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설치고 나면 다크서클이 생긴다. 눈 아래 얇은 피부 속 정맥혈관들이 일시적으로 확장되면서 눈 밑이 검게 보인다. 왜 혈관이 확장될까. 면역의 한 종류인 염증반응 때문이다.
다크서클은 일시적이다. 금방 사라진다. 진짜 문제는 뇌다. 수면부족이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이게 치매물질을 만든다. 2019년 저명학술지 ‘사이언스’에 의하면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치매물질이 급속도로 생겨 퍼진다. 연구진이 잠 못 잔 쥐 뇌세포를 조사해 보니 정상수면 쥐보다 치매물질(타우) 농도가 2배 높아져 있었다. 특히 단기기억 부위인 해마가 수면부족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마에서 시작된 치매물질은 쓰나미처럼 전체 뇌로 퍼져나갔다.
타우, 아밀로이드는 치매 주범이다. 둘 다 정상 뇌세포에서 생산되지만 여러 이유로 변형·축적된다. 이놈들이 뇌세포(뉴런) 사이의 신호 전달을 막고 결국 뇌세포를 죽인다. 이게 알츠하이머 치매다. 치매의 60%에 해당한다. 나머지 25%는 뇌 모세혈관이 막히는 혈관성치매다. 알츠하이머 치매 원인은 1% 유전, 99% 환경(생활습관)이다.
이번 ‘사이언스’ 논문은 생활습관 중 잠 부족이 치매 주범임을 밝혔다. 즉 수면부족이 뇌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뇌 단백질(아밀로이드·타우)이 엉겨서 치매를 유발한다는 이야기다. 쥐 연구다. 사람도 같을까.
뇌 속 치매 덩어리(검은 점·아밀로이드 단백질)
치매로 사망한 환자 뇌를 직접 꺼내 조사해 보니 생체시계가 뒤죽박죽이다. 결국 수면부족이 해마 내부 생체시계를 망가뜨려 잠 못 자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해마가 망가지면 단기기억도 안 된다. 기억하려면 잠이 필수인 이유다. 사건 전날과 다음날 숙면을 해야 해마 단기기억회로가 튼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