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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철ll조회 5446l 2

1931년 서울, 상류층 여성 두 명이 껴안고 철로에 뛰어든 사건 | 인스티즈

1931년 4월 8일 오후 4시 45분. 영등포역에서 오류동 쪽으로 2km 되는 지점. 스무살 전후의 여자 두 명이 영등포 역으로 들어오는 경인선 제 428 열차에 뛰어 들었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두 여인의 시신에서는 신분증이나 유서 같은 신원을 알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1931년 서울, 상류층 여성 두 명이 껴안고 철로에 뛰어든 사건 | 인스티즈

주머니 속에서 발견된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암시해줄 따름이었다.



사건 발생 당일 밤, 서대문경찰서와 종로경찰서에 각각 며느리와 딸을 찾아달라는 실종신고 두 건이 접수됐다. 이튿 날 오전, 가족들이 시신을 확인한 결과 두 여인은 김용주와 홍옥임이었다.


1931년 서울, 상류층 여성 두 명이 껴안고 철로에 뛰어든 사건 | 인스티즈

김용주

종로에서 덕흥서림이라는 큰 서점을 경영하는 김동진의 맏딸



1929년 열일곱 김용주는 동덕여고보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얌전해 동급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다른 일에는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 공부만 하며 사회를 위해 일하는 여성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갔다.



아버지 김동진은 그런 딸의 꿈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딸에겐 늘 ‘모름지기 여자란 좋은 집에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남편 받들며 사는 게 제일’이라고 가르쳤다.



일찌감치 동막 부호 심정택과 사돈을 맺기로 약속하고, 딸이 졸업하는 대로 심정택의 큰아들 심종익에게 시집보낼 계획이었다.



그해 여름, 심정택은 ‘신랑의 할머니가 하루바삐 손자며느리를 보고 싶어 한다’며 서둘러 혼례를 치를 것을 청했다. 딸이 공부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김동진으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허겁지겁 혼인 날짜를 잡고, 학교를 찾아가 억지로 자퇴시켰다.



김용주는 마지못해 심종익과 결혼했다. 당시 심종익은 휘문고보 1학년에 재학 중인 철없는 소년에 불과했다.



공부하느라 살림이라곤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는데 하루 아침에 부잣집 큰살림을 떠안았다.



어린 신랑은 그런 아내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려주지 않았다.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종익은 휘문고보를 자퇴하고 비행학교를 다니겠다며 일본으로 떠났다.


1931년 서울, 상류층 여성 두 명이 껴안고 철로에 뛰어든 사건 | 인스티즈

호랑이 같은 시댁 식구들 사이에 혼자 남겨진 김용주는 더 한층 큰 적막과 고독에 잠겨 쓸쓸한 나날을 보냈다.



이듬해 봄, 김용주는 시부모에게 학교에 다시 다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시부모는 어린 며느리를 바깥으로 내돌리는 게 꺼림칙했지만, 유학 간 남편을 기다리며 혼자 사는 며느리를 마냥 집안에만 붙잡아둘 수도 없어 승낙했다.


1931년 서울, 상류층 여성 두 명이 껴안고 철로에 뛰어든 사건 | 인스티즈

방으로 돌아온 김용주는 살림할 때 입던 치마저고리를 벗어던지고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던 교복을 꺼내 입었다. 설레는 가슴을 애써 쓸어 내리며 하인을 앞세우고 집을 나섰다.



옛날 담임선생님과 동무들은 모두 그녀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그러나 이번엔 차고 엄격한 학칙이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기혼자는 입학을 불허함’


기혼자라는 이유로 복학을 거부당하고 집으로 돌아온 김용주는 남편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남편은 비행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고 귀국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남편은 아내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바깥으로 나돌았다. 방탕한 기질은 심씨 집안의 내력이었다.



마지막 희망이던 남편마저 자신을 저버리자 김용주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결혼생활을 원망하고 저주했다. 가슴 속에 맺힌 사연을 하소연할 사람이 없어 애태우고 있을 때, 우연히 동덕여고보 동창 홍옥임을 만났다.



1931년 서울, 상류층 여성 두 명이 껴안고 철로에 뛰어든 사건 | 인스티즈

홍옥임

제중원의학과 1기 졸업한 조선 최초의 국내파 의사 홍석후의 막내딸



여학생 시절 홍옥임은 ‘이상한 방식’으로 친구를 사귀었다. 홍옥임은 어디서고 어여쁜 소녀를 보면 당장 금반지 한 개를 사서 선물하고 연서(戀書)를 써 보냈다. 1930년대 여학생들 사이에서 동성끼리의 연애는 대개 반지를 교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홍옥임은 이화여고보를 졸업한 후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세브란스가 제일 좋아. 앞으로 나는 의사하고 결혼할 테야.”

홍옥임이 의사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자 집안사람이 죄다 달려들어 신랑감을 물색했다.



