1년 반 동안 거의 화낸 적이 없어요. 감정기복이 거의 없습니다.
경제관념, 추진력 있고, 주관이 뚜렷한 ENFJ 에요.
서로 만난지 3개월 쯤 됐을 때 확신이 들었고, 결혼 얘기를 조금씩 했어요.
내년 10월 쯤 결혼하자 했고, 가끔 투닥거리긴 했지만(남친이 술 만취하면 전화로 계속 했던 말 반복하고 밤새 좀 힘들게 해요) 잘 만나왔어요.
올해 여름에 아버님이 갑작스레 암말기 진단을 받으셨고, 지지난달에 돌아가셨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고 충격이었지만, 남친은 저의 마음과는 비교도 안될걸 알기에, 아버님 투병 기간 동안 조용히 곁을 지켰어요.
생전에 한번도 뵙지 못해, 장례식 날에야 어머님 포함 모두를 처음 뵀고,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고 왔습니다.
잘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어머님은 한번도 일을 해본 적 없는 가정주부시고요.
아버님 사업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으셨던 것 같아요 (통장 비밀번호도 모르셨어요)
돌아가시고 세무사랑 유산 정리를 하는데,
사업자금, 현금서비스, 체납된 직원들 임금 몇달치 다 합쳐서 5억 넘는 빚이 있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빚이 꽤 될거다' 가족들끼리 미리 파악을 했다고 하는데,
어머님이 빚을 다 감당할 수 없다 판단하여, 아버님 돌아가시기 전에 서류이혼 마쳤다네요.
그래서 남친과 남동생(6살 아래)이 5억 빚을 고스란히 가져오게 됐습니다.
부모님 사시던 집 팔고, 어머님 월세로 가시고, 가지고 있는 집 2채(얼마 안됨) 다 팔아서 빚을 갚을 예정이래요.
그리고 나머지 빚은 둘이서 나누기로 했는데, 그게 각각 1억 5천 입니다.
저한테 처음에 이 빚에 대해 얘기하며,
너한테 염치 없이 같이 갚아 달라 하지 않을 거다, 나 혼자 해결할거다 걱정하지 마라 했었고,
저는 "어찌 됐든 당장 다 갚을 수 없는 상황인데, 결혼해서 갚아나가자.
내가 많은 도움은 못되겠지만, 니가 빚 스스로 나눠서 갚는 동안 옆에서 생활비든 뭐든 좀 더 힘이 되겠다"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결혼 얘기가 나올 때마다 뭔가 미묘하게 뜨뜨미지근해진것같아, 물어봤어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얼마 안됐는데, 결혼 준비 얘기 하는게 힘든 거지? 그럼 나중에 천천히 할까?"
그러니, 솔직히 말하길 당장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대요.
"결혼을 한다면 꼭 너랑 하고 싶은데, 자기가 지금 상황이 이렇게 돼서 모르겠다.
어머니도 혼자 되셨는데, 혼자 두고 결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번 생은 결혼 같은 사치 포기하고 어머니 모시면서 살아야 되는거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하더라구요?
안그래도 어머님이 요새 전화로, "너희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외롭다" 자주 하신다네요..
그러면서 얘기하는게, "그렇지만, 너를 포기할 순 없으니, 내후년에 결혼하는거 어떻겠냐?
집은 내년 1년 더 각자 살자(원래 내년 2월에 둘다 전세 계약 만료에요)" 라고 결혼전 신혼집 들어가는 일정도 미루자 합니다.
더 들어보니... 어머니가 오래전부터 우울증 약을 드신다고... 일할 능력이 없으시대요.
그래서 기약 없이 도와드려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어머니가 갑자기 몇 년 후 괜찮아지셔서, 마트 일이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면, 동생이랑 자기랑 반씩 생활비 보태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물론 저와는 상관없이 본인 혼자 하겠다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그게 안되지 않나요?
저는 1억 5천 이라는 빚, 오케이 입니다.
있다가도 없는게 돈인데, 같이 해결하면 돼요.
근데 문제는 솔직히... 어머님을 돌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몇 년 정도? 괜찮겠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인데, 생활비 쪼개서 드리면 되죠.
그런데 가정을 이루고 아기가 생기거나, 생각지못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그때는..?
제가 과연 남친탓을 안할까 싶어요.
그리고 남친도 그때 얘기하겠죠. 내가 그래서 결혼 모르겠다 하지 않았었냐. 이런 식으로.
사실,
남친이 한번이라도, "지금은 좀 힘들겠지만, 내가 더 열심히 해보겠다. 조금만 같이 힘내보자. 나를 조금만 도와달라" 라고 했다면 전 알겠다 했을 거에요.
매번 "기다려달라,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하냐, 어머니가 저런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미안하다.."
이런 말들입니다....
며칠 전 마지막으로 얘기 나눌 때는, 좀 기다려주거나 아니면 그만 만나는게 맞다 라고 하네요.
제가 악착 같이 일하고 부모님 손 안벌리며 산 이유는, 이렇게 제몫이라도 잘 벌어서 사는게 효도라고 생각해서였어요.
