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내가 올린 달글이야
새벽에 문득 떠오른게 있어서 달글을 열었어
내가 적은 댓글이야
저기 써진대로 나한테는 8살때부터 애착인형이었던 곰돌이 인형이 있었어
여기부터 tmi라서 읽을 여시만 읽어
내가 어렸을때 우리 엄마는 우릴 낳아놓고 방치하며 살다가 내가 6살쯤엔 그냥 아예 우릴 버리고 나가살았어
어린나이에 부모의 이혼을 겪어본 여시들은 알거야 그 충격과 고통은 정말 엄청나. 그래도 마음속 한켠엔 엄마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항상 있었어. 맨날 엄마가 집에 돌아와서 다같이 사는꿈을 꿨어.
그러다 이제는 엄마가 정말 안올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혼 후 2년만에 엄마랑 만날 기회가 생겼어
당시 엄마의 새남자친구와 엄마가 동거하는곳에 1박2일로 놀러갈 기회가 생긴거야
그때 1박2일 그 짧은 시간이 흘러가는 순간의 엄마의 모든 모습 향기 느낌을 기억속에 모두 담아가려고 엄청 애썼던 기억도 나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시 헤어져야할 시간이 왔을때 엄마가 어디선가 사온 곰인형을 나한테 주면서 조심해서 가고 잘살라고 하더라
파란색 곰인형이었어
그때부터 나는 엄마가 보고싶을때마다 그 곰인형을 꽉 껴안고 있었어
그 곰인형을 안고, 보고있으면 엄마를 옅게나마 느낄 수 있었거든그렇게 그 곰돌이는 자연스럽게 내 애착인형이 되었고 나는 어딜가든 곰돌이를 끼고 다녔어 그런 인형을 초등학교 6학년 봄에 학교끝나고 돌아와보니 아빠가 말도없이 버려놨더라
울고불고하면서 왜 말도 없이 버리냐고 소리 지르고싶었는데 '내가 사랑하는것들은 모두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어느순간 사라질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초연해지더라
그냥 곰돌이한테 너무 미안했어
내가 지킬 수 있었는데 못지켜준게
엄마가 떠나간것도 내가 좀 더 말 잘듣는 자식이었으면 떠나가는걸 막을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을 품고 살았는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것 같았어
작별인사를 한다거나 그런 틈도 없이 쓰레기봉지에 묶여서 버려진 곰돌이를 생각하니까 그냥 내 자아와 마음도 똑같이 쓰레기봉지에 묶여서 버려진 느낌이더라
그렇게 그 곰돌이를 보내고 12년이 지났어
장담컨대 12년동안 그 곰돌이를 잊은적 정말 한번도 없어
최근 2년동안은 닮은 곰인형을 꾸준히 찾아봤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엄마가 사온 그 곰돌이랑 완전히 똑같은 곰인형은 없더라 ... 하긴 이제 곧 20년은 된 곰인형이니까 모델이 없겠구나 싶으면서도 다시는 보지도 못한다는게 참 속상하더라. 사진으로 찍어놓은것도 없어서 점점 생김새도 희미해져가고 ,..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냥 달글이나 파서 곰인형한테 한마디나 하면서 위로해야겠다 했는데
이게 웬걸
내 묘사를 보고 자기네 집 인형이랑 똑같은것 같다는 여시가 등장한거야
혹시라도 맞다면 사진으로라도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어서 찍어서 꼭 좀 올려달라고 부탁했어
여시가 사진을 보여줬는데 처음에는 너무 오랜만에 봐서 헷갈렸는데 보면 볼수록 내 곰돌이가 맞더라고 분명해
꼬질꼬질한것까지 너무 닮은거야
곰인형을 다시 본것만해도 너무너무 반가워서 행복했는데 곰돌여시가 이제 저 곰돌이를 잘 안꺼내게 됐으니 나한테 준다고 하더라구... 나는 다시 본것만으로도 기쁜데 준다니까 너무 고맙더라 사실 곰돌여시에게도 저 곰돌이가 애착인형이었대! 애착인형은 이젠 안 가지고 다닌다해도 남한테 선뜻 주기 정말 힘들텐데... 그래서 곰돌여시도 마지막에 정말 보내줘도 될까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
나는 애착인형을 한번 잃어본 사람이고 그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알잖아 또 나는 그 애착인형 없이 산지 12년이 넘었으니 그냥 한번 다시 본걸로 만족할 수 있었는데 결국 그 곰돌여시가 나에게 주기로 용기를 내줬어 ㅠㅠ
그래서 배송받고 오늘 깨끗하게 씻은 곰돌이 모습이야
곰돌여시가 장문의 편지도 정성스럽게 써줬어.. 너무 고마워❤️😸❤️
믿기지가 않는다 얘가 다시 나한테 와줄줄이야.. 물론 다른 인형이겠지만..난 그래도 이게 인연이라고 생각해
꼭 생명체만이 인연을 가지는건 아닌가봐 물건도 강력한 마음이 담기면 인연이 되나봐
무엇이든 간절히 바라면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가봐
곰돌여시야 고마워
완전 뚱글됐네 ㅠㅠ
+ 최남비오 새해복 많이 받아!!!!!!
여시들도 새해복 많이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