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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촉구합니다

진보신당 공동대표 심상정입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통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대통령께서 직접 추수한 햅쌀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처음 짓는 농사가 쉽지 않았을 텐데 좋은 가을걷이를 했다니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축하드리고만 있기에는 나라의 사정이 너무도 어렵기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세계경제의 위기에 더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거꾸로 가는 정치로 인해 우리 국민들 마음은 벌써 한겨울입니다.

종부세와 수도권 규제완화, 그리고 참여정부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간신히 잡아놓은 부동산정책마저도 마치 전봇대 뽑듯 뽑아버리고 있으니 노전대통령께서도 마음이 편치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오늘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한미 FTA에 대해 세 가지 주제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저는 한미FTA에 대한 노무현 전대통령의 결자해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형편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직하고 통 큰 고백만이 나라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이 글을 쓰는 저의 화두입니다.

우선 어제, 그제 ‘민주주의 2.0’을 통해 한미FTA협정에 대해 쓰신 글을 잘 보았습니다.비준을 서두르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조기비준 대신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나라의 미래가 걸린 한미FTA협정 비준문제를 맹목적으로 밀어붙이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민주당은 앞선 책임에 갇혀 옹색한 처신으로 갈피를 못잡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을 보면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역할이 긴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비단 저 뿐만은 아니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노전대통령의 한미FTA에 관한 견해는 참 아쉽고 안타까왔습니다. 비준과 재협상에 대한 논란이라면 현정치권의 갑론을박에 맡겨둬도 될 일이겠지요. 무분별한 개방으로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경제위기로 공포에 떨고 있는 민초들이 노무현 전대통령께 기대했던 것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재협상 ‘훈수’가 아니라 한미FTA협정체결에 대한 ‘고해성사’였을 것입니다.

‘내 재임시 한미FTA를 밀어부친 것은 과오였다. 금융세계화와 개방에 대한 나의 인식은 한계가 많았다. 국민여러분들께 사죄드린다’는 말씀을 듣고 싶었을 것입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모든 것이 분명해진 지금, 대통령시절 ‘구국의 결단’으로 밀어부쳤던 한미FTA협정이 나라를 재앙으로 몰고가는 길이었음을 고백하는 용기를 기대했을 것입니다. 기왕에 노전대통령께서 나서시기를 작정하셨다면 한미FTA협정이 지난정권의 오류였음을 인정함으로써 한미FTA협정폐기전략으로 국론을 모아가는 물꼬를 터주기를 갈구했을 것입니다.

노무현 전대통령께 묻겠습니다. 참여정부가 그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밀어붙였던 한미FTA협상의 명분은 국내 서비스산업의 육성과 질적 도약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제조업 가지고는 먹고살기 어려우니 선진국처럼 금융, 서비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하고 그를 위해 미국의 선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던 ‘동북아 금융허브론’ 그것은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미국금융자본의 탐욕에 편승하고자 했던 것이지요? 또 미국과의 FTA라는 ‘외부충격’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제도의 선진화는 결국 ‘투기와 거품’의 온상을 만들었던 위기의 주범이었음이 확인된 거 아닙니까? 또 노전대통령께서는 대외의존도가 70%가 넘는 나라에서 개방 안하고 어떻게 먹고 사냐고 반문하셨지요? 이명박 정부가 외환보유고 많이 갖고 있어 IMF구제금융시기와는 다르다며 위기는 없을 거라고 강변했지만 그럼에도 외환보유고 세계6위인 나라가 왜 사색이 되어 난리인지 그 까닭을 국민들은 알고 싶은 것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무분별한 개방 때문 아닌가요?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나라라는 걸 이미 시장 참여자들은 다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한미FTA만이 살길입니까?

이명박 정권에게는 ‘한미FTA는 당장의 경기와는 관계없고 5년 10년 15년 기간이 지나야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라는 충고를 하면서도, 한미FTA협정이후에 금융위기가 왔다는 점을 강조하신 대목은 굳이 따지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진정 노무현 전대통령께서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위험을 느꼈다면, 제조업을 경시하면서 금융허브를 발전동력으로 삼고자했던 무모함을, 금융자유화를 제도선진화로 잘못 이해한 ‘한미FTA'의 과오를 인정해야 합니다. 체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개방과 수출대기업을 위한 고환율정책의 오류를 반성하고 이제 내수기반의 강화를 통해 세계경제에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는 교훈을 뚜렷이 새겨야 합니다. 그리하여 시대를 거꾸로 가는 이명박정권의 폭주가 머지않아 역사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해야 합니다.

