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 음.
- ..........
- 각하, 기억하십니까. 그날 새벽...각하를 모시고 한강다리 중간쯤 건너는데, 저기 딱 헌병대 저지선이 보이는 겁니다.
- 각하를 따라서, 지프에서 내려서 뚜벅뚜벅...한강다리를 건너는데.
- 슈우우... 총알이 날아왔지. 막 깜깜해서 보이지도 않는데 귓볼에 총알이 날아오는 소리가 스쳐.
- 그때 각하가 제게 물으셨죠. 김 대령, 어떡할까?
- 사나이 가는 길에 웃음만 있을쏘냐. 결심하고 가는 길, 가로막는 폭풍 어이 없으랴. "각하, 가시지요!" 김 부장이 그랬지.
- 아니, 그 때는 배포가 있었어요. 요즘은 영 쪼그라들어서...
- 그때 만약! 그 다리를 건너지 않았더라면...
- 여기 아무도 없겠지.
- ...
- 이 자리에 없는 박 부장을 위하여.
- 아니, 다들 음복 모르십니까? 이렇게 마시면서 귀신과 한 몸이 되는 겁니다. 박 부장과 우리가 원래 한 몸 아니었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각하?
- 야. 죽고 싶냐?
- 이런 버러지를 옆에 두고 정치를 하시니까 나라가 이 모양 이 꼴 아닙니까!
- 김 부장, 왜 이래!
- 김 부장, 지금 뭐 하는 거야?
- 각하! 이제 그만하시죠. 하야하십시오.
- 야!
- 하야하십시오!
- 가만 있어!
- 야, 김 부장. 내가 너를 왜 그 자리에 앉힌지 알아? 지 친구도 죽인 놈이...어디서 고고한 척을 하고 있어! 제발 니 일이나 똑바로 해!
- 각하. 왜 혁명을 하셨습니까? 왜 우리가 목숨을 걸고 혁명을 했습니까? 100만, 200만...탱크로 밀어서 죽여버리겠다고요?
- 제발 각하, 정신 좀 차리십시오!
- 이 가 미쳤나!
- 넌 너무 건방져, 이 !
- 꺄아아아아악!
- 뭐 하는 짓이야!
- 너도 죽어 봐!
- 꺄아악!
- 각하!
- 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