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퓨리져ll조회 2195l 1
이 글은 6개월 전 (2024/4/02) 게시물이에요

카르타고를 멸망시키는 로마의 점멸작전 | 인스티즈


기원전 146년 봄, 서지중해의 여왕으로 찬란하게 번영했던 도시, 로마가 아니었더라면 고대사를 이끌었을지도 모를 도시,

그동안 온갖 추태도 많이 보여주었지만, 최후만큼은 불멸의 명장 한니발을 낳은 조국답게

로마의 대군을 상대로 3년에 걸쳐 항전하며 마지막 기개를 보여준 도시 - 카르타고는 마침내 함락되었다.









카르타고를 멸망시키는 로마의 점멸작전 | 인스티즈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양손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로마의 청년 명장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가 이끄는 로마군은

마침내 카르타고 내성 성벽에 돌포탄과 화살, 불덩어리를 폭우처럼 퍼부으며 마지막 총공세를 감행했고

로마시대 기준으로도 이제 갓 성인이 된 17세 청년장교, 티베리우스 그라쿠스 - 훗날, 로마 민중들을 위해 목숨바친

"그라쿠스 형제" 중 형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이 - 가 용맹을 떨친 끝에

카르타고 성벽 위에 첫번째로 발을 디디면서, 카르타고 남서쪽 방벽이 마침내 뚫렸다.

지난 3년에 걸친 험난한 공성전으로 눈이 뒤집혀 있는 로마군이 이곳으로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가며,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카르타고를 멸망시키는 로마의 점멸작전 | 인스티즈


카르타고 시내에는 로마시대 "인술라"의 원조격인 "아파트", 최대 6층에 달하는 고층연립주택이 즐비했고

이 건물들에는 흔히 마감재로 천연 타르격인 역청이 쓰여 왔다.

평화로웠던 옛날에는 방수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카르타고 시민들에게 더 쾌적한 삶을 제공했지만

이제 로마군들이 닥치는 대로 불을 지르기 시작하자, 온 시내가 엿새에 걸친 마지막 시가전 내내 꺼지지 않을

역사상 가장 거대한 화장용 장작더미로 변했다.

카르타고인들을 그 동안 바알-함몬 신에게 제 자식들을 바치는 야만인들이라 경멸해온 로마군들은

이젠 그 불길 속에 카르타고 아이들을 집어던지고, 여자들은 강간한 뒤 내장이 다 쏟아질 때까지 난도질했다.

고대의 한 로마 연대기 작가조차도, 당시 학살을 저지르던 로마군의 모습을 "저주받은 복수의 신"의 형상이라 묘사했을 정도였다.







카르타고를 멸망시키는 로마의 점멸작전 | 인스티즈


물론 악에 받친 카르타고인들도 앉아서 죽어줄 생각 따윈 없었다.

아파트 사이사이의 비좁은 길목을 간신히 비집고 나아가는 로마군들에게, 아파트 옥상과 창문에서

창과 화살뿐만 아니라 기왓장과 가구, 끓는 물이 마구 쏟아졌고, 로마군도 시가지를 장악하는 동안 엄청난 사상자가 나왔다.

일찌기 스키피오의 가정교사였고, 이 때도 종군하여 당시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역사가 폴리비오스는

"돌계단마다 피로 붉게 물들고 피범벅이 되어 미끈거렸다" 고 그 광경을 생생하게 기록해 남겼다.









카르타고를 멸망시키는 로마의 점멸작전 | 인스티즈


수만 명에 달하는 카르타고 최후의 생존자들은, 전설 속 엘리사 여왕이 카르타고의 역사를 시작했던 성지 -

비르사 언덕 위의 성채로 달아나 마지막 항전을 준비했다.

좁아터진 카르타고 시내 골목길에서의 시가전에 진절머리가 난 스키피오는, 성채를 공격하려면 

공성기가 지나갈 길을 뚫어야 하니, 먼저 건물들을 모두 치워버리고 길을 닦으라고 명령했다.

로마군은 건물들을 돌무더기로 만들고 그 돌을 바닥에 깔아 길을 넓혀 나갔는데, 

제정 시대의 로마 역사가 아피아노스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 때 쓰인 "자재"는 돌뿐만이 아니었다. 








카르타고를 멸망시키는 로마의 점멸작전 | 인스티즈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카르타고의 수많은 남녀 노인과 어린아이들은 집 안 옷장이나 지하 창고에 겨우 숨어 있었다.

이들 중엔 건물이 불타오른 후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일부는 건물 바깥으로 떨어졌다.

