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임시정부’ ‘자위대’로 얼룩진 3·1절…정부의 ‘실수’ 왜 반복되나?
이번 3·1절은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얼룩졌다. 행정안전부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3·1운동이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됐다”라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게재해 논란 끝에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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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물과 교재 등에 대한 안일한 검수로 인한 정부의 ‘역사관 논란’이 되풀이되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사 전문가들은 이번 3·1절에 불거진 논란을 두고 “무지를 드러내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단순 실수로 웃어넘길 수 없는 것은 국방부 교육자료에조차 ‘독도가 분쟁 지역’이라 쓰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3·1 운동이 1919년 3월1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을 중심으로 시작됐다는 건 중학생도 아는 내용 아닌가요.”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인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3일 경향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행안부가 삭제한 카드뉴스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전 관장은 “얼토당토 않은 실수인데, 그만큼 정부가 3·1운동 등 독립운동에 얼마나 무지한지 보여준다고 본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공식문서나 다름없는 공식계정에 이런 엉터리 문서를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몰상식적 게시물이며 논쟁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행안부는 앞서 “3·1운동은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선언과 동시에 만주, 한국, 일본 등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일 독립운동”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3·1 운동은 서울 종로에서 민족대표 33인이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시작됐다. 임시정부는 3·1 운동 직후인 4월11일 수립됐고, 장소도 하얼빈이 아니라 상하이였다. 논란이 일자 행안부는 “검수를 통해 유사한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 깊게 확인하겠다”면서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안병욱 가톨릭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두 경우 모두 실수라고 하지만, 그 실수가 반복되고 있지 않나”라며 “정부 내에 뉴라이트 사관 등 뒤틀린 역사의식을 가진 이들이 존재하고, 이들의 생각이 불거져 나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이 전 독립기념관장은 “한 번뿐이었다면 실무자의 실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가 될 때마다 일본 친화적인 기조가 일관적으로 느껴진다”라면서 “그 일관성이 이 사안을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의도적인 메시지로 읽히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