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비를 맞으며 을씨년스럽게 ‘다우닝가 10번지’ 에 들어가는 남자가 있다.
얄궂게 내리는 비에도 알랑곳하지 않고, 야수와 같은 심정으로 써내려간 연설문을 낭독한 직후였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오전에 국왕폐하를 만나 의회 해산을 요청했습니다.“
“폐하는 요청을 승인해주셨고, 7월 4일 총선이 실시될겁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취임한지 채 2년도 안된 총리가 자신의 권력을 모두 내려놓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니?!
일상적인 기자회견으로만 알았던 기자들은 서둘러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기사 송고를 위해 [속보] 타이틀을 써내려갔다..
이 남자는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이 결정..
무엇이 그에게 이런 결정을 내리게 했을까요?
자! 이제 이 남자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된 이야기 속으로 출발해보겠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22년 10월,
인도계 영국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이 남자는 영국의 79대 총리에 취임하게 됩니다.
무려 영국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총리였으며, 최연소 총리이기도 했죠.
하지만 이 남자에겐 이 호사스러운 영광따위를 만끽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전임자의 뻘짓으로 국채금리는 그리스 뺨따구 날릴만큼 급등했고,
소비자 물가지수는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영국 기준 금리는 피라미드 마냥 처 오르면서, 덩달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폭등하면서 영국 국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져갔습니다.
그는 결정해야 했습니다.
이제 막 총리가 되어 내각을 구성했다는 핑계는 사치였죠.
그는 밤 낮 가리지 않고, 경제 참모들과 회의와 논쟁을 벌인 끝에 현 경제 난국을 타개할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예전에 실패했던 ‘북해 유전’ 개발을 시작할겁니다.“
”광산 개발도 병행해서, 에너지 안보와 경제 성장을 일타 쌍피로 해결하겠습니다.“
“또한 런던에 설정된 ‘배기가스 제로’ 정책을 폐지해서, 서민들의 에너지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그러나 영국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 저거 완전 똘아이네!!
??: 친환경 정책 추진에 국민 60% 이상이 동의하는데, 오히려 역행한다구??
??: 니네가 경제 망쳐놓을걸 왜 친환경 탓을 하냐!!
“ 자자 저희가 준비한 또 다른 정책도 있으니까 들어보세요!!”
“기업들이 보다 수월하게 사업을 하고, 소비자들에게도 안정적인 소비 여건을 만들기 위해 ‘파업 방지법’을 추진하겠습니다.“
“이제 노조는 정부가 설정한 ‘최소 서비스’ 요건을 불이행하면 바로 불법 파업으로 간주될겁니다.“
??: 농담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한 그의 시그니처 정책이라 할 수 있는 ‘르완다 난민 정책’ 도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립니다.
그는 항소를 하겠다고 천명했으나,
법원은 ‘르완다 난민 정책’ 이 단순히 호불호를 떠나
‘벨파스트 평화 협정 등과 같은 영국이 제정한 많은 법률에 온전히 상충되기에, 기존 법률을 폐지한 이후에나 가능하다‘ 고 유권 해석을 내립니다.
백약이 무효했습니다.
브렉시트라는 근본 문제를 애써 외면한 채
네루미 마냥 수박 겉핥기식 정책은 아무런 소용이 없던 것이었죠.
그러나 그때!!
그를 구원하는듯한 신의 손길이 하늘에서 내려옵니다.
하늘 높을 줄 모르던 인플레이션 수치가 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통계가 나온 겁니다.
인플레이션 하락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 아닌 가격 상승률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만,
그런건 상관없었습니다.
그의 노력으로 얻어낸 성취임을 강조하면 그만이니까요.
하늘에서 준 천금과 같은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었죠.
어차피 이대로 가다간 정권을 빼앗긴다는 것은 기정사실.
겨우 2년간 영광을 누리고, 역사적 패배자로 남을 순 없었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일지언정 없는것 보다 낫습니다.
그의 고뇌에 찬 결정을 반기듯 때마침 비도 내려주고 있습니다.
그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마음 속 깊은 심연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절망을 억누른채 그는 주사위를 던졌습니다.
마치 그가 좋아했던 ‘아바’ 의 노랫말처럼,
‘주사위는 던져졌고’
‘승자는 모든 걸 가져가고‘
’패자는 쓰러질테니까요‘
https://www.bbc.com/news/uk-politics-69050402
https://www.bbc.com/news/articles/c511m7jgyl3o
사실 이 양반 자체의 실책도 있긴한데
14년간 이어진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이나
트러스 뿐만 아니라 그 전임자들이 저지른
크고 작은 실책들이 누적된게 터진 모양새라 더 그럼
존슨같이 맞수가 코빈같은 극좌파에
중도층이 기겁할만한 인물이면 몰라도
(군주제 폐지 + 반유대주의 논란 등)
스타머는 중도좌파에 우클릭하면서
걍 안정감있는 타입이라 더 그렇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보수당이 승승장구한 이유중 하나가
과거 노동당 텃밭인 스코틀랜드가 SNP 장악당하면서
의석 싹쓸이 하는통에 그런건데
거기도 요즘 SNP 강세 무너졌고
노동당이 다시 고토회복 가능성 높아서
노동당 집권 가능성이 거의 90% 이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