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 출신의 라이징 스타 극작가인 게리 오웬은
2015년 라는 작품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후에 공연되었을 때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연극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다시 눈길을 끌었을까?
우선, 제목을 통해서 어느 정도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스플롯은 카디프 남쪽에 있는 도시의 지명이다.
그렇다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피게니아라는 이름이다.
이피게니아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가벰논의 딸로,
아가벰논이 아르테미스를 진노하게 만든 탓에 트로이로 2년 동안 진격하지 못하자
이피게니아를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산 제물로 바치려고 한 일화다.
(이피게니아는 다행히 아르테미스에 의해 구원 받긴 한다)
우리는 따라서 이피게니아와 얽혀 있는 일화를 통해 이 이야기가
희생의 이야기라는 걸 추측해 볼 수 있다.
극은 에피라는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1인극의 형태다.
관객이 보는 에피의 첫 인상은 최악이다.
그녀는 술과 약에 찌들어서 살고
변변찮은 직업도 없는 사람인데,
별안간 우리가 자신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욕을 퍼붓는다.
그렇게 최악으로 시작한 그녀의 이미지는 이야기가 진행되며 점차 바뀐다
그렇게 인간 실격의 삶을 살아가던 에피는 어느 날 한 군인과 원나잇을 했다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아이가 생겨서 그 군인을 찾아가지만,
그에게는 이미 아내와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에피는 자신 때문에 가정의 평화를 깨기는 싫었기 때문에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고심 끝에 그래도 자신이 만든 생명이기 때문에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문제는 에피가 임신을 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지식의 부족 때문이었을까, 결국 에피는 아이를 조산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녀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했지만,
근처 병원에 더 이상 자리가 없어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되고,
결국 구급차 안에서 출산을 하게 되고, 아이는 사망하게 되었다.
에피는 아이를 잃은 감정에 분노했고, 변호사의 조언을 듣고 병원을 고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고소하기 직전에 병원의 산파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산파는 에피에게 심정은 알지만, 만약 에피가 고소하게 된다면 병원의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줄어든 예산은 지금 누워있는 환자들을 더 적게 수용할 것이며,
에피와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을 한다.
처음에 에피는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화를 냈지만,
이내 자신과 같은 고통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며 끝내 고소를 포기한다.
그리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관객에게 다시 소리친다. 당신들은 나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극은 에피의 질문으로 끝이 난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더 이상 희생을 참지 못하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했을 때 온 영국은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더 큰 슬픔은 국장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하면서 생겼다.
이날에 은행, 영화관 같은 생활 편의시설 뿐만 아니라
국민보건서비스(NHS)와 푸드뱅크를 비롯한 필수 공공 서비스까지 운영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국장일이 공휴일이 되면서 수많은 환자들의 예약이 취소되었으며,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굶게 되었다.
반면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은 2690억원이 투입되며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여기서 개리 오웰은 다시 묻는다. "희생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 극의 느낌이 어떤지 알려드리기 위해 공연 예고편을 촬영한 영상을 첨부합니다.
1인극이지만 충분히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에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요? 여러분께도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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