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사 관계자는 "수없이 많은 일을 하면서 여러 협상의 과정에서 늘 생기는 문제가 배우 출연료인데, 주연은 이젠 억소리가 아니라 회당 10억 소리가 현실이고, 이젠 어떠한 자구책을 찾아야만 할 때가 왔다"면서 "더욱이 줄어든 편성을 놓고, 제작사들이 그나마 편성이 용이하게 담보되는 배우들의 요구대로 회당 수억 원을 지불해가며 제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으며, 이는 또다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현 드라마 제작 실태를 전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일부 스타 배우들이 계약 시 방송이 나갈 플랫폼을 미리 한정하고, 현장에서 대본을 바꾸는 것도 비일비재하며, 감독을 교체하는 등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제작사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면서 "제작사와 방송사가 드라마 판을 키웠지만 제작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배우들만 그 과실을 가져가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있다. 매니지먼트사와의 협상이건 정책 수립이건 시급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제작사 본부장은 "회당 제작비가 12억~15억씩 되고 있는데 솔직히 출연료를 3천만~4천만원씩 올려 주는 건 힘들다. 문제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이 정도 금액에도 성사되었던 배우들이 지금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편성 개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내년에도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예전엔 배우 한 명당 소화하는 작품 수가 많았는데 이젠 편수도 적고 나와 있는 대본만 많고 그 외에도 제작되고 있는 게 많아서 일단 몇 개를 걸어 놓고 재고 있다. 같은 배우, 같은 감독으로 2~3개 작품씩 걸어 놓고 편성되는 작품만 하겠다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의 시장이 암울하다"고 전망했다.
이는 국내 방송사 영향력이 줄어들고,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중심으로 드라마 산업 전반이 재편된 탓이 컸다. 글로벌 기준으로 배우 출연료는 상승했지만 국내 자본으로는 제작비 감당이 어려운 현실. 그럼에도 이에 제동을 걸 방법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회당 제작비 20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현실이 무섭다"는 푸념 섞인 이야기까지 나왔다.
한 제작사 대표는 "최근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들의 캐스팅을 진행했는데 회당 출연료를 4억원, 6.5억원, 7억원을 불렀다. 요즘 출연료 헤게모니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는 언론이나 기사들에서 보는 수치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급한다"면서 "중국은 배우 출연료가 총 제작비의 40%를 넘길 수 없고 출연료 중 주연급의 출연료는 70%를 넘길 수 없다고 들었다"고 한국 역시 합리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출연료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다른 제작사 대표는 "캐스팅 할 때, 우리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의 작품 제작비가 크게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준을 우리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 이 출연료 적정선을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난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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