몸이 불타거나 연기에 질식한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픽 쓰러져 창문에서 바깥 거리로 추락했다.

새까맣게 탄 건물 기둥과 바스러진 석조 사이에 떨어진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미 죽었건, 아직 죽어가는 중이든 모두 구덩이에 묻혔다.

계속해서 다가오는 로마군에게 완전히 짓밟혀 악취가 진동하고, 여기저기가 불타오르는 혼란 속에서

채 완전히 묻히지 못한 그들의 머리나 다리가 삐쭉 튀어나오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전근대인 특유의 과장된 표현이리라고밖에 여겨지지 않는 장면이지만 - 마치 십자군이 함락시킨 예루살렘에서 

"피가 발목까지 차올랐다" 는 묘사처럼 - 2천년 후 현대에, 고고학자들이 카르타고의 폐허를 발굴하던 중

엄청난 양의 사람 뼛조각이 도로포장재와 뒤섞인 지역을 발견하면서, 기가 막히게도 오히려 실화로 교차검증이 이루어졌다.

 




- 한종수 저 "페니키아 카르타고 이야기",

"하이켈하임 로마사" 에서



추천  1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이슈·소식 🚨서울사람들 내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 이유🚨175 우우아아10.04 22:4491324 10
유머·감동 주둥이도 혈압 오르고 나도 혈압 오르는 원나잇중독 고민상담108 널 사랑해 영10.04 22:1588943 5
이슈·소식 [속보] 승객 158명 탄 티웨이 비행기, 기내서 연기 나 회항82 우우아아10.04 21:1167541 0
이슈·소식 동영상 유출로 고생했던 흑백요리사 최현석 😭😭69 Twenty_Four10.04 21:4495951 5
이슈·소식 현재 난리난 8600만원 예산의 무관중 공연에 있었던 한 사람.jpg84 펩시제로제로10.04 21:2383407 19
남동생 나가자마자 피자시켰는데21 어니부깅 06.25 19:42 41955 8
아빠가 나보고 가정교육 독학했냬8 친밀한이방인 06.25 19:42 11872 1
여자 언더컷 긴머리 하려고 미용실 갔다가 대참사3 완판수제돈가 06.25 19:38 3484 0
현 시각 색감 미쳤다는 반응 많은 화보.jpg 서쪽다람쥐 06.25 19:22 6148 0
요즘 고양이 수염 없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서새봄4 언더캐이지 06.25 19:06 5719 1
속바지 사건 보고 들한테 인용남긴 외국인 twt2 중 천러 06.25 19:06 8143 2
달팽이 집안에 달걀로 은신처 만들어줬단말임23 qksxks ghtjr 06.25 19:05 21688 5
불닭볶음면 때문에 망신당한다는 국가 -덴마크-26 어니부깅 06.25 19:03 13119 10
미국 아침 방송 출연 예정이라는 남자 아이돌 그룹.jpg july moon 06.25 18:46 1974 1
(핸섬수트)외모로 인해 치한으로 오해받음 옹뇸뇸뇸 06.25 18:43 3265 0
15이상 숫자를 못세는 신입이 왔다16 판콜에이 06.25 18:42 9807 32
신기한 손크기 차이들 알케이 06.25 18:40 2279 0
2억써서 만들었는데 단 한번도 사용된적 없다는 프로포즈존.jpg44 까까까 06.25 18:36 13744 2
오랜만에 본가에 온 언니가 오코노미야키를 해줬는데.twt25 311328_return 06.25 18:36 14431 24
음향사고에 대처하는 아이돌 짬바...장난아니네ㄷㄷㄷ1 milkis zero 06.25 18:10 2014 2
찬 공기의 냄새와 수증기 냄새 디귿 06.25 18:09 1530 2
군대에서 피부과 실장님 소리 듣던 연예인이 알려주는 붓기 관리법 .jpg5 뿌엥쿠엥 06.25 18:09 5059 0
강아지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산책3 민초의나라 06.25 18:08 1715 1
엄마 고양이의 털이 파랗게 변해버린 이유…(feat. 코리안 숏헤어 민트초코에디션).. 가나슈케이크 06.25 18:07 1872 0
진짜로 길가다 만난 사람들한테 금반지 주는 프로그램1 Tony Stark 06.25 18:05 1706 0
전체 인기글 l 안내
10/5 13:06 ~ 10/5 13:0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유머·감동 인기글 l 안내
10/5 13:06 ~ 10/5 13:0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