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두는 의문. "도대체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씨익 웃으며 등장한다. 형사다. 그의 등장을 시작으로, 설계된 사고에 대한 의심은 더욱 깊어진다.
그가 진실을 쫓으면서, 사고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영화 '설계자'에서 지나간 신을 되돌리게 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양경진 역을 맡은 김신록이다.
개봉 전 홍보 단계에선 눈길을 끄는 존재가 아니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역시 그냥 등장하지 않는 김신록이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5월 29일 개봉했다.
'설계자'는 뉴스에 보도된 사고가 조작될 수 있다는 영일의 고백과 함께 시작된다.
이후 영일 그리고 그와 삼광보안에서 함께 일하는 재키(이미숙), 월천(이현욱), 점만(탕준상)이 속속 등장한다.
영일과 삼광보안 팀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설계, "이건 사고"라고 할 정도로 우연 같은 조작으로 일을 진행한다.
이 살인 설계가 얼마나 치밀하냐 하면, 건물 창문에 비춘 빛까지 이용한다.
지형과 상황 그리고 날씨, 여러 변수까지 고려해 '완벽'이라고 할 수 있는 사고사를 만들어 낸다.
극 중반,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 영일이 자신이 가졌던 의심서 출발해 진실이라는 것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형사 양경진이다.
"안녕하세요"라며 삼광보안의 의뢰인 주영선(정은채) 앞에 등장하는 양경진. 그는 "사고조사과 양경진 경위라고 합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어 '생명보험 가입'을 언급하면서, 영일과 삼광보안이 설계했던 살인에 대한 진실을 쫓고 있음을 알린다.
이는 극중 주영선이 처한 상황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하는 지점이다.
양경진은 자신의 방식대로 수사를 이어간다. 그가 바라보는 사고사를 향한 시선은 '충분히 그럴 수 있어'로 향해 달려간다.
그의 등장은 '설계자' 속 사고와 영일 외 등장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양경진의 존재는 영일과 함께 했던 재키가 생각하는 '진실'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하는 인물이다.
흡사, 영일의 존재를 추적하는 모양새다. 이에 양경진은 극 후반부 긴장감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그러면서 '설계자'의 핵심 포인트인 '의심'이 양경진에게도 들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수상쩍다.
'설계자'에서 양경진의 분량은 기능적 역할에 한정될 수도 있었을 법하나, '연기 9단' 김신록이었기에 러닝타임 내내 눈여겨보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 잔상이 남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김신록은 극 중 웃는 얼굴이지만, 눈빛은 매섭게 살아있다.
상대의 행동, 말을 꿰뚫어보는 모양새다. 현실적 의심이 담긴 질문을 툭툭 던질 때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진실을 쫓는다'고 대놓고 보여준 설정과 웃지만 서늘함 있는 미소는 '믿어도 될까?'라는 의심을 만든다.
믿지 못하겠는데 믿어야 하는, 혹은 이 반대의 상황을 만들어 내는 김신록이다. 극 중 김신록에게 이런 대사가 있다. "말하면 믿어야 하나요?". 결말까지 보고 나면 소름 돋는 대사다.
김신록의 극 중 존재감이 그렇다.
강동원과 이미숙, 이현욱, 이무생, 정은채, 탕준상, 이동휘 그리고 특별출연한 이종석까지 등장만으로 시선 현혹하는 배우들. 이 가운데 김신록의 존재감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하는 '설계자'의 의미와 동일 선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