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wjjdkkdkrkll조회 2242l 1
이 글은 1년 전 (2024/2/26) 게시물이에요

바다를 좋아했던 그녀는 육지를 뒤로한 채 물의 삶을 택했다 | 인스티즈

습한 바람 때문인지 셔츠가 멋대로 구겨졌다. 여름휴가가 끝날 무렵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잇따라 들렸지만 돗자리를 펴고 앉을 자리는 있었다. 해반정식이 어딘지 아세요? 누군가 내게 길을 물었을 때, 풍경의 일부처럼 보였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그리운 이들을 떠올렸다. 내 친구 여정. 바다를 좋아했던 그녀는 육지를 뒤로한 채 물의 삶을 택했다. 약 삼 년 전, 곱게 갈린 여정의 유골은 이곳에 뿌려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다가 아닌 모래사장에 버려진 거다. 여정의 가족은 하나의 헤프닝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늦은 밤까지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 사람들이 쌓고 무너뜨리는 모래성에 갇혀 있는 공주가 되었을지도 모르니까.


바다를 좋아했던 그녀는 육지를 뒤로한 채 물의 삶을 택했다 | 인스티즈

여정은 모순적인 사람이었다. 친구들의 뻔한 연애에 질린다면서도 노트북을 인생영화로 꼽았다. 왜? 하고 묻자 그냥, 이라고 답한다.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었다. 여정과의 관계를 지키게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다. 스스럼없이 붙어오는 몸짓과 마음이 부담스러웠다. 그녀가 우정 팔찌를 선물했을 때 나는 온몸이 달아오르는 걸 경험했다. 내게 사랑만 남았을 때 나는 여정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은 내 말에 여정은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이렇게 끝나도 되는 거니. 한 번쯤 나를 붙잡았으면 바로 잡혀줄 자신이 있었지만, 여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바다를 좋아했던 그녀는 육지를 뒤로한 채 물의 삶을 택했다 | 인스티즈

나는 서른이 넘어서야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 지구에 뿌리를 내렸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다. 언젠가 여정은 자신이 행성을 착각해 지구로 온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엉뚱한 거라면 뒤지지 않았던 여정은 기묘한 망상으로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며 버틴 날도 많았다. 다시금 내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바다를 좋아했던 그녀는 육지를 뒤로한 채 물의 삶을 택했다 | 인스티즈

나는 우정이든 사랑이든 적당히 행복해하고 슬퍼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정과 비슷한 사람은 만날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때때로 사람은 초월적인 슬픔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한다. 내가 느낀 건 절망일까 원망일까 슬픔일까.

나는 여정이 준 감정을 먹고 자란 사람이다. 고아였던 내게 그녀는 가족이자 친구였고 오랜 동반자가 될 거라 예상했다. 눈물과 분노는 내 원동력이 되었고, 기쁨보다는 슬픔이 나를 성장시킬 때가 많았다. 나는 여정의 죽음으로 한층 성숙한 사람이 될까. 철없다며 내 앞머리를 헝클어트리던 그녀의 오랜 계획이었을까.





바다를 좋아했던 그녀는 육지를 뒤로한 채 물의 삶을 택했다 | 인스티즈

여정아. 이름대로 살고 싶다는 꿈을 끝내 이뤘구나. 내게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다는 말을 한 적 있잖아. 행성에는 땅보다는 바다가 많고 사람보다는 동물이 많다고 했었지? 그곳으로 돌아간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을게. 다만 기꺼이 네 여정에 함께 해도 될까.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갤럭시들아 AI로 은지 옷입히기 놀이하자247 까까까03.13 15:39106870 6
유머·감동 나의 아저씨가 방영 전후로 괜히 처맞은 게 아닌 드라마 기획 의도226 episo..03.13 14:51131913 26
이슈·소식 🚨현재 난리난 20대 국어 지능 테스트🚨117 우우아아03.13 17:4794945 0
이슈·소식 우리나라 ㄹㅇ 망한 거 같음112 가나슈케이크03.13 18:13101139 7
이슈·소식 젊은 층 사이에서 평가가 뒤바뀐 탑 예능피디 둘105 콩순이!인형03.13 20:0689309 6
[네이트판] 주말마다 집에 찾아오는 아이 때문에 미칠거 같습니다 기후동행 8:36 392 0
비혼은 지능순? 똑똑할수록 결혼을 안하는 이유 (상) 부제: 결혼식이 필요없는 이유.. 인어겅듀 8:35 517 0
한동훈: most dangerous man in korea 더보이즈 상연 8:34 167 0
어릴때부터 심리 지배… 그루밍 성범죄의 6단계 헤에에이~ 8:34 366 0
까무잡잡한 피부가 유행이였던 90년대초 여자연예인들 스타일..jpg 30867.. 8:34 367 0
비혼은 지능순? 똑똑할수록 결혼을 안하는 이유 (하) : 부제: 좋은 가족을 찾기 .. 서진이네? 8:34 66 0
엉덩이 터지게 맞은 옛날 학폭가해자.JPG 어쩔저쩔티비 8:26 888 0
켄드릭라마부츠컷바지터진다터져 공개매수 8:07 2452 0
오늘부터 헌재 상공 '비행 금지'…탄핵 선고일 인근 학교 휴업 7번 아이언 7:26 3842 0
무인카페에서 6시간 데이트한 커플 영상3 31109.. 7:25 7239 0
김수현 '넉오프' 4월 제작발표회 준비…주연 리스크 수습 될까 민초의나라 7:24 1356 0
미자 성인이 플라토닉 관계여도 안되는 이유는6 코카콜라제로제로 7:24 9959 2
한국인이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2 판콜에이 7:24 5108 0
노력이 배신할까봐 두려워요 패딩조끼 7:24 1117 0
이 우주가 시뮬레이션일 수도 있는 이유 태래래래 7:18 2385 0
아파트서 좌회전 차량에 놀라 넘어진 주민 사망…운전자 송치 [어떻게 생각하세요]10 민초의나라 7:17 9579 0
오늘자 최상목1 qksxk.. 7:17 2002 0
오늘 살롱드립2 공식 인스타 업뎃 feat 아이유 언행일치 7:17 389 0
오늘 아이유 트위터 업뎃 판콜에이 7:15 1323 0
공사중 대참사 31186.. 7:14 1932 0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