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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2009)
사람을 얻는 자가 천년을 얻고, 시대의 주인이 된다
생각해보면 공과 저는 참으로 인연이 깊은 듯합니다. 공의 조부이신 폐주 진지제, 공의 부친이신 용수공,
공의 모친이신 천명공주님, 제가 다 죽였습니다.
왜일까요? 황족이라는 어설픈 우월감으로
이 미실을 누르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 미실을 누르는데 온몸과 온 힘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게 수 싸움의 실체입니다.
계략이 머리싸움이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이 미실, 일생 동안 황후가 되기 위한 모략을 펼치며
온몸을, 온 가슴을, 온 목숨을 던져왔습니다.
그런 제가 무섭거든 매달리고, 복수를 해야겠거든
덕만 공주처럼 목숨을 거세요.
저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그 두 가지입니다. 목숨 걸고 맞서거나, 아니면 그냥 죽거나.
이 미실도 이를 버리고, 꿈을 쫓는다... 부서지더라도
옥이 깨지듯 찬란히 부서질 것이다... 뭐 그런거.
그동안 네놈들은 무엇을 했느냐!
네 놈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기득권을 지키기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이 미실은 진흥제, 진지제,
또 지금의 폐하를 보필하며...
이 신국을 책임지고 있었느니라!
폐하의 유일한 혈손? 고귀한 성골?
그것이 신국을 지켜왔느냐? 아니! 이 미실이다!
미실이 온 마음과 온 몸을 다해 지켜낸 신국이다!
정천군(井泉郡) 도살성(道薩城)
한다사군(韓多沙郡) 속함성(速含城)..
이곳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신국의 최남단, 최북단, 최서단의 국경들이 아닙니까.
아니...아니야. 이 미실의 피가 뿌려진 곳이다.
이 미실의 사랑하는 전우와, 낭도들과, 병사들을
시신도 수습하지 못하고 묻은 곳이다. 그게 신라다.
진흥대제와 내가 이루어낸 신국의 국경이다.
신국? 주인? 네가 뭘 알아?
사다함을 연모했던 마음으로 신국을 연모했다.
연모하기에 갖고 싶었을 뿐이야.
합종이라 했느냐. 연합?
덕만. 너는 연모를 나눌 수 있더냐.
싸울 수 있는 날엔 싸우면 되고(能戰當戰),
싸울 수 없는 날엔 지키면 되고(不能戰當守),
지킬 수 없는 날엔 후퇴하면 되고(不能守當走)...
후퇴할 수 없는 날엔 항복하면 되고(不能走當降),
항복할 수 없는 날엔.. 항복할 수 없는 날엔...
그날 죽으면 그만이네(不能降當死)
사랑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야.
덕만을 연모하려거든 그리해야 한다.
연모, 대의, 또 이 신라...
어느 것 하나 나눌 수가 없는 것들이다.
유신과도, 춘추와도 그 누구와도 말이다. 알겠느냐?
여리고 여린 사람의 마음으로
너무도 푸른 꿈을 꾸는구나
유신: 폐하, 아낌없이 제 모든 것을 드릴 것입니다.
비담: 폐하, 아낌없이 모든 것을 빼앗을 것이옵니다.
변하셨습니다.
폐하와 제가 처음 만났을때.. 말입니다.
전 폐하를 넘기고 약재를 얻으려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고맙다... 고맙다 하셨습니다.
폐하의 이유는 중요치 않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이었어요.
그런 행동에 날 욕하지 않는 유일한 분이셨습니다.
그 이후로도.. 폐하께서는 세상이 무례하다고 했던 걸, 자신감이라 말해주셨고..
세상이 무자비하다고 한 저의 모습을 용감하다고 봐주셨고.. 세상이 비열하다고 한 것을..
뛰어난 책략이라 칭찬해주셨습니다.
제가 어머니를 잃은 어느날,
조금 전처럼 원망하냐 그렇게 책망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가엾게 여겨주셨습니다.
왜 저의 진심을 계략이고, 폐하를 지키려는 저의 마음은...
서라벌을 차지하려는 욕망인 것입니까?
저의 진심은 이제 보지 못하시는 겁니까?
난 이름이 없으니까.
태자도.. 공주도...
저잣거리 시정잡배도 이름이 있는데 왕은 이름이 없어. 난... 그냥... 폐하다.
이제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를 수 없다!
제가 불러드리겠습니다! 제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건... 반역이다.
어머니,
나라를 얻어 사람을 가지려 하는 것을 걱정하시었지요.
또,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라 하셨죠.
이제 그러지 않으려 합니다.
뺏는 것이 아니라 주어서,
얻는 것이 아니라 버려서
함께하려 합니다.
왕으로의 길도, 천년의 이름도
그녀의 눈물 앞에 얼마나 하찮은 것입니까.
스승님, 모든 게...
결국 제 자리를 찾아 가는 것이 아닙니까...
천 년의 이름.... 비담, 이제 그 꿈을... 놓으려 합니다. 천년의 이름보다 그 꿈보다 푸른 것을 찾았습니다...
예, 허면 제가 신국이 되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신국의 걸림돌이 되는 자들과
함께 사라지면 되겠지요.
어느 쪽이든 제게는 나쁘지 않습니다.
왕의 자리가 절 버려야 할 만큼,
절 죽여야 할 만큼 무거운 것이라면,
제가... 그 짐을 놓게 해드리겠습니다.
너 그거 알어? 폐하는 너 끝까지 믿었다.
믿지 못한 것도 너고, 흔들린 것도 너야.
너희들 연모를 망친 건 폐하도 나도 아니야.
그건 바로 너야. 비.담.
나를 베는 자, 역사에 남을 것이다.
덕만까지 70보... 덕만까지 30보... 덕만까지 10보...
덕만... 덕만아...
덕만아, 지금부터 많이 힘들 거야.
그리고 많이 아플 거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거고, 너무너무 외로울 거야. 사막보다 훨씬 메마르고 삭막할 거야.
모든 걸 다 가지는 것 같지만,
실은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할 거야.
그래도 견뎌야 해, 알았지? 견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