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요?
어떻게 알았냐며 빙그레 웃는 내게
아이는 비밀을 알려주듯 설명한다
나를 자꾸 쳐다보잖아요.
자꾸 쳐다보면 좋아하는 거에요.
시옷의 세계, 김소연
당신은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생명이 있는 한은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희랍어 시간, 한강
소식이라도 한번 주지 그랬니
난 너무 외로워서 아무 병에라도 전염되었으면 하다가
어제는 느지막이 강변에 나가 놀다 들어왔다
니가 돌려보낸 편지봉투 속에 편지지처럼
잘 게 찢긴 달빛들이 물결 위로 흐르고
밤하늘에 빼곡하게 뜬 별자리들
그 하나하나에 일일이 귀의하고 싶더라
너를 잊기 위해 나 그간 여러 번 개종하였다
종교에 관하여, 심보선
너를 좋아해.
작은 소리였다.
그러나 바람이 멈추고 달이 뜨고,
주변에 소음이라고는 없이 조용한 허공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였다.
너를 좋아해.
허공의 아이들, 김성중
하늘에선 햇빛이 들락거렸으면 좋겠어요
흰 구름 뭉게뭉게 피어올랐으면 좋겠어요
구름의 반그림자 속에서
당신과 만날 수도 있겠죠
철 지난 바닷가,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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