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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스다ll조회 96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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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 사랑은 또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 인스티즈

카페인에 약했고, 니코틴에 강했던 탓에 매번 피곤하고 자주 기침을 하곤 했었잖아. 일기장은 온통 피바다고 너의 몸에선 비린내가 났어. 사랑한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 단 한 번도 나의 손을 잡아 준 적 없었지. 눈에 날 끈적하게 담으면서도 빌어먹을 혈액형 때문에 혀를 섞는 일도 없었지, 너는. 모든 걸 내버리고 천국으로 도피했지만 내가 있는 세상에서는 그걸 자살이라고 말해. 너는 행복으로 질주했지만 사람들은 네가 죽은 거라고 말해.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시작되는 이맘때쯤, 네가 좋아하는 꽃샘추위가 몰아칠 때 새끼 손가락을 약하게 접으면 두 번째 마디가 저려. 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보이지 않는 상처가 생긴 모양이야.

 

 

 

 

 

 

 

이것 봐. 사랑은 또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 인스티즈

지옥으로 향한 거니 천국을 걷는 거니 내게 물으면 어떻게 해. 온통 꽃밭인지 불길인지 내게 물으면 어떻게 해. 매번 내게 두는 하얀 꽃은 젖어 있고, 너의 눈가는 다 일어나 붉어져 있었지. 나는 잘 모르겠어. 내가 있는 곳이 지옥인지 천국인지, 모르겠어. 이제 담배 그만 꽂아 두어도 돼. 독만 찾던 어린 나는 이제 너의 결핍이 되었으니까. 

 

 

 

 

 

 

이것 봐. 사랑은 또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 인스티즈

너는 때때로 떠날 사람처럼 굴었잖아.
물에 빠진 돌고래를 구한다는 헛소리나 해대고는
바다가 좋다 말하며 매번 발이 닿지도 않는 곳까지 깊이 들어가 한참을 죽은 체 하고 있던 거, 나는 다 알아. 너를 뒤집으면 온통 상처투성이였던 것도 나는 다 알아. 네가 좋아하는 집 앞 벚나무에 꽃이 만개했는데 내일모레면 비가 내릴 거래. 너는 꼭 예쁜 순간만 골라 울더라.

 

 

 

 

 

 

이것 봐. 사랑은 또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 인스티즈

작년 여름 윤재에게 죽지 않았으면 한다는 편지를 보냈고
그 겨울 윤재는 죽었다.
다시 돌아오는 여름은 춥다.
그 편지는 분실되어버린 걸까?
나에게 다시 돌아오지도 못하고 

어딘가 떠돌고 있을 눈물 조각들이 그립다. 

윤재는 나의 편지를 읽었을까? 

그 편지를 읽었다면, 정말 내 생각을 했다면.
윤재는 왜 떠나버린 걸까.
내가 조금 더 일찍 윤재의 마음을 알아 줬더라면.
조금 더 오래 안아 줬더라면.

윤재야, 이것 봐. 사랑은 또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끝내자는 말도 없이 끝나버린 관계가 싫어

마침표도 찍지 못하고 아직도 함께다. 

한 미련덩어리가 이번 여름엔 녹아 없어지기를 바라며. 
긴 여행을 떠난 윤재에게.

 

 

 

 

 

 

이것 봐. 사랑은 또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 인스티즈

네가 생각나면 편지를 썼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꽃을 꺾었어
정말 그곳에선 아프지 않을 수 있는지
네가 바라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지
나는 그게 궁금해
천국에서 너를 꺾어간 뒤로
내 삶은 온통 지옥인데
자꾸자꾸 마른 꽃처럼 고개나 처박고 있으면
다시 돌아와 줄 것도 아니면서 비만 내리지
원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의 꿈을 꾸면 저절로 미운 소리야
미안해 그래도 모든 마음이 진심이었어
다음 생에도 꼭 나의 지겨운 애인으로 태어나
다시 만나면 내가 먼저 떠날게
나도 천국이 아주 궁금하거든

 

 

 

 

 

 

이것 봐. 사랑은 또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 인스티즈

그해 여름에는 엄마가 죽었다.
앞마당 벽을 타고 오르던 능소화는 를 다친 마을 주민이 몽땅 썰어갔고, 

대문 앞에 심어둔 엄마의 탄생화는 모조리 시들었다. 

고작 꽃 한송이에 죽고 싶어지는 게, 

왜 절망은 꼭 한날한시 날 울게 만드는 건지 

이유도 모르고 살갗이 벗겨진 눈두덩이를 마구 비볐다. 

비가 내리던 날, 지저분한 손목에 영원을 새겼다. 
영원은 없잖아.
나 오늘만 바보 할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손목에 새겨진 영원에게,
그러지 마.
시들어버리지 마.

 

 

 

 

 

 

이것 봐. 사랑은 또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 인스티즈

어항을 조심해
발을 헛디딜지 몰라
감기 걸리지 않게
머리 맡에 가위를 두고 자
악몽을 자주 꾸던 너에게 사랑한다는 고백 대신

이빨 부딪히는 잔소리만 하던 나는 이제 없다
떠나 보니 내가 없어서는 안 돼
어항은 깨졌고
무릎엔 상처가
일주일을 고열에 시달리며
가위로 손목을 긋지
빨간약은 정말 아픈데 어쩜 겁도 없니
홀로 남은 어린 너에게 남기는 마지막 페이지
나는 다시 태어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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