노무현 전대통령께 결자해지를 촉구합니다. 구국의 심정으로 한미FTA는 역사적 오류였다고 지금이라도 폐기되어야 한다고 선언하십시오.

둘째, 기왕에 한미FTA협정 폐기전략을 주장을 하는 김에 노전대통령이 주장하신 ‘재협상’에 대해 한 말씀 더 드리고자 합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조기비준을 서두르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노전대통령의 말씀처럼 세계적인 금융위기 상황에서 국제적인 금융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오바마정권이 금융, 의약품, 지적재산권, 자동차배기규제 등 많은 분야에서 정책의 변화를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한미FTA에 포함되어 있는 투자자정부제소권을 비롯한 수많은 독소조항들을 포함해서 한미FTA협정내용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미FTA의 재협상’이 아니라 '한미FTA 폐기’를 위한 준비이어야 합니다.

실제 오바마가 요구하는 ‘재협상’은 한미FTA 재협상이 아니라 자동차부문의 협상입니다. 오바마당선자는 미국식 FTA의 모체인 나프타의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그것은 1-2년 이내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오바마에게 한미FTA는 상당기간 관심밖에 일이 될 것입니다. 오바마에게 급한 것은 자동차협상입니다. 따라서 한미FTA재협상의 요구가 아니라 ‘한미자동차협정’체결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접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정부의 한미FTA 대한 맹목적 집착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정부와 협상해본 학습효과가 그 방향의 선택을 뒷받침할 것입니다. ‘쇠고기 수입개방 들어주지 않으면 한미FTA 비준 해주지 않는다’ 하니 이명박 정권이 통째로 내주었지 않습니까? 또 자동차 안 들어주면 한미FTA 비준없다하면 또 기꺼이 구국의 결단을 하리라 생각할 겁니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조기비준시도를 통해 한미FTA에 대한 맹목적 집착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질 않습니까?

핵심은 오바마시대에 한미FTA는 자동차협상의 종속변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부와 정치권이 한미FTA 가지고 비준이니 재협상이니 엄한 데를 긁는 소모적 논란을 하지 말고 머지않아 요구될 자동차협상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는 일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입니다.

오바마가 미국의 유색인종차별을 해소할 계기를 만들고, 재정확장정책을 통한 내수경제육성에 힘을 쏟고, 국제 깡패로 이름을 날린 일방주의 외교에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미국민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미국 대통령입니다. 그에게 자유무역주의자니 보호무역주의자니 논란이 많은데 제가 보기에는 제조업 중심의 공격적 자유주의정책을 펼 가능성이 많습니다. 보호무역의 측면만이 아니라 자국의 자동차산업과 노동자를 위해 우리나라에 자동차시장 개방을 공격적으로 강요할 것입니다.

만약에 미국의 노동자와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그 요구를 수용한다면 그것은 곧 가장 넓은 고용기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노동자 그리고 내수기반의 궤멸을 의미하는 것일 것입니다. 만약 자동차를 안내주면 한미FTA협정은 물건너 갈 수 있습니다. 자 어느 편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입니까? 자동차 다 내주고 미국대기업 이익을 위한 한미FTA를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자동차 보호하고 미래의 재앙인 한미FTA를 폐기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것이 옳겠습니까? 이것이 노무현 전대통령께서 결자해지를 하셔야 할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셋째 노전대통령께서는 한미FTA한다고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바로 노무현 전대통령을 ‘신자유주의 강력한 추진자’라고 비판한 사람입니다. 대통령의 표현대로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도깨비 방망이처럼 들이댄’ 것은 아닙니다. 나프타식, 미국식 FTA가 신자유주의 전형이라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야기입니다. 저는 노무현 전대통령에 비해 턱없이 미숙하고 힘없는 정치인입니다만 한미FTA를 밀어붙인 노전대통령에 맞서 ‘젖먹던 힘’까지 보태 맞섰던 한사람으로서 근거와 내용으로 비판한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자란 소리가 ‘이지?’란 소리로까지 들리셨다니 오늘은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한미FTA를 신자유주의라고 하는데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제겐 감당하기 한참 벅찬일’이라며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전임 정권의 책임자가 가진 역사적 임무를 다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머지않은 기회에 꼭 토론의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11월 12일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 드림




