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한국 정부에 더는 지체하지 말고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하라고 권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김현숙 당시 여가부 장관 사표를 수리한 뒤 후임 장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여성차별철폐위는 3일(현지시각) 제9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최종견해(권고)를 내놨다. 특히 “여가부 장관 임명 실패와 여가부 예산의 급격한 감소, 여성에 대한 퇴행적인 정책에 대해 우려한다”며 “(여가부) 장관을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임명할 것”을 권고했다. 국민의힘이 2022년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여가부 폐지 조항을 삭제하라”고도 했다.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엔 야당 반대로 여가부 폐지가 포함돼 있진 않다.
여성차별철폐위는 “여가부의 인적, 기술적, 재정적 자원을 크게 늘릴 것”을 주문하면서 “모든 정부 부처에서의 성 주류화 노력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여가부 직원들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 주류화’란 법 제정과 정책 기획, 예산 편성 등에서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여가부가 국가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서의 기능을 더 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가 도입 검토를 철회한 ‘비동의 강간죄’(상대방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를 성폭력 범죄로 처벌)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적극적이고,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하도록 형법을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현행 형법은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해, 강간죄 인정 범위가 협소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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