1931년 서울, 상류층 여성 두 명이 껴안고 철로에 뛰어든 사건 | 인스티즈

얼마 후 홍옥임은 오빠의 소개로 세브란스의전 학생과 연애를 시작했다. 홍옥임이 이성 애인과 사랑을 키워갈 때 가정에 뜻밖의 우환이 생겼다.



아버지에게 최근에 갑자기 애인이 생겼는데 ‘원동 재킷’이라는 유명한 ‘모던 걸’로서 마치 딸과 같은 어린 사람이었다.



홍옥임은 존경하는 아버지의 외도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집안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애인마저 그녀를 버리고 떠났다. 아버지와 애인에게 연이어 배신당한 홍옥임은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갈등하던 홍옥임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가 바로 김용주였다.



1931년 서울, 상류층 여성 두 명이 껴안고 철로에 뛰어든 사건 | 인스티즈

남자에게 배신당한 홍옥임과 김용주는 서로 깊이 동정하며 상처를 어루만졌다. 홍옥임은 수시로 김용주의 집을 찾았다. 두 여인의 우정은 어느 순간 사랑으로 발전했다.



홍옥임은 친구들에게 “차마 죽어버리려 해도 아버지의 명예와 나밖에는 동정해줄 사람이 없는 김용주가 가여워서 그러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도원에 들어갈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개신교를 믿는 집안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31년 3월, 홍옥임과 김용주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 마지막 전차를 타고 한강으로 향했다. 모래 위에 옷을 벗어놓고 물속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다. 초봄 차가운 물살이 두 여인의 목 밑까지 차올랐다.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덧없는 이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 강변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더니 배 한 척이 다가왔다. 두 여인이 물에 빠진 것을 보고 누군가 급하게 노를 저어온 것이었다. 구조를 받은 두 여인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첫 번째 자살 시도에 실패한 두 여인은 4월 안으로는 죽어버리기로 결심하고 남은 한 달 동안 원 없이 놀아볼 생각으로 밤낮없이 공원으로 극장으로 돌아다녔다.



3월 말 드디어 죽음을 결심하고 애선사진관에서 최후의 촬영을 마치고 동무들에게 사진을 일일이 나눠주었다.



4월 1일 홍옥임은 이화여전 음악과에 입학했다. 새 출발하는 날 일기장에는 의외로 ‘세상 사람은 모두 가면을 쓴 천사다. 나는 학교도 세상도 다 싫다’는 글귀가 씌어 있었다.



1931년 4월 8일, 이화여전 음악과 신입생 홍옥임은 그날 따라 무척 행복해 보였다. 수요일이었음에도 학교에 가지 않고 아침부터 몸단장을 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두 뺨에 미스코시백화점에서 사온 ‘코티(Coty) 분’까지 발랐다.



“얘 학교 안 가니?”



“오늘은 수업 없어요.”



홍옥임은 어머니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옷장에서 옷이란 옷은 죄다 꺼내 옷맵시를 맞춰보았다. 걸쳤다 벗기를 몇 차례 반복한 끝에 조지아백화점에서 새로 산 실크 양장을 골라 입었다.



얼마 후 김용주가 집으로 찾아왔다. 김용주는 시집간 지 3년이 지난 주부였지만, 그날따라 블라우스와 스커트 차림이었다.



“엄마, 우리 놀러 나가요.”



“아니 점심때 다 됐는데 밥이나 먹고 가야지.”



“나가서 먹을 게요. 우리 바빠요.”



1931년 서울, 상류층 여성 두 명이 껴안고 철로에 뛰어든 사건 | 인스티즈

오전 11시, 홍옥임은 김용주와 함께 허겁지겁 대문을 나섰다.



오후 4시, 세련된 양장을 곱게 차려입은 스무 살 전후의 신여성 두 명이 영등포역에서 하차했다.



40분 남짓 철로를 따라 걸었을 때, 멀리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질주하는 열차가 보였다. 열차는 점점 다가왔지만, 두 사람은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해맑게 웃으며 그냥 걸었다.



오후 4시 45분,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질주하는 열차를 향해 몸을 날렸고, 두 여인의 몸은 쇳덩이에 부딪혀 갈가리 찢겨 나갔지만, 죽음에 이르는 순간에도 꼭 잡은 손만은 놓지 않았다.





(첨부한 스틸컷의 작품 내용과 전혀 관련없음)


홍옥임·김용주 동성애 정사(情死) 사건

https://shindonga.donga.com/society/article/all/13/106608/1

1931년 서울, 상류층 여성 두 명이 껴안고 철로에 뛰어든 사건 | 인스티즈

홍옥임·김용주 동성애 정사(情死) 사건|신동아

shindonga.donga.com





1931년 서울, 상류층 여성 두 명이 껴안고 철로에 뛰어든 사건 | 인스티즈

김용주와 홍옥임이 진짜 연인이었는지 깊은 우정이었는지 알수없다. 다만, 당시 언론은 이들의 관계를 '동성연애'로 규정했고 가족들이 "생전에 서로 지극히 사랑하던 그 정의(情誼)를 생각하여 한 묶음으로 함께 화장하기로" 했다는 기록들이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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