〈 노무현이 심상정에게 >


심상정 대표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더러 토론에 응하라는 글들도 잘 읽었습니다. 토론에 응하기는 좀 그렇군요. 왜냐하면 제가 토론에 응할 생각이 있다 할지라도 토론 글을 올릴 곳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퍼온 글에 토론 글을 달아서 토론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고요. 그렇다고 심 대표님 홈페이지에 가서 토론 글을 올린다는 것도 좀 우습겠지요? 심 대표님 글은, 얼른 보면 토론을 제안하는 글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토론을 제안하는 글이 아니지요.

토론을 하자고 한 것이라면 저의 글이 실려 있는 이 사이트에 글을 올렸겠지요. 그리고 글 끄트머리에 '언젠가 토론의 기회를 달라'는 취지로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심 대표의 글은 단지 저를 비판하는 글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제게 토론에 응하라는 글을 올린 분들은 생각을 좀 덜하셨던 것 아닐까요? 

제게 토론을 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토론을 회피하느냐? 고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모든 문제에 관한 토론에 응한다는 것은 시간상으로나 능력상으로나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모든 토론이 다 가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부득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쟁점에 한정해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만, 오늘은 심상정 대표의 글에 대한 저의 견해를 좀 쓰겠습니다. 심 대표님은 제게 '정직하고 통 큰 고백', '고해성사', '사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을 토론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예의에 맞는 일도 아닐 것입니다.

심 대표님이 주장하는 논점에 관한 의견입니다. 첫 번째 논지는 핵심을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만, 읽고 또 읽어서 정리해 보니, 결국 '동북아 금융허브론'이나 '한미FTA라는 외부 충격으로 달성하고자 했던 제도의 선진화' 정책이 '금융위기의 주범이었음이 확인'된 것으로 진단하고, 제게 '제조업을 경시하고, 금융허브를 발전 동력으로 삼고자 했던 무모함과 금융 자유화를 제도 선진화로 잘못 이해한 한미 FTA의 과오'를 인정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요구에 대하여 저는 다음과 같이 되묻고 싶습니다. 

과연 지금의 금융위기가 한국의 동북아 허브 쟁책, 또는 한미 FTA 때문에 생긴 것이 맞습니까? 지금의 금융위기가 '무분별한 개방'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논지인 듯한데, 그렇다면 그 개방은 언제 적 개방을 말하는 것입니까?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이나 한미 FTA 정책으로 우리 금융 제도가 얼마나 달라졌고 더 개방된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에는 규제 개혁과 개방 과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 정책의 대부분은 아직 발효가 되지 않은 상태에 있고, 이번의 금융위기와는 관련이 없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한미FTA 안에는 금융 규제의 완화나 개방에 관한 조항이 있다 없다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만, 그 어느 것도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 역시 이번 금융위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들입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판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직접의 논점은 아니지만, 제가 '제조업을 경시'한 일은 없다는 점도 밝혀 두고 싶습니다. 지금의 금융위기가 금융 허브 전략이나 한미 FTA와 직접 관련이 없다 할지라도 개방과 FTA 전반에 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니 여기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해야겠지요.

심 대표의 글을 읽어보면, '개방 일반'을 문제 삼는 것인지, '무분별한 개방'만 문제 삼는 것인지 얼른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개방 일반을 문제 삼는 것이라면, 저는 '과연 우리가 개방을 안 할 수도 있는 것인가?' 이렇게 묻고 싶고, 무분별한 개방을 문제 삼는다면 '어떤 개방이 분별 있는 개방인가?'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우선 개방 일반에 관하여 생각해 봅시다. 세계에서 그런대로 산다고 하는 나라치고 개방 안한 나라가 어떤 나라가 있는가요? 제가 알기로는 개방을 한 나라들 중에는 잘사는 나라도 있고 못사는 나라도 있지만, 개방을 안 한 나라 중에는 잘 사는 나라가 없습니다.

