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이 읽다가 생각이 많아진 싱어게인 30호 이승윤 우승 직후 인터뷰인데
진짜 극염세주의적이면서도 세상에 대한 좋은 면도 보고 있는게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와봤어
인터뷰는 아레나 2021년 4월호
에디터: '무명성 지구인' '게인주의' 가사를 보면 이승윤이 뭘 중요시 여기는지 느껴져요.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이름 없는 개인들, 그들의 지글거림에 계속애서 집중하죠.
이승윤: 그건 제가 살아온 삶이기도 하고, 제가 삶을 바라보는 자체이기도 해요. 빛과 어둠, 강자와 약자, 승자와 패자라는 이분법으로 말하고 싶진 않아요. 전 뭔가를 단칼에 딱 잘라서 정의 내리거나 한마디로 퉁치는 걸 싫어하거든요.
빛 안에서도 소외되는 사람이 있고, 어둠 안에서도 소외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스테레오 타입에 들에맞지 않아서요. 한두 문장으로 수렴되는 세계는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문장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분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고요.
에디터: 같이요?
이승윤: 네. 혼자 행복해서 뭐합니까. 나중에 다 후회하던데.
에디터: '영웅수집가' 라는 곡은 제가 가장 일찍 접한 이승윤의 곡이에요. 누군가를 우상화하고 숭배하다 오점을 발견하면 부수어버리는 현 세태를 잘 반영한 노래라 생각했죠. 한마디로 누군가를 삭제하는 '캔슬 컬쳐' 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승윤: 그 말이 딱 맞네요. 다만 이건 시대를 불문하고 그래왔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날 대변해줄 우상으로 만들어 과도하게 찬양하다가, 작은 흠을 발견했을 때 정말로 긍정적인 부분까지 다 부수어버리고, 대중이란 이름으로 파괴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 폭력적일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사람을 싫어하게 된 이유와 이 사람이 다시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좀 다른 것인데 말이죠.
에디터: 이제 이승윤도 우상화의 대상이 되었죠. 어때요? 긴장되나요?
이승윤: 저는 차분합니다. 우상화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제것이 아닌 많은 요소들이 지금의 저를 멋지게 포장해주고 있지만 이 포장지는 언젠가 벗겨질 것임을 알아요.
회사엔 누가 되겠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하하하.
에디터: 이승윤은 뭘 멋지다고 생각하나요?
이승윤: 날이 서 있으면서, 포용도 할 줄 아는 것.
자기만의 날을 무뎌지지 않게 품고서, 많은 걸 끌어 안으며 사는 사람을 볼 때 진짜 멋지다고 생각해요. 날만 서 있지도 않고, 좋은게 좋은 거지 넘어가지만도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에디터: 아티스트로서도요?
이승윤: 맞아요. 싱어게인>을 통해 대중에게 닿을 수 있는 경험을 했죠. 많은 분들께 닿을 수 있는 음악을 염두에 두면서 제 시선의 날카로움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데나 막 쑤시고 다니겠다는건 아니에요. 날이 서 있다는 건 그 반대편도 생각한다는 뜻이니까.
에디터: 이승윤은 뭘 믿나요?
이승윤: 전 초콜릿을 믿습니다.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 라는 페르난도 페소아의 시집이 있어요. 저는 한순간의 행복을 믿어요. 지금 이 순간처럼요.
이건 다른 잡지 인터뷰에서 발췌
"제가 염세주의자라 정말 최선을 다하니 이렇게 잘됐다는 말을 못하겠어요.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생긴 사람의 말은, 결과적으로 덜 좋은 상황의 사람에게 폭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