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봤자 공간 낭비만 할텐데요." 나지막한 해리의 목소리를 들은 두들리는 여전히 버논을 응시한 상태로 천천히 다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두들리의 행동에 버논이 의아해 했지만, 정작 두들리 또한 자신이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러는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그러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따르는 대로 몸을 맡긴 느낌이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차분히 옮긴 발걸음이 향한 방향으로 이내 다음 발자국을 방해하는 낮은 턱이 나타났다. 울타리를 잠시 응시하던 두들리는, 곧 결심이 선 듯 그곳을 넘어 해리에게로 향했다. 두들리와 해리의 공간에는 풀지 못한 오해와 이야기 그리고 사과같은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지만, 어쩐지 잔디밭을 걷는 두들리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해리와 두들리 모두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네가 공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해리." 두들리의 입에서 나온 그 한 마디는 해리를 적잖이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신을 향해 똑바로 쏟아져 나온 한 글자 한 글자가 느리고 어눌한 단어들의 조합. 그러나 그 어휘로부터 보이는 진심 만큼은 조금의 어색함도 찾아볼 수 없을만큼 커다랗게 느껴졌다. 해리는 두들리가 내민 손을 잠시 응시하고는, 이내 그 손을 잡고 위아래로 천천히 흔들었다. "고맙다." 해리의 고즈넉한 한 마디에 두들리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곧 포개진 손을 자연스럽게 놓으며 뒤를 돌아 버논 이모부의 자동차로 향하는 두들리의 등은 그 어느 때 보다 가볍고 홀가분해보였다. 그리고 그가 다시금 넘어가는 턱이 낮은 울타리가 아까와는 다르게 어쩐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법같은 일이라고 해리는 생각했다.
SNS에서 직접 지었다는 댓글에
내 창작 조금 더 보태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