결국 개방은 세계적인 대세입니다. 문제는 그 나라의 경제 수준과 체질에 맞는 개방인가? 무분별한 개방인가? 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래서 심 대표도 '무분별한 개방'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다시 의문이 생깁니다. 심 대표가 생각하는 분별 있는 개방은 어떤 개방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 동안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개방을 했습니다.

지난날 우리는 그 모든 개방을 반대했습니다. 반대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우리 시장을 다국적 기업에게 모두 내 줄 것이라는 것이고, 하나는 개방으로 인한 우리 국내의 산업 구조 조정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를 보면 우리 시장을 외국 기업에게 다 내 주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잘 버티어 준 것입니다. 이 점에서는 무분별한 개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국내 산업의 구조 조정으로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많이 생긴 것은 사실입니다. 농업과 재래시장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과연 개방을 하지 않으면 이런 구조조정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요? 농민들과 재래시장은 옛날 방식으로 계속 잘 살 수 있는 것일까요? 과연 그렇게 해서 우리 경제가 세계의 경쟁 속에서 살아 갈 수가 있을까요?


더욱이 우리 경제는 수출을 빼고는 성장을 생각할 수 없는 경제입니다. 우리시장만 문을 닫아걸어 놓자고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개방은 마냥 늦추자고 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결국은 정부가 구조 조정에 따르는 피해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는 일일 것입니다. 

FTA는 개방의 한 가지입니다. 심 대표는 한 칠레 FTA를 반대했습니다. 우리 농업의 많은 부분이 몰락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한 싱가포르, 한 아세안 FTA를 체결했고, 한 EU, 한 카나다, FTA는 헙상 중입니다. 중국과의 FTA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면,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들도 FTA를 합니다. 세계에서 FTA를 안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들인가요? 어떤 FTA가 분별 있는 FTA이고 어떤 FTA가 무분별한 FTA입니까? 

심 대표는 무분별한 개방, 미국식 FTA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얼른 보면 모든 개방, 모든 FTA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반론을 곤란하게 하기 위하여 일부러 얼버무린 것일까요? 

심 대표의 두 번째 논점은 자동차에 관한 것입니다. 심 대표는 미국은 FTA 재협상이 아니라 자동차 협상을 요구할 것이고, 이명박 정부는 FTA에 집착하여 자동차 시장을 내 줄 것이고, 그러면 우리 자동차 산업은 궤멸할 것이라는 논지를 전제로, 저에게 한미 FTA 폐기에 나서라고 합니다. 

정말 그렇게 해야 될까요?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할지,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아직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저 먼서 한미 FTA를 폐기하자고 깃발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정말 한국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 장벽이 낮아지면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 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이라는 심 대표의 가정은 사실일까요? 과연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우리 시장에서 미국 차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이 될까요? 그래서 보호주의로 국내시장이라도 지키자는 것인가요? 

심 대표의 말대로 '가장 넓은 고용 기반을 가지고 있는 우리 자동차 산업'이 국내 시장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게 하면 고용 기반이 유지 되는 것일까요?

이런 문제들은 우리 자동차 산업, 부품산업의 내수시장과 세계시장의 규모와 경쟁력의 요소들을 면밀하게 비교해 보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자동차는 해외 시장에서도 국내 시장에서도 보호정책이 아니라 가격과 기술력으로 경쟁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심 대표가 우리 자동차 산업의 문제를 너무 침소봉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앞으로 우리가 보호 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자동차 산업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분야일 것입니다. 

