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2월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의 대관식에 참석한
해천추범의 실저자
역관 김득련이 러시아 궁중 파티를 경험하고 쓴 내용.
동방예의지국의 나라 조선을 떠나
난생 처음 거대한 여객선에 몸을 싣고 보니
진기한 것 일색이로다.
이상한 색깔이지만
눈 하나는 시원한 서양의 요조숙녀들
어찌 그리 요란한 옷을 입고 있는가
내 얼굴이 잘 생겨서일까?
아니면 남녀칠세부동석을 몰라서일까?
거침없이 군자의 옆자리에 다가와 재잘대누나.
양반네 진짓상에 웬 쇠스랑(포크)과 장도(나이프)는 등장하는가
입술이 찢기지 않으면서
접시의 물건을 입에 넣는다는것은 정말 고역이구나.
희고 눈 같은 것(설탕)이 달고 달기에
이번에도 눈 같은 것(소금)을 듬뿍 떠서 찻종지에 넣으니
그 갈색물(커피)은 너무 짜서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더라.
노르스름한 절편(치즈)은 맛도 향기도 참으로 고약하구나.
청중이 모인 자리에서
웬 신사가 목살에 힘줄이 돋칠 정도로 소리를 지르니(테너가수)
모두들 그를 우러러보더라.
서양에서 군자노릇 하기란 원래 저리 힘든가보다.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소녀가 까치발을 하고,
빙빙 돌며 뛰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는데(발레),
가녀린 낭자를 학대하다니,
서양 군자들은 참으로 짐승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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