저희 부모님도 항상 미안해 하시면서,
그래도 나중에 제가 돈걱정 덜 하고 잘 살 수 있게 노후는 당신들이 알아서 준비하시려고 주 6일 일하십니다.
그래서 뭔가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드네요.
저는 항상 살면서 사랑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왔고,
저희 아빠도 사랑 없이 조건만 보고 결혼할거면 혼자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항상 말씀해오셨습니다.
그래서 무섭네요..
사랑만으로 결혼해서 결국 돈 때문에 서로에게 미안하고 서운한 감정만 남게 될까 싶어요.
한편으론, 그래도 정말 좋은 사람인데, 다시는 이런 사람 못만날까 두렵기도 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감없이 조언 부탁 드려요.
-
+ 추가글
몇분이라도 댓글로 조언주시길 바랐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남겨주셔서 일단 감사드립니다.
몇가지 추가하고자 글 적어요.
일단 주작 아니구요. 주작이라 생각하실 정도로 어이가 없는 이야기라니, 심장 빨리 뛰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네요.
나이 먹을 만큼 먹었지만, 상속포기니 뭐니 저랑 다른 세계 이야기여서 생각해본 적 없다보니 그쪽으론 무지했습니다.
1. 상속포기, 한정상속 관련 물어보지도, 남친이 이야기하지도 않았어요.
2. 집 2채 팔아도 5억이 안되냐 물었더니, 재개발구역에 있어서 돈도 얼마 안되고 그렇다고 갖고 있어봤자 오르지 않을거라고 했습니다.
3. 남친 전직장이 대기업이었는데, 좀더 편한 근무환경을 원해 연봉깎고 들어왔다네요(이직 4년차)
4. 사망후 3개월? 내에 관련된 걸 처리해야 한다 해서 세무사랑 최근까지 정리를 했고, 모르고 있던 현금서비스 등등 다 찾아내서 5억 넘는 빚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가+집2채 => 3억 정도될 것 같다고 했고, 나머지를 나눠서 갚기로 했다 하네요.
5. 남친 현재 원룸전세 8천인데, 그 중 4천정도 아버님이 빌려주셨고, 나머지는 본인 돈이라합니다. 집 빼고 보증금 8천 중 6천 정도를 1억5천 빚갚는데 쓰겠다고 합니다.
6. 여차저차한 이유로 결혼을 미루게됐으니, 우리 부모님께 현상황을 말씀드리긴 해야겠다 라고 말했는데, 자기가 곧 얘기할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 하네요.
댓글로 의문점 남겨주신거 정리해서 남친한테 물어보고 추가글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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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글
따끔한 댓글들 하나하나 꼼꼼히 다 읽었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주작이라고 단언할 정도로 앞뒤가 안 맞고, 말이 안되고,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되는 얘기였는데, 저만 그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진짜 하네요.
이 친구가 아버지와 가까운 사이였기에 상실감이 아주 클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어떤 얘기를 해도 의문 보단, 안쓰럽다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만나는 1년 반 동안 2주에 한번 빠짐없이 꽃을 사오고, 아프면 어디에 있든 죽 사서 달려오고, 제가 항상 1번이었던 친구라 더더욱 의심해보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정신 차렸습니다. 상속포기, 한정상속 등을 떠나 애초에 이해 안 되는거 투성이네요.
댓글중 많이 나온 몇 가지
-집 관련: 남친 본가+재개발 2채 위치는 광역시입니다.
그래도 3채가 2억 나온다는게 말이 안되는데, 그땐 그렇구나 하고 말았습니다.
-연봉: 이제까지 많은 것처럼 얘기해왔었는데, 최근에 서로 까보기로 하고 제 연봉 먼저 얘기했더니, "너보다 한 200 정도만 많아. 전회사에서 깎아서 들어왔어" 라고 하더라고요. 당황했지만, 친구 중에 천만원 깎아 이직한 경우도 있다 보니 그렇구나 했어요.
-세무사 관련: 아버님 돌아가시고, 몇번 주말마다 본가를 가서 세무사와 정리해왔습니다. 수일에 걸쳐 남은 게 뭔지 조회했고, 현금서비스 받았다는 걸 마지막으로 5억 넘는 걸 찾아내서 그걸 앞으로 어떻게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지? 를 알아볼 예정이라고 했었습니다.
-상속포기, 한정상속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 제 앞으로 유산이 있는 것도, 저희 부모님이 아픈 것도,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라 관심 없었습니다. 남친이 관련해서 저보다 알아도 더 빠삭하게 알테니, 라고 생각하고 더 자세히 파보지 않았어요.
거의 두달에 걸쳐 저 얘기들이 조금씩 추가추가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마지막 얘기한 게 지난주 목요일이고, 생각해보자 해서 오늘이 됐어요.
며칠 동안 저는 연락을 안했고, 남친은 제답장이 없어도 아침점심저녁으로 밥 먹었는지 출근했는지 몸 어떤지 체크를 하네요.
만나지 말고, 퇴근하고 전화로 하자고 했습니다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귀중한 시간내서 읽어주시고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베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