본론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심 대표의 글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 미 FTA에 대한 미국의 비준을 끌어내기 위하여 쇠고기를 양보한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논점에 관한 의견입니다. 심 대표는 '나프타식, 미국식 FTA가 신자유주의의 전형이라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야기'라고 주장하고, 결국 제가 미국과 FTA를 했으니 신자유주의자라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작은 정부, 감세와 복지의 축소, 민영화, 규제 철폐, 노동의 유연화, 개방을 주장하는 사상을 일컬어 신자유주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노동의 유연화, 개방은 규제 철폐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심 대표는 '미국식 FTA'를 '신자유주의의 전형'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대로 하면 미국식 FTA가 아닌 일반적인 개방이나 다른 FTA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고, '미국식 FTA'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이고, 다른 것들은 그냥 신자유주의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여 좀 헷갈립니다만, 어떻거나 미국식 FTA이든, 그냥 FTA이든, 개방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개방'이 신자유주의 사상의 핵심 요소라면 FTA를 추진하는 것은 그 하나만으로도 신자유주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핵심 사상이 따로 있고, 개방은 그 내용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라면 FTA나 개방을 추진한다 하여 그 하나 만으로 바로 신자유주의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개방'이 신자유주의의 핵심 요소일까요? 신자유주의는 공급주의 경제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론으로, 케인즈 주의와 대비되는 사상입니다. 이 두 사상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것입니다. 케인즈 주의는 '시장은 불완전하므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공급주의 이론은 '정부가 문제이므로 정부는 시장에서 손을 떼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를 한마디로 말하면, '작은 정부' 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세, 복지의 축소, 민영화, 규제 철폐, 노동의 유연화, 개방, 등 모든 교리는 '작은 정부'라는 사상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주장이나 정책이 신자유주의 교리의 일부를 수용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작은 정부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닐 경우에는 이를 신자유주의로 규정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정부가 개방에 적극적이라고 해서 그 한 가지를 가지고 그 정부를 바로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규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의 여러나라들도 대부분 개방을 하고, FTA를 하고 있으므로 이들 나라 정부 모두를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말해야 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부자를 위한 정책, 시장의 강자를 위한 정책입니다. 

김대중 정부는 노동의 유연화를 기존의 판례의 범위에서 받아 들였습니다. 일부 민영화를 추진했고, 개방과 한 칠레 FTA를 추진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민영화는 중단했고, 나머지는 계승하고, 한미 FTA를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일부 감세를 받아 들였으나 이것은 대세에 밀린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밖에는 전반적으로는 복지제도를 정비하고, 지출을 늘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확대했습니다. 국내 총생산 대비 복지 지출과 재정에 의한 재분배 효과도 확대되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한 투기 억제 정책과 균형발전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비전 2030도 내 놓았습니다. 

정말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한 것일까요? 과연 그 정부들이 부자의 정부, 강자의 정부였을까요? 

노력은 했으나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심 대표가 주장한 만큼의 진보를 이루어 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게 생각합니다. 왜 그 정도밖에 가지 못한 것인지는 심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심 대표가 이 나라의 주류 정치세력이 되지 못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든 저는 좀 더 유능하지 못했던 점에 관하여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 대표는 제가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전임 정권의 책임자가 가진 역사적 임무를 다하는 일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제목을 보면, 전임 대통령답지 않다는 표현까지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전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에 있었던 일에 관하여 질문이나 토론의 제안이 있다하여 일일이 응답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일도 적절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래야 역사적 임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만일 심 대표가 그 동안 민주주의 2.0에서 저에게 질문을 하거나 토론을 제안한 글들을 읽어 보았다면 그런 주장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중에는 진정으로 의문이 있어서 질문을 한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은 심 대표의 이 글처럼 비판이나 시비를 위하여 질문을 하거나 토론을 제안하는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시비조인 글들도 많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는데 꼭 이틀이 걸렸습니다. 재주도 부족하고 틈틈이 들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감당하기 벅차다는 저의 말이 결코 변명이나 회피만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심 대표는 글 마지막에서 머지않은 기회에 토론의 기회를 달라고 합니다. 제가 민주주의 2.0에 올린 글을 보고 토론을 제안했으니 이곳에 와서 이 글에 이어서 토론을 하면 안 될까요?

저는 심 대표의 글을 읽다가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에 노 전대통령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는 대목을 발견하고 좀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동안 심 대표님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나 다 똑 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중도 진보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좋지 않았지요. 그런데 오늘은 저를 이명박 대통령과 구별하여 말해주니 고맙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과연 앞으로도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제가 혼란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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