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경, 삶이 쏟아지는 속도는 창밖의 비처럼 새삼스러웠다어떤 시는 수상할 정도로 느리게 가던 계절을 밀어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고폭우 속에서 울부짖던 이름은 어제와 조금 다른 메아리가 되었을 뿐이다잃어버린 것들은 점점 늘어가는데 삶은 오히려 무거워져만 가는 이유도 이제는 꽤나 알 법한 나이가 되었다아무렴 깊게 베인 아열대의 상처는 투명한 계절의 축으로도 잘 꿰매지지 않는 삶이라는 게 문득 서글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