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한 세대가 아닌 두 세대다. 모든 대륙의 국가에서 젊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이념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 지난달 26일)
“Z세대가 베이비 붐 세대보다 페미니즘이 해롭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영국 가디언, 1일)
전 세계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남녀 간 이념적 차이가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에 따른 성별 간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킹스 칼리지 런던의 정책 연구소와 글로벌 여성 리더십 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3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6~29세 영국 남성 4명 중 1명이 “여성보다 남성으로 살아가는 게 더 힘들다”고 답했다.
또 Z세대 남성 6명 중 1명(16%)은 “페미니즘이 득보다 실이 많다”며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60대 이상인 베이비 부머 세대 남성의 같은 답변 응답률(13%)보다도 높은 수치다.
유명인에 대한 태도도 갈렸다. 남녀 차이는 특정 인플루언서나 유명인에 대한 태도에서도 드러났다. ‘여성혐오주의자’를 자처하는 영국계 미국인 앤드루 테이트는 87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다. 그에 대해 들어본 영국 Z세대 남성 5명 중 1명이 그를 호의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사기가 저하된 젊은 남성’을 대변한다는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캐나다 학자인 조던 피터슨에 대해서도 16~29세 남성의 32%가 호의적이었다. 반면 같은 세대 여성은 12%만 그를 호의적으로 봤다.
바비 더피 킹스 칼리지 런던 정책 연구소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새롭고 특이한 세대 패턴”이라며 “이는 자라나는 세대가 분열할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로지 캠벨 여성 리더십 연구소장도 “이 그룹이 대부분의 정보를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먼저 얻는다는 사실이 (이런 현상을) 일부 설명해준다”며 “젊은 여성들은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고 느끼는 게 시대 정신인 반면, (젊은 남성들은) ‘걸 파워’에 대해 많이 듣지만 그들 삶의 현 단계에선 세상에 존재하는 불평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극우정당 지지율, 남성이 높아”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달 26일 데이터 분석 전문기자 존 번 머독이 쓴 ‘새로운 전 세계 젠더 격차가 부상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Z세대 남녀 차이에 대해 지적했다.
그가 인용한 앨리스 에번스 스탠퍼드대 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30대 미만 세대는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겪고 있고”, “여성은 진보적이고, 남성은 보수적”이다.
미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18~30세 여성은 같은 세대 남성보다 30%포인트 더 진보적이다. 독일에서도 보수적인 젊은 남성들과 진보적인 여성들 사이에 30%포인트의 격차가 벌어졌고, 영국에선 25%포인트 격차가 나타났다.
미국·영국·독일에선 젊은 여성이 젊은 남성보다 이민과 인종 정의에 훨씬 더 진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독일에선 30대 미만 젊은 남성이 기성세대보다 이민에 더 반대했다. 폴란드에선 지난해 18~21세 남성의 거의 절반이 극우 정당을 지지했다. 같은 연령대 여성의 6분의 1만 극우정당을 지지한 것과 대비된다.
“남녀 이념 격차, 미투 운동·SNS 영향”
머독은 칼럼에서 한국과 중국, 아프리카 튀니지에서도 비슷한 남녀 차이가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 ‘미투 운동’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미투 운동이 확산된 지 7년이 지난 지금, 성희롱에 대한 진보와 보수의 입장 차가 다른 이슈에 대해서도 젊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보수와 진보 성향으로 기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그는 칼럼에서 “성 불평등이 엄연하고 노골적인 여성 혐오가 흔한 한국에서 미투 운동의 불씨가 타올랐다”며 “2022년 한국 대선에서 젊은 남성은 우파 정당을, 젊은 여성은 진보 정당을 거의 같은 비율로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젊은 남성과 여성이 갈라설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다른 나라에 경고하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하면서 한국의 혼인율 급감,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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