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사들끼리 얘기할 때 ‘기분 상해죄’를 조심하라고 하죠. 우스갯소리지만 그게 현실이거든요.” 경기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한 학부모로부터 ‘정서적 아동학대’로 민원을 넣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수업시간에 모둠 활동을 진행했는데, 자녀가 친하지 않은 아이들과 같은 모둠이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모둠을 바꿔달란 요구를 거절하자 해당 학부모는 A씨의 행위가 ‘정서적 아동학대’라며 몰아세웠다. A씨는 “정서적 아동학대 범위가 워낙 넓고 아이의 감정에 대한 문제이다 보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니냐”며 “교사들 사이에선 ‘운 나쁘면 신고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장에선 여전히 무고성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는 교사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서적 아동학대는 학생의 ‘정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학생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신고당하는 일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은 정서적 아동학대의 규정을 구체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고소 두려움’ 시달리는 교사들
15일 교사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올해 스승의날을 앞두고 전국 유·초·중등·특수교육 교원 1만1359명을 조사한 결과 84.2%가 ‘최근 1년간 정서적 아동학대 고소를 걱정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사 사이에서 정서적 아동학대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것은 정서적 아동학대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충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의 정서에 심각한 해를 끼친 교사는 당연히 아동학대로 신고해야겠지만, 지금은 단순히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이유로 신고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문제”라며 “학부모들도 규정이 모호하다는 것을 잘 알아서, 일부 학부모는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교사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괴롭히려 신고…교사들 고통
교사노조는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 사례 발생 시 학부모가 해당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 위협하거나 신고하는 보복성 행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정서적 아동학대 법안이 교사를 공격하고 학교 생활지도 시스템을 파괴하는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무고성 신고는 교사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피해 교사들은 신고 후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교사로서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무고성 신고로 1년 이상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다는 한 교사는 “타인과의 만남이 두려웠고, 처음 교단에 섰을 때 꿨던 꿈이 무너졌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들이 마음 놓고 아이들을 지도하고 가르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교사는 “소명의식이 사라지고 스스로 교사로서 사망 선고를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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