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 · 악토버(OCTOBER)At The Window
봄이 와도 죽음은 유행이었다
혹시 울어요? 물속같이?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산불이 나서 내 생일을 축하해주는 줄 알았다
을씨년스런 예감이 새벽의 안감에 박혀 스르르 말줄임표가 되어가는 별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나 자신을 데리고 그에게 유배를 가는 것이다
첫 페이지는 비워둔다 언젠가 결핍이 필요하리라
이렇게도 내 사랑의 매듭은 짧았다.
문득 너는 없다. 지나온 강 저쪽은 언제나 절망이었으므로.
엷은 몽유의 밤들 끝에 네가 날아왔고
너는 우주의 집중으로 피워낸 꽃이다
너라는 소음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쓴다
애도의 습관 / 이은규
나는 엉망이야
그렇지만 너는 사랑의 마법을 사랑했지
나는 돌멩이의 일종이었는데
네가 건드리자 가장 연한 싹이 돋아났어
사랑의 전문가 / 진은영
밤을 겉돈다
꿈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내 것이 아닐까
반복 재생 / 이훤
때때로 서있을 수 없는 우리가
그림자로 나란해지는 저녁
어둠을 찢으려는 꼭짓점으로부터
나와 너의 전개도가 눈금도 없이
촘촘해진다
지긋지긋 지그재그
원뿔의 행진 / 서윤후
마찰하는 것에는 보풀이 일었다 자주 스위치를 껐다 켰고 비누에는 균열이 생겼다
비나 내렸으면 그러나 햇빛이 부서져 내렸다 파이프는 계속 삐 소리를 내고 하늘에는
버짐이 피어나고 있었다 너는 비틀어진 선로였다
그러니 이탈할 것 여러번 다짐을 했고 면벽했다 여분의 무게로 나무는 흔들리고 있었다
무언가 자주 간섭했고 그러나 그것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출구가 전환되고 있었다
청과점 앞에는 아지랑이가 오래 정체했다 네 동공은 우주 같았고
그러나 빈 우주에서 나는 독백하는 배역을 맡았다 또 한편의 여름이 재생되었다
나는 일상을 적지 않았다
피서 / 안태윤
활자도
나도
찢을 수 없는 밤이 있다
주머니에 오래 보관된 영수증처럼
한껏 구겨진 마음이
해묵은 나보다
아침이 먼저 펴지는 날이 허다했다
쉽게 구겨진다 해서 쉽게 펴지는 건 아니고 / 이훤
전화기를 놓고 숨을 참는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수몰지구 / 전윤호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의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어떤 나무의 말 / 나희덕
내게는 사랑에 대한 첫 독서가 당신이란 책이었고, 행복하고 열렬했어요.
어느 페이지는 다 외워 버렸고, 어느 페이지는 찢어 없앴고,
어느 페이지는 슬퍼서 두 번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지만 어쨌든 즐거웠습니다.
소란 / 박연준
농구공이 공중에 머물렀을 때 나는 너의 시점을 잃기 시작한다
담쟁이 잎이 공중에 원을 그렸을 때 나는 너의 인칭을 잃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2분 9초의 그림자에 닿았을 때 나는 너의 시제를 살기 시작한다
너를 영원히 사랑한 적이 있다
31일, 2분 9초 / 김성대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대숲 아래서 / 나태주