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공감과 위로를 동시에 전한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화제작이자 '이태원 클라쓰' 원작자 조광진 감독의 연출 데뷔작 '카브리올레'가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지친 이들에게 현실 공감을 선사하는 명대사로 호평 받고 있다.
'카브리올레'는 번아웃이 온 K-직장인 오지아가 전재산을 털어 산 카브리올레를 타고 전남친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로드 무비다.
첫 번째 명대사는 밝은 미래를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주인공 오지아(금새록)에게 친구 주안나(한예지)가 건네는 한 마디다. 바쁘게 일하느라 삶의 즐거움은 뒷전으로 미뤄둔 지아에게 안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죽자 사자 열심히 일하냐"고 묻고, 지아는 "미래를 위해서"라고 답한다. 이에 안나는 "사람이 언제 죽을지 알고. 지금 행복해야지"라며 돈, 성공, 결혼, 노후 대비 등 미래의 것들을 쫓느라 현재의 행복을 놓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두 번째 명대사는 모든 것을 통달한 듯한 묘한 매력의 힙한 농촌 총각 이병재(류경수)가 툭 던지는 그의 인생 철학이다. 늘 웃는 얼굴로 애써 밝게 '아자 아자'를 외치며 모든 일과 관계에 최선을 다해 온 지아는 갑작스러운 암 선고와 친구의 죽음 이후, 참고 견뎌왔던 것들이 결국 터져버리며 번아웃에 빠진다. 일상을 벗어 던지고 떠난 여행길에서도 앞서 가는 경운기를 추월하기 위해 기를 쓰는 지아를 보며 병재는 "느긋하게 마음 좀 먹고 해봐요. 뭐 급하다고 그렇게 빨리 가려고 그래?"라고 말한다. 가볍게 꺼낸 말 같지만 삶을 대하는 그의 철학과 태도가 녹아 있는 병재의 명대사는 지치지 않았다고, 괜찮다고 자기자신까지 속이며 살기 쉬운 현대사회에서 마음의 여유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마지막 명대사는 지아에게 상추 따는 법을 가르쳐주며 덧붙이는 병재의 한 마디다. 상추 잎을 그렇게 한번에 다 따버리면 안 된다며 "상추도 사람이랑 똑같아요. 살 힘은 남겨 놔야지"라고 꼬집는 병재의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비유를 담았다. 여기서 상추는 마치 회사, 가족, 자기계발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 이른바 '갓생'을 살아가느라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린 지아를 이야기하는 듯해, 지아와 마찬가지로 쉴 틈 없이 노력하며 살아온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복합 장르로 담아낸 청춘들의 청춘 이야기 '카브리올레'는